조용병 회장 3년만에 매입, 우리금융 경영진도 동참…'저평가 시그널'

김정태(왼쪽부터)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금융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금융그룹 회장들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주가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들의 수장들은 올해 첫 경영 행보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자사주 158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는 조 회장이 2018년 3월 2171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3년 만이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1만3580주다. 조 회장의 자사주 보유 규모는 4대 금융그룹 회장 중 가장 적다.

오는 3월 조 회장은 연임 이후 첫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 주가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업계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표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CFA는 “신한금융은 탄탄한 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양호한 이익체력을 보여주고 있어 안정적인 배당성향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한금융이 높은 자본비율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합병(M&A) 등 외부적 요인을 통한 확장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올해는 업황 개선과 함께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은 증권 등 비은행 비중이 가장 높은 금융지주사로 비은행 이익 증가에 따른 안정적 이익 성장이 기대되고, 과도한 저평가는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금융그룹 경영진도 올해 초 자사주 7만5000주를 매입해 주주친화정책을 펼쳤다.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지주사 전환 후 지지부진한 주가 때문에 고민이다. 지주 출범 당시 한 주당 가격 1만6000원에서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우리금융의 주가는 전날보다 1.65%(160원) 떨어진 9740원으로 1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는 총 8만8127주로,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증권, 보험사 등과 같은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2년까지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 계획을 밝힌 만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의 주가가 뒷받침 돼야 한다.

최대주주인 예보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하는 만큼 주가가 올랐을 때 팔아야 이익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17.25%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CFA는 “우리금융이 단기적으로는 올해 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을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금융이 장기적으로는 비용 효율화에 대한 적극적인 계획이 있으며, 지난해 2분기 내부등급법 일부 승인과 3분기 바젤3 조기 도입으로 자본여력이 크게 늘어나 인수·합병(M&A)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2019년 이후엔 자사주를 사지 않았지만 2014년 11월 취임한 뒤 총 14차례에 걸쳐서 자사주를 매입해 현재 총 2만1000주를 보유 중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해 2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하나금융 주가가 2만원대로 떨어졌을 당시 5668주를 매입했으며, 현재 총 6만5668주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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