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자들 “현대산업개발 지시로 철거했다”…현대산업개발 “공사 지시 안 내렸다” 주장
  •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사고 관련 지난 10일 경찰이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압수 수색을 통해 압수품을 챙겨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어느 정도 사건에 개입됐는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오후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철거 공정 하도급을 받은 한솔기업의 현장관리자와 한솔기업으로부터 또 다시 하청을 받은 업체인 백솔건설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청을 받은 하도급업자가 다른 업체에 또 다시 하청을 주는 불법 행위인 재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을 경찰이 파악하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느껴 영장을 친 것이다.

특히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공사 현장에서 불법 재하도급 행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재하도급이 없었다는 현대산업개발 측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사고 다음 날인 10일 현대산업개발 측은 정몽규 회장과 권순호 대표이사 등 최고 경영진이 직접 현장에 내려가 브리핑을 열고 철거 공정을 맡은 한솔기업에 하청을 준 것 외에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긴 불법 재하도급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이 하도급업자인 한솔기업과 재하도급업자인 백솔건설 관계자 등을 구속하면서 이제 공은 현대산업개발이 재하도급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시선이 쏠린다.

당초 재하도급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현대산업개발 측은 재하청을 받은 백솔건설의 실체가 드러나자 재하도급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한솔기업에 철거 하청을 맡긴 것 외에 한솔기업이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겼는지 여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하도급을 내 준 한솔기업의 현장관리자와 사고 현장에서 굴착기 기사로 일하고 있는 백솔건설 대표 등 하청업자들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으로부터 철거 공정에 대한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하면서 이같은 현대산업개발 측의 해명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과도한 살수 작업이 지목되는 가운데 이들 하청업자들은 원청업자인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시 발생하는 비산 먼지 등을 막기 위해 살수 펌프를 더 많이 동원할 것을 지시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윗층부터 차례로 건물을 철거하도록 돼 있는 철거계획서와 달리 원청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신속한 철거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저층부과 고층부를 한꺼번에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자신들은 이 지시를 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하청업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하청업자들의 증언에 대해선 수사 결과를 통해 사실이 밝혀질 것이고, 시공사로서 성실히 경찰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청을 받은 한솔기업 및 백솔기업과 하청을 내린 원청업자인 현대산업개발이 갑을 관계로 묶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사 현장에서 원청업자의 지시 없이 하청업자가 독단적으로 계획서와 달리 공정을 진행하거나 공법을 달리할 가능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의 수주를 따낸 시공사로써 최종 관리를 맡고 있는 만큼, 결국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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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6/15 17:29:22 수정시간 : 2021/06/15 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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