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출석해 구속영장 실질심사 받아…취재질 질문엔 ‘묵묵부답’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가운데 모자이크)과 안전부장(뒷쪽 모자이크)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지난달 9일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건물 붕괴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의 현장소장과 안전부장이 법정에 섰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이번 사고로 법정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사죄했지만 구체적인 사고 경위에 대해선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과 안전부장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이들은 “희생자 유족과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숙여 사죄했다.

이들은 철거 공정 감독과 현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인명사고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불법 재하도급 계약이 이뤄진 정황을 현대산업개발이 인지했는지 여부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과도한 살수 작업이 현대산업개발의 지시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상세히 진술했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두 시간여를 넘겼다. 심사를 마치고 오후 1시 20분경 법정을 나온 이들은 혐의를 인정하는지, 살수 지시가 있었는지 등 법정에 들어서기 전 받았던 같은 질문을 받았고, 이번엔 아예 침묵으로 일관한 채 호송차에 올라탔다.

경찰은 지난 16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래 심문은 21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변호인 측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하루 연기돼 이날 심문을 받았다.

경찰은 올해 3월부터 철거 현장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비산 먼지를 줄이기 위해 살수 양을 2배로 늘리는 등 과다하게 살수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다수의 공사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불법 철거 사실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철거 공법상 문제, 살수량 급증이 철거물에 미친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하면 원청업체로서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현장소장의 경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외에도 고용노동청과 특수사법경찰관 수사 결과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추가 적용된 상태다.

노동청은 철거 현장의 총체적 안전관리 책임을 갖는 현대산업개발이 지형 조사, 굴착기 운행 경로 등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철거 전 사전 조사를 소홀히 하고 환기·살수·방화 설비 방법을 계획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49건도 적발해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주의 의무를 기울여야 할만한 사고 예견 가능성조차 없었다'며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아직 구속되지 않아 인신이 자유로운 이들이 회사인 현대산업개발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의 의견이 사실상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심사를 마친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날 저녁이나 밤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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