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한기평 등 크레딧업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주요 자산매각에도 대규모투자·고배당정책 재무개선 효과 제한적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SK E&S가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 Inc.)’ 지분 인수를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외 크레딧업계는 SK E&S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고, 사업 초기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양사 간 시너지는 얻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 E&S는 지주회사인 SK와 공동으로 미국 수소 연료전지 제조업체인 플러그파워의 신규 발행 보통주(5142만8119주, 지분율 9.9%)를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7일 공시했다.

양사는 종속회사에 대한 출자와 자금대여를 통해 플러그파워 지분인수 대금을 50%씩 부담한다.

SK의 100% 자회사인 Grove Energy Capital LLC를 통해 SK E&S와 함께 수소 사업회사인 플러그파워에 각각 8000억원 출자할 예정이다. 출자가 이뤄지면 SK그룹은 미국의 플러그파워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된 미국 수소 연료전지 및 충전 솔루션 제조판매기업이다. 수소사업 밸류체인 내 차량용 연료전지(PEMFC),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 대상 물류센터 지게차용(forklift) 연료전지 제품을 공급하는 등 미국 내 수소 지게차 공급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유통망 수요급증으로 연료전지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연료전지 시장 확대로 해마다 50%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억2000만달러(약 2416억원), 시가총액은 약 16조원에 이른다.

SK측은 플러그파워 인수로 신사업 청사진을 보다 구체화했다고 자평했다. 추형욱 SK E&S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다가오는 수소경제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소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Green Portfolio’ 완성을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내외 크레딧 업계는 플러그파워 인수에 대해 ‘시너지 효과 불확실’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지난 12일 SK E&S의 기업신용등급을 종전의 ‘Baa2’에서 ‘Baa3’으로 낮추고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마저도 유사시 SK그룹이 지주사인 SK의 지원을 받을 것을 고려해 1등급 등급상향이 반영된 것이다.

마이크 강 무디스 연구원은 “공격적인 재무정책으로 재무지표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017년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을 부여한 지 4년여만의 실제 등급 조정이다.

김미희 한기평 연구원은 “SK E&S가 잇단 자산매각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개선폭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SK E&S는 지난해 차이나가스홀딩스(CGH) 지분 전량 매각으로 1조8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배당, 여주 LNG발전소, 가스전, LNG 수송 선박, 중국 터미널 지분 등 LNG사업 확대 재원으로 사용됐다.

이에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 3조1557억원, 차입금 의존도 44.4%, 부채비율 159.0%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앞서 SK E&S 측은 자산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주요 자산 매각 이전인 2018년 말과 유사한 수준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SK E&S 수익성 저하도 걸림돌이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4조183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조7564억원과 비교해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86억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계통한계가격(SMP)의 하락, LNG 도입물량 확대 등이 원인이다.

고배당 정책으로 인한 자금유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과 같은 고배당정책이 유지된다면 현금흐름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SK E&S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EBITDA가 2021년 5.1배, 2022년 5배로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차입금 의존도는 2021년 43%, 2022년 4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석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실제 사업 경과와 이에 따른 SKE&S와의 시너지 효과는 불확실하다”면서 “앞으로 그룹 차원의 공동사업 진행으로 사업기반 확장이 가능할 수 있으나 선제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 초기에는 사업적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파워플러그 지분 인수로 SK E&S는 보유 유동성 축소와 더불어 추가 자금차입이 필요하다”면서 “재무안정성 개선여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호주 가스전 개발사업 등 대규모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점은 신용도 하방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SK E&S는 오는 8월 14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시장 안팎에선 회사채 롤오버를 앞두고 나머지 국내 신평사 두 곳도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서 등급 스플릿(신평사들의 한 기업에 대한 등급간 불일치)을 해소할지 주시하고 있다. 등급 스플릿은 투자자들에게는 불안정성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리 등 자금조달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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