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웨이퍼용 폴리실리콘 중 순도 낮은 것으로 태양광셀용 웨이퍼 생산

폴리실리콘, 태양광셀 제조과정 중 화학물질 사용하지만 타 산업대비 낮아

태양광모듈에서 독성물질 분류 중금속 비중 0.06~4% 수준, 관리대상 아냐

태양광산업에 대해 때아닌 시시비비가 불거지고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과정이나 태양광셀 제조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태양광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화학물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 외 원전, 석탄발전, 조선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며 오히려 재생에너지에 쓰이는 화학물질은 수가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OCI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태양광산업이 화학물질과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에 반대하는 일부 활동가들이 폴리실리콘과 태양광셀 제조 과정에 대규모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사용된다며 태양광이 결코 친환경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세력이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주장대로라면 반도체 산업도 전폐해야한다는 논리 비약에 빠진다는 점에서 어처구니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태양광산업과 한뿌리인 반도체산업은 그 보다 많은 수의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양광셀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은 여타 산업대비 수가 큰 폭으로 적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모듈에 포함되는 중금속의 비중은 0.06~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도체와 태양광은 본래 한뿌리…폴리실리콘 순도에 따라 용도 달라져

반도체산업과 태양광산업은 비슷하다.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이라고 부르는 덩어리를 만들고 이 덩어리를 감자칩처럼 얇게 저며 웨이퍼를 만들고 다시 웨이퍼로 각각 반도체칩과 태양광셀을 만든다.

폴리실리콘이 반도체칩과 태양광셀로 서로 다른 운명으로 갈리는 이유는 순도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의 주요 성분은 규소라고 불리는 실리콘(Si)인데 이 실리콘의 순도가 99.9999%인 것이 태양광셀용이고 99.999999999%인 것이 반도체용이다.

결국 폴리실리콘에 포함된 규소 순도가 반도체와 태양광셀의 차이인 셈이다.

태양광셀의 규소 순도를 표기할 때 숫자 9가 소수점과 상관없이 6개이기 때문에 태양광셀용 폴리실리콘 순도를 6N이라고 표기하고 반도체용인 경우 11개이기 때문에 11N이라고 쓴다.

폴리실리콘을 만들 때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폴리실리콘 제조방식은 여러 종이 있지만 지멘스 공법이 가장 많이 적용된다.

지멘스 공법은 금속실리콘을 염소(HCl)와 반응시켜 기체 상태의 염화실란(일명 ‘모노실란’)으로 만들거나, 25℃에서 증류시켜 삼염화실란(TCS) 기체로 만든다. 이들 기체를 ∩ 모양의 실리콘 막대(Rod)와 반응시켜 폴리실리콘을 얻는다.

이때 실리콘 막대(Rod)에 강한 전기를 가해 1100℃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이 매우 많고, 설비 투자비가 높다.

이 점은 에너지전환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태양광이 친환경적이지 않는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염화실란이나 삼염화실란에 염소(Cl)이 사용되는데다가 전력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폴리실리콘 가운데 순도가 높은 것은 반도체 제조에 쓰인다는 점이다. 공통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결국 폴리실리콘 제조 시 전력과 화학물질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일은 반도체산업도 친환경적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태양광용 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모습 사진=한화 제공

◇태양광용 웨이퍼 공정 비슷한 반도체 웨이퍼 작업에 화학물질 더 많이 쓰여

제조된 폴리실리콘을 녹여 잉곳을 만들고 이를 얇게 해 웨이퍼를 만들 때도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실제 2012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반도체 산업 근로자를 위한 건강관리 길잡이'에는 훨씬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기록돼 있다.

이 책자에 따르면 웨이퍼 제조 작업에 '암모니아, 아르신(삼수소화비소), 포스핀, 디클로로실란, 불소, 수소, 일산화질소, 아산화질소, 옥시염화인, 실란, 세척액(이소프로필알콜, 불산등)'이 사용된다. 웨이퍼 가공라인과 칩 조립라인에서 각각 98개, 53개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반면 태양광셀용 웨이퍼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은 수산화나트륨, MBC 7810, DREWGARD2015 등 3종의 유해화학물질과 1-파이퍼디탄올, 2-에틸사노익에시드, 5-클로로 2-메틸 4-이소티아조린-3원, 에탄올, 소디움하이드록사이드 등이 전부다.

