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운암 3구역 조합, 현대산업개발과 시공계약 해지 추진

둔촌주공·개포1단지 등 서울 재건축 현장도 부정여론 ‘확산’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도중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14일 오후 구조대원과 구조견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공사 현장에서 연이어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운암 3단지 재건축 조합은 현대산업개발과 맺은 시공 계약 취소를 추진 중이다.

당초 운암 3단지 조합 측은 2015년 9월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파트너사 GS건설·한화건설)과 시공 계약을 맺고 오는 3월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학동 재개발4구역에서 지난해 6월 붕괴 사고가 일어난데 이어 지난 12일 또 다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결국 조합 측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시공사 변경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 의견이 우세할 경우 조합 측은 향후 조합원 총회에서 계약 해지·시공사 변경을 의결할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비단 사고가 발생한 광주 지역에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있는 현장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1만2000세대로 지어져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사고로 인해 둔촌주공 조합원 내부에선 현대산업개발을 사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우리 현장에선 아직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중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번 사고로 조합원들의 불안이 크다”며 “우선 서울시 측에 현장 안전 점검을 의뢰하는 한편 자체 TF를 구성해 특히 현대산업개발이 공사를 맡은 구역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현대산업개발의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질 경우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총회에 올리거나, 현대산업개발의 공사에 대해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이 현대건설과 함께 시공을 맡고 있는 6700세대 규모의 매머드급 대형 재건축 사업인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단지명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단지 조합 관계자는 “아직 시공권 계약 해지를 추진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단지명에서 당장 현대산업개발의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며 “우선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둔촌주공과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현장을 포함, 전국 65곳 사업장에 대해 모두 공사를 중단하고 13일과 14일 양일간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둔촌주공과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 등 컨소시엄 시공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는 당사가 맡은 구역에 한정해서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가 거둬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의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가 주택사업에 치중돼 있기에 ‘아이파크’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이같은 상황은 더욱 타격이 크다.

현대산업개발의 시작이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로 출발해 갈라져 나온 역사를 지녔고, 현재도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전체 매출 가운데 주택사업 부문 매출이 71%에 달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배다른 형제였던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부문 매출은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중에서 4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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