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실패로 서울 전역 월세 상승 도미노 우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전경. 마래푸는 최근 84㎡(34평·2층)가 월세 400만원에 실계약되며 근 네 달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월세가 폭등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서울 강북에서 국민평형인 84㎡(34평) 아파트 월세가 40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에서도 1년에 거주비용으로만 5000만원을 월세 형태로 지불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종부세와 보유세 등 재산세 증가와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가운데 전세 씨가 마르고, 월세가 치솟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 결과 서울 '강북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84㎡(2층)가 지난달 13일 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에 실거래 계약을 마쳤다.

마래푸는 84㎡ 타입의 경우 보증금 1억원 기준으로 올해 7월 14일까지만 해도 월세 220만원에 계약됐다.

그러나 8월말 임대차 3법과 공시가 현실화로 재산세가 인상되자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월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실거주 수요가 전세에서 월세로 몰렸고, 결국 마래푸 월세는 최근 네 달 사이 월세가 22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마래푸에서 월세가 몇 달 만에 거의 두 배나 올라 400만원에 거래된 것은 사실상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정부 정책의 실패를 여실히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종완 교수는 “정부가 지금과 같이 보유세를 계속 올리는 이상, 집주인들도 전세가 아닌 월세로 세금을 충당해야 하고 전세 물량이 지금과 같이 사라지면 월세 상승은 막을 수 없다”며 “현재와 같이 집주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동산 정책을 정부가 철회하지 않는다면 서울 전역으로 월세난이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이달부터 종부세 고지서가 집주인에게 전달되면서 집주인들이 높아진 세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고 하고 있다”며 “특히 임대차 3법으로 인해 기존 임대료 상승이나 월세 전환도 어려워지면서 집주인들이 마래푸 월세 400만원 계약의 경우처럼 미리 월세를 대폭 올려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정섭 팀장은 “현재와 같이 전세 매물을 시장에서 구하기 어렵고, 대출은 막힌 상태에서 매매가는 도저히 접근이 어려운 가격까지 올라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수요자들은 월세를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마래푸 월세 400만원 계약은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월세는 마래푸 월세 400만원과 동일한 84㎡의 경우 보증금 1억원 기준 가장 최근 계약이 10월 17일에 450만원(12층)에 거래된 것으로 마래푸 월세 400만원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마래푸 월세 폭등이 단지 인근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비롯해 서울 외곽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정섭 팀장은 “아파트 월세는 ‘내가 이 가격을 주고 이 단지에 거주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격으로 나타내는 실거주 수요의 가치 척도”라며 “마래푸가 매달 400만원을 내고 살 가치가 있다고 시장에서 인정받은 이상, 강남 고가 아파트는 이보다 월세를 더 받으려 할 것이고, 마용성도 따라 월세가 오르는 것은 물론, 서울 외곽의 노도강 및 금관구까지 마래푸 월세 대비 일정 비율로 월세가 상승하는 등 서울 전역으로 연쇄적인 월세 상승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