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 부실 ‘빨간불’…금리 오르면 대출 취약층 충격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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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정책 지원 효과를 빼면 실제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보다 많게는 0.6%포인트 정도 높은 만큼 부실 위험에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소득수준과 신용이 낮은 다중채무자 같은 취약 대출자,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높은 대출자 등은 향후 금리가 오르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다.

한국은행이 22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신규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대출 후 4개 분기가 지난 시점 기준으로 평균 0.6%로, 2013∼2019년 이뤄진 가계대출의 같은 기간 연체율(1.0%)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각종 지원 조치가 가계대출 연체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며 “지원 조치가 없었을 경우를 상정해 추정한 작년 중 연체율은 현재 수준보다 0.3∼0.6%포인트 높아지고, 올해에도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더구나 이 추산은 연체율이 코로나19 이전 장기 평균(2013∼2019년) 수준으로 복원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어 신용위험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작년 중 연체율은 추정 값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금융기관은 각종 지원 조치 종료시 실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가계대출 취약부문은 향후 금리 상승기에 연체율이 더 큰 폭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됐다.

취약부문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 대출자'와 표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DSR 대출자를 말한다.

취약 대출자, 고DSR 대출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말 기준 각각 6.4%, 0.8%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의 7.5%, 1.0%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무상환 부담도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약 대출자 이외 대출자(0.3%), 중·저 DSR 대출자(0.5%)와 비교하면 취약부문의 연체율이 훨씬 높다.

더구나 취약부문의 대출 연체율은 비(非)취약부문보다 시장금리 변동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DSR 대출자의 경우 과거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 연체율이 0.3%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중·저DSR 대출자의 연체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취약 대출자의 연체율도 과거 금리 상승기 2.0%포인트 높아졌는데, 이는 비취약 대출자(0.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한은은 “향후 주요 선진국의 금리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취약부문 차주(대출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취약 대출자의 경우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변동하는 신용대출 등의 비중이 크고, 저신용자가 많아 채무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종 금융지원 조치 만료와 함께 차별적 경기회복세로 취약부문의 소득여건 개선이 지연될 경우 신용위험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기관은 대내외 여건 변화와 함께 가계 취약부문의 연체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대출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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