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최상층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의 일부 슬라브 두께를 당국의 승인 없이 두 배 이상 두껍게 설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두께가 늘어나면 무게도 늘어나는 만큼 붕괴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서구청으로부터 붕괴한 39층 바닥(PIT층 천장 슬라브) 면 두께를 15㎝로 균일하게 건설하기로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붕괴사고 이후 확인된 설계 도면을 보면 붕괴한 39층 슬라브는 단차가 3개로 나뉘는데, 주민공동시설(게스트하우스)이 들어서는 바닥 면을 35㎝ 두께로 타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광주 서구청이 승인한 두께보다 두 배 이상 두껍게 슬라브 설계구조를 변경하고도 정작 사업계획 변경 승인은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현재까지도 사고가 난 슬라브 일부가 35㎝로 설계 변경됐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슬라브 공사가 승인받은 두께보다 두껍게 시행됐는지는 여부는 현장 확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해당 의혹이 사실일 경우 무단으로 슬라브 두께를 두껍게 바꿔 무게가 과도하게 늘어나 붕괴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광주 서구청은 "슬라브 두께가 당초 승인받은 것과 달라졌다면 반드시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2019년 말 사업계획 승인 도면이 확정된 이후 변경 신청을 받은 바 없다"며 "현산 측이 실제 슬라브 두께를 변경 시공했는지, 언제 공법을 바꿔 공사를 진행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고 전했다.

설계변경과 공법 변경은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감리의 결정과 승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는 만큼, 현산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여부를 거부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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