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국내 최초의 민간 점등으로 한국 땅을 환하게 밝힌 한국전력공사가 전 세계 각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사 등 다양한 신(新)사업 추진해 전 세계 곳곳을 밝게 비추고 있다. 한전은 전신 격인 한국전력주식회사 설립 당시 매출의 무려 2만 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내는 등 국내 전력 산업의 양적·물적 성장을 실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전 세계 28개국에서 50개 사업을 수행하는 등 명실상부 글로벌 전력 기업으로 우뚝섰다는 평가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19년 11월17일에 멕시코에서 태양광 패널이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한전, 글로벌 전력 기업으로 성장

1887년 3월 경복궁 건청궁에서 국내 최초로 전기 점등이 이뤄진 지 약 2년 만인 1898년 1월, 한전의 모태 격인 한성전기가 설립됐다. 한성전기는 1900년 종로에서 가로등 3등을 점등해 국내 최초의 민간 점등을 이뤄냈다.

일제 식민지 해방 이후 국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전력난 해소가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고, 정부는 1961년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3사를 통합시켜 한국전력주식회사를 발족했다. 현재 한전의 전신 격인 회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한성전기가 설립된 지 올해로 122년, 한국전력주식회사 발족한 지 59년이 됐다. 국내 전력 산업 성장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는 한전은 그동안 국내 전력난 해소는 물론이고, 전 세계 곳곳에서 각종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전력 회사로 성장했다. 한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9조1729억원으로, 한국전력주식회사 출범 당시 연결기준 매출액 25억원과 비교해 무려 2만3669배 성장했다.

한전은 신사업·신시장 개척과 글로벌 가치 사슬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한전은 1995년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성능 복구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아시아·중동·중남미 등 전 세계 28개국에서 50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사업 누적 매출액은 원자력 발전 사업을 포함해 약 35조원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신사업 개척 등 해외 시장 사업 기회 확대를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해외 최초 태양광발전소 준공…신재생에너지 사업 확장

한전은 2017년 12월 일본에서 해외 최초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했고, 필리핀·괌·멕시코 등에서 태양광발전소 건설·운영 계약을 따내는 등 해외 전력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전은 LG CNS와 컨소시엄을 맺고 2017년 6월에 괌 전력청이 발주한 ‘태양광+ESS(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 건설 및 운영 사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태양광 발전 60MW(메가와트)와 ESS 32MWh(메가와트시)를 건설해 25년간 운영하는 ‘BOO’(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후 소유권을 갖고 직접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 사업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국내 최초로 사업을 수주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준공 후 25년간 약 3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2018년 괌 전력청과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으며, 올해 상반기에 금융 종결 및 건설 공사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1년 11월 준공해 상업 운전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한전은 또한 지난해 9월 멕시코 태양광발전소 사업 수주에 따른 확정 계약을 ‘캐나디안 솔라’(Canadian Solar) 측과 체결했다. 이 계약은 한전의 중남미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 계약으로, 총 사업비는 37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이 멕시코 소노라주를 비롯한 3개소에 설비 용량 294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 후, 490억원을 출자해 35년간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17억7000만달러의 매출 창출이 기대된다.

한전은 2018년 12월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칼라타간(Calatagan) 태양광발전소 지분 인수 서명식’을 갖고 향후 추가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솔라필리핀’이 칼라타간 지역에서 운영 중인 5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지분 38%를 한전이 인수해 필리핀 국영송전공사와 장기 전력판매계약을 맺는 사업으로, 향후 18년간 총 318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한전은 2017년 12월에 한전 최초의 해외 태양광발전소인 일본 치토세 태양광발전소(28MW)를 준공하기도 했다. 치토세 발전소는 28MW의 태양광발전과 13.7MWh의 ESS 설비가 결합된 ESS 융·복합형 태양광발전소다. 한전은 이 사업의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준공 이후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해 홋카이도 전력회사에 약 3174억원의 전력을 판매할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의 내몽고 새한패 풍력발전단지. 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중국서 신재생 발전단지 운영…요르단선 풍력사업

한전은 2004년 중국 대당집단과 풍력발전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2006년 말 내몽고 새한패 발전단지를 준공했다. 이후 2009년 5월에 감숙 옥문의 2기 발전단지를 세웠고, 2010년 4월에는 요녕 객좌중삼가 발전단지를 준공했다.

한전의 중국 내 신재생 발전단지 사업 투자 지분은 40%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내몽고 지역에 총 740.5MW, 요녕성 지역에 총 177.5MW, 감숙성 지역에 총 98.8MW 등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세 지역에서만 총 22개 풍력발전 단지, 1016.8MW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한전은 2017년 12월 말부터는 요녕성 객좌 태양광발전소(7MW)의 생산을 개시해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상호 보완을 통한 효율적인 신재생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한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으로 2018년 말 기준으로 중국 발전 설비 가운데 신재생 발전 비중은 18.9%(풍력 9.7%, 태양광 등 9.2%)에 달한다.

한전은 지난해 10월에는 요르단 후세이니아시에서 푸제이즈 풍력발전소(89.1MW) 준공식을 가졌다. 이 사업은 한전이 지분 100% 투자로 사업 개발 단계부터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단독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한전이 중동에서 추진한 최초의 풍력 사업이기도 하다.

한전은 2013년 요르단 에너지광물자원부가 국제 경쟁 입찰로 발주한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2015년 12월 전력판매계약 체결, 2016년 12월 재원 조달 성공에 이어 지난해 7월 성공적으로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한전은 향후 20년간 발전소 운영을 통해 투자 수익을 회수하는 데, 약 5억7000만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

한전은 푸제이즈 풍력발전소 준공으로 요르단에서만 알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373MW, 2012년 2월 준공), 암만아시아 디젤내연 발전소(573MW, 2015년 4월 준공) 등 세 곳의 발전소를 운영하게 됐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도입 '온힘'

한전은 신기후 체제와 에너지 신사업 분야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존 석탄 화력 중심에서 신재생,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 해외 사업 먹거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실제 한전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18년 대비 약 58% 증가할 전망으로, 중국, 인도 등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산업화를 통한 전력 수요 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신기후 체제 출범으로 세계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40년 전체 발전 설비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이 각각 1위와 4위의 발전 전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2, 3위는 가스와 석탄이다.

한전은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국내 기업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해외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자재 제작사, 민간 건설사, 정책 금융 기관 등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동반 진출해 국부 창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또한 원가를 반영하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도입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가를 적기에 반영하는 요금 제도는 한전 경영뿐만 아니라, 국가, 전기 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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