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균씨 ‘은퇴자의 예술 따라가기’ 출간

노년기 풍성하게 해주는 예술덕후 도전기

30여년 동안 금융맨으로 일했던 김영균 씨가 자신의 예술덕후 도전기를 담고 있는 ‘은퇴자의 예술 따라가기’를 출간했다. 사진=김영균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이제 웬만하면 90세까지 살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태어나서 30여년을 배우고 익힌 뒤, 그걸 바탕으로 30여년 동안 경제생활을 합니다. 진짜 문제는 현역 은퇴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남은 30여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저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반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30년+30년+30년’으로 봤을 때, 정작 공부하고 직장을 잡는 것보다 마지막 30년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김영균 씨는 1947년생이다. 고희를 훌쩍 넘어 올해 75세다. 금융감독원, 증권사 등 금융계에서 30여년 일한 뒤 지난 2008년 ‘리타이어(retire)’했다. 61세 때였다. 오랜 밥벌이에서 탈출했는데도 오히려 마음이 어수선했다. 나름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허탈감, 상실감, 무기력 따위가 복합된 감정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단단하게 마인드를 지탱시켜준 것이 ‘예술’. 그가 최근 ‘은퇴자의 예술 따라가기’(바른북스·540쪽·1만8000원)를 출간했다. 30년 금융맨이 ‘30년 예술가’로 살아가는 도전을 담았다. 10여년 넘게 아트 모드로 살아오면서 배우고 깨달은 내용이 진솔하게 펼쳐진다. 예술 덕후의 자기고백이다.

30여년 동안 금융맨으로 일했던 김영균 씨가 자신의 예술덕후 도전기를 담고 있는 ‘은퇴자의 예술 따라가기’를 출간했다. 사진=김영균
먼저 김영균 씨는 늦깎이로 수채화, 사진, 서예를 취미로 삼아 10여년 넘게 연마했다. 타고난 재능이 별로 없어 진척은 매우 느렸지만 꾸준했다. 무뎌진 자기 감각을 추스르고 삶과 예술을 새롭게 즐긴다는 보람으로 ‘가르쳐 주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또한 산천 유람 대신에 펜과 노트를 들고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각지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섭렵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미술사를 공부하고, 중국·러시아의 문학사조도 열심히 배웠다,

저자는 예술이 결코 값비싼 취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만만찮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국공립 미술관, 대안 전시회 등에서 손쉽고 간편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눈이 없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팸플릿에 소개된 내용을 한번 읽어본 뒤 그저 가슴으로 느끼면 된다고 설명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보면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한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85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큰 청새치를 낚습니다. 예술을 배우는 기쁨도 바로 이런 겁니다. 매일 매일 저는 큰 청새치를 한 마리씩 잡고 있는 셈이죠.”

5년 전 첫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축하해주러 온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역시 재주를 타고나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자는 이를 단호하게 부인한다. 그는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지식이 없어도 예술작품을 보고 느끼며, 또한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라며 “우리는 모두 잠재적 예술가다”라고 단언한다.

책갈피마다 보물들이 반짝인다. 몇 쪽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는 내용이 많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탐방에서는 우리의 서낭당, 솟대, 당산나무 문화와 너무나 흡사한 공통점을 발견하며 전율을 느낀다. 또한 ‘선녀와 나무꾼’ ‘심청과 인당수’ 설화 역시 바이칼 주변에 널리 퍼져있어 문화 동질성을 확인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숨어있는 예술창조의 탤런트가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결론은 멋진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노년기의 기억체계는 밀려드는 새 지식을 쌓기보다는 살아온 궤적과 경험치에 대한 가중치를 증가시키는 연륜이라는 큰 보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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