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청 공연장서 무료 개최...소프라노 강수연·윤현지 등 출연

‘솔리스트디바’는 일제 강점기 위안부 소녀들의 아픈 삶과 애절한 우정을 담은 이재신의 창작 오페라 ‘점례와 영자’를 12월 11일 세계 초연한다. 장수동 연출이 출연자들과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솔리스트디바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소녀상 제막식 현장에 나타난 점례는 눈물을 흘린다. 그 소녀상은 자신이기도 하며, 또 어릴 적 같이 놀던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숨기고 살았던 점례는 옛날을 회상한다.

1941년 겨울, 점례와 영자는 김사장에게 속아 위안부인지도 모르고 일을 하러 중국으로 간다. 이들보다 먼저 중국에 온 소녀들은 두 사람에게 위안소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중국 사람과 결혼하면 그곳에 잡아둘 수 없다고.

점례는 위안소에서 소녀들의 검진을 맡은 젊은 중국인 의학도 장웨이를 유혹하려 하지만, 장웨이는 영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 이 순간 점례와 장웨이의 대화를 엿들은 일본군 대위 마사토는 점례를 처단하려 하고, 영자는 그런 마사토를 제지하다 우발적으로 마사토를 죽이게 된다. 충격으로 그만 미쳐버린 영자도 곧 김사장의 칼에 베어 숨을 거둔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흘렀다. 점례는 오늘도 곶감을 들고 소녀상을 찾아간다. 그리고 과거 친구들과 재회한다. 점례는 조용히 말한다. “영자야 미안해!”>

‘솔리스트디바’가 일제 강점기 위안부 소녀들의 아픈 삶과 애절한 우정을 담은 이재신의 창작 오페라 ‘점례와 영자’를 세계 초연한다. 오는 11일(토) 오후 2시와 7시 두 차례 대전 동구청 공연장에서 공연한다. 전석 무료다. 솔리스트디바는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 성악가들로 구성된 단체다.

‘솔리스트디바’는 일제 강점기 위안부 소녀들의 아픈 삶과 애절한 우정을 담은 이재신의 창작 오페라 ‘점례와 영자’를 12월 11일 세계 초연한다. 사진=솔리스트디바
작곡가 이재신은 미국 땅에 세 번째로 세워진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 2주년(2019년)을 기념해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으며, 몇 곡의 아리아와 이중창 등 대략적인 얼개를 구성해 그해 6월 미국에서 ‘맛보기 공연’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서울 국제아트홀 이재신 작곡 발표회에서 역시 아리아 몇 곡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남자 캐릭터와 여러 다른 등장인물을 보강해 대본을 새롭게 쓰고, 노래와 음악 또한 더 정교하게 다듬어 1시간 40분짜리 완전히 오페라로 완성해 세계 초연한다.

울컥한 아리아들이 많다. 시대의 슬픔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낯선 중국으로 떠나는 열여섯 살 영자의 설렘 가득한 ‘내 이름은 이영자’는 곧 닥칠 불행을 예상하지 못한 채 천진난만하게 부르는 노래다. 그래서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영자가 점례를 보호하기 위해 일본군 장교를 칼로 찔러 죽인 뒤 하얀 치마에 빨간 피가 흥건히 묻은 채 “내가 사람을 죽였어 / 아니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 그래, 난 짐승을 죽인거야”라며 절규하는 장면은 목이 멘다.

‘솔리스트디바’는 일제 강점기 위안부 소녀들의 아픈 삶과 애절한 우정을 담은 이재신의 창작 오페라 ‘점례와 영자’를 12월 11일 세계 초연한다. 사진=솔리스트디바
연출 장수동, 지휘 김동혁, 음악감독 한상일·박혁숙, 기획 노현상이 제작에 참여했다. 연주는 대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박점례 역에 소프라노 강수연, 이영자 역에 소프라노 윤현지, 장웨이 역에 테너 권순찬, 김사장 역에 바리톤 유승문, 마사토 역에 테너 윤부식, 예산댁 역에 메조소프라노 구은서, 노인 점례 역에 소프라노 윤미영, 간난이 역에 소프라노 신수정, 순이 역에 소프라노 고지완, 미경이 역에 메조소프라노 이호정이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슬픈 선율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기교가 섞인 복잡한 음악보다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이재신 작곡가는 “현대 오페라는 작곡가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음악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공연은 일반인들이 듣기 편할 수 있도록 스토리에 이입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영신 솔리스트디바 단장은 “우리가 여성음악인 단체인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음악을 통해 이해하고 심취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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