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루밍 반대 개념…온라인서 알아보고 오프라인서 구매
유통업체들 '역쇼루밍족' 모시기 나서
  •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역쇼루밍족이 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서모 씨(30)는 얼마 전 새로운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화장품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어떤 제품이 피부에 맞을지 찾아본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각종 제품 후기를 읽어봤다. 후기를 읽던 중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한 서 씨는 직접 매장을 찾아 화장품을 발라보고 그 자리에서 결제에 나섰다. 가격이 온라인보다 조금 비싸 고민했지만, 천천히 따져보니 배송비도 들지 않는데다 각종 사은품이 제공되어 사실상 별다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품 품질에 더욱 신뢰도 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약간이라도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쇼루밍'이 몇 년 새 친숙한 소비 트렌드가 됐다. 쇼루밍이란 오프라인 매장을 마치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쇼룸)처럼 이용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쇼루밍족도 함께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 씨의 사례와 같은 역쇼루밍(Reverse-Showrooming)이 또다른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역쇼루밍은 쇼루밍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온라인에서 제품에 대해 알아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웹루밍'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가 2013년 말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63%가 쇼루밍을, 65%가 역쇼루밍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해 해리스 폴 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절반 정도가 쇼루밍을 경험한 반면, 거의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역쇼루밍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6월 칸타월드패널이 국내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가 쇼루밍과 역쇼루밍을 넘나드는 소비자로 나타났다. 이 중 제품 또는 상황에 따라 쇼핑을 쇼루밍으로 하기도 하고 역쇼루밍으로 하기도 한다는 응답자들이 40%에 달했고, 역쇼루밍만 하고 쇼루밍은 하지 않는 응답자들도 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역쇼루밍족'이 됐을까. 평소 이같은 쇼핑 방식을 즐긴다는 이모 씨(35)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먼저 검색해 보고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을 찾으면 일단 구매한 제품에 실망할 확률이 줄어든다"면서 "또 배송비는 아끼면서 잘하면 온라인보다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거나 다양한 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쇼루밍족의 증가로 매출이 하락하면서 온라인과 가격을 비슷하게 책정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업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급히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에도 온라인을 통해 충분히 상품을 비교해 보기는 하지만, 2~3일씩 걸리는 배송을 기다리기 어려워 매장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밖에 LG경제연구원 김민희 책임연구원은 역쇼루밍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온라인에서 검색은 하지만 구매는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온라인 구매 기피 유형'도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소비에 신중한 중년층으로, 매장과 온라인의 물건은 품질이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상황이 이렇자 유통업체들은 역쇼루밍족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는 ‘스타일난다’ 등 인기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매장 내에 대거 입점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고른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새로운 쇼핑 형태를 창출해 냈다. 롯데백화점 본점 2층에는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해외직구 편집 매장인 ‘비트윈(BETWEEN)’이 지난해 하반기 문을 열었다. 온라인 직구(직접구매)와 유사한 가격으로 물품을 살 수 있으며 물건을 직접 보고 반품·교환도 가능해 직구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온라인 상에서 발견한 제품을 매장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비트윈은 오픈 전 목표보다 110%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종합 쇼핑몰 롯데닷컴은 스마트폰으로 백화점 제품을 검색해 주문하고 매장에서 수령하는 ‘스마트픽 2.0’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을 다시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힘을 썼다.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날짜에 매장에서 주문한 제품의 색상이나 사이즈를 확인하고 구매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교환 가능하다. 매장 직원 상담이나 수선 등 일반적인 백화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경우에도 온라인 쇼핑몰과 모바일 앱에서 고른 상품을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는 ‘픽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역쇼루밍족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포털업체 네이버는 패션, 식품, 리빙 등 전국 각지, 다양한 분야의 오프라인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샵윈도’를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백화점, 아울렛, 유명 거리 옷 가게 등 오프라인 매장의 소식과 상품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페이지다. 모바일 상으로도 상품 결제가 가능하지만 샵윈도를 통해 제품 할인 내용을 확인하고 직접 매장에 방문해 구매하는 역쇼루밍족도 많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농식품정보누리’는 매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주요 농식품 가격 비교가 가능한 ‘알뜰장보기’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알뜰장보기에서는 쌀, 마늘, 삼겹살 등 32가지 주요 농수축산물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도 확인할 수 있어 온라인 가격비교를 즐기는 역쇼루밍족에게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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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5/01/23 08:29:10 수정시간 : 2020/02/12 17: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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