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주가, 버블 판단 어렵지만 상승속도 과거보다 대단히 빨라"

사진=한국은행
[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한국은행은 국내경제 회복세가 완만한 데다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연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가 상승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며 “빚투(빚내서 투자)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주가 동향과 지표를 봤을 때 최근의 상승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과속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의 발생, 코로나19 백신 공급의 차질 등 충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빚투를 두고는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을 둔 투자 확대는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앞서 이 총재는 이달 5일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서도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커진 상태에선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가 조정 가능성에 유의하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어느 정도 자산가격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현재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복원력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가계부채가 지난해 많이 늘어났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금리가 낮아졌고 대출도 평균 만기가 길어져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졌다”며 “부실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의 부실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에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올해 출구 전략을 꺼내들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여러 조치를 정상화한다든가 금리정책 기조를 바꾼다는 것은 현재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며 “기조 전환을 언급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책 결정의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경기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나 취약계층이 처한 위험 등이 짧은 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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