환경부의 화학물질조사결과 정보공개시스템은 태양광용 웨이퍼 제조사 웅진에너지가 이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태양광산업에 단순히 화학물질이 사용된다는 이유를 명분으로 삼는데 이런 논리라면 반도체산업도 접어야한다. 게다가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은 태양광셀용 웨이퍼 제조과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보다 많다.

화학물질은 원자력, 화력발전을 포함한 전 산업에 쓰인다. 따라서 화학물질을 사용을 이유로 태양광산업을 반대한다면 원자력도 화력발전도 사용해서도 안 되고 조선산업에서도 철수해야한다는 해괴(?)한 논리가 성립된다.

◇ 폴리실리콘 제조에 화학물질 많이 쓰이지만 재생에너지용 화학물질 전반적으로 적어

실제로 태양광산업에 쓰이는 화학물질의 수는 다른 중공업에 쓰이는 것보다 비슷하거나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의 화학물질조사결과 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 군산공장이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의 수는 32종이었다. 화학물질관리법 상 유독물질은 24종, 제한물질 2종, 금지물질 0종, 사고대비물질 11종이었다.

태양광셀용 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는 3종의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고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 2종을 사용하고 있을뿐 제한물질, 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은 없었다.

반면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두산중공업은 26종의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고 유독물질 23종, 제한물질 3종, 금지물질 0종, 사고대비 물질 10개를 사용하고 있다.

요컨대 태양광산업에서 폴리실리콘을 만들 때 필요한 화학물질은 원자력발전, 석탄발전보다 많지만 큰 차이는 없고 태양광셀용 웨이퍼를 만드는 과정은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수의 화학물질을 사용됨을 알 수 있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인 풍력도 다른 산업보다 화학물질을 덜 사용한다.

현대중공업 풍력발전기군산공장은 1종의 유해화학물질, 4종의 유독물질뿐이다. 제한물질, 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은 전무하다.

반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경우 82개의 유해화학물질과 12종의 유독물질, 4종의 사고대비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용 웨이퍼. 반도체 웨이퍼처럼 제조과정 중 화학물질이 쓰이지만 쓰이는 화학물질의 수가 적다. 사진=한화 제공

◇ 태양광모듈에 포함된 중금속 논란도 과장

에너지전환에 반대하는 일부 활동가들은 태양광모듈에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심하면 태양광모듈이 독성 폐기물이 원전 폐기물의 300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또한 과장됐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태양광모듈은 결정질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태양광셀을 사용된다. 부품으로 강화유리와 폴리머 필름, 알루미늄 프레임 등을 사용한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모듈에서 강화유리의 비중이 76%로 가장 크고 태양광 모듈의 뒷면에 붙여지는 필름이 10%, 알루미늄 프레임 8%, 실리콘(솔라셀) 1%, 기타 구리-은 등이 소량 사용된다.

질량기준으로 90% 이상이 유리, 폴리머와 알루미늄인데 이들은 독성물질이 없는 폐기물이다. 독성물질로 분리되는 것은 4% 정도로 주석이나 납이 주성분이다. 주석과 납은 태양광모듈 재활용 시 분리돼 사용된다.

권 연구원은 “태양광 모둘의 독성 폐기물이 원전 폐기물보다 300배 이상이라는 주장은 데이터 왜곡”이라며 “특히 태양광모듈 전체를 독성폐기물이라고 가정한 것은 왜곡 정도가 심하다”고 말했다.

세종대 연구위원인 이성호 박사는 독성물질의 비중을 0.06%로 더욱 낮춰보고 있다.

이 박사에 따르면 태양광셀 60개가 부착된 무게 20kg의 태양광셀 제조에서 2g, 태양광모듈 제조에서 10g 사용되고 있어 태양광모듈 전체의 0.06%에 불과하다.

이 박사는 “원료 수급에서 폐기까지 전과정평가(LCA)에서 0.1%의 이하의 함유 물질은 의미가 없고 환경부 독성 폐기물 물질 관리 기준에서도 관리대상이 되지 못하는 양”이라고 밝혔다.

폴리실리콘 공장. 사진=한국실리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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