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트니 지휘로 ‘어벤저스 SIMF오케스트라’ 연주

임선혜·국윤종·사무엘윤 등 솔로이스트 5명 협연

류재준의 신작 ‘교향곡 2번’이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에서 연주된 뒤 작곡가 류재준, 지휘자 랄프 고토니가 출연자들과 함께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울국제음악제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포디움에 서기 전 랄프 고토니는 “엄청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했지만, 오히려 과장되지 않은 소박한 몸짓이 더 매력적이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처럼 성악을 포함하고 있으니, 악성이 남긴 불멸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의 성격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전체적으론 더 업그레이드됐다. 악기편성, 솔로이스트, 합창의 사이즈가 벌크업됐다.

첫 번째 악장에서부터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더니 두 번째 악장에서 소프라노 임선혜와 이명주가 대작의 맛을 살짝 보여줬다. 그리고는 세 번째 악장을 거쳐 마지막 네 번째 악장에서 거대한 폭풍이 한꺼번에 몰아쳤다. 메조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국윤종, 베이스 사무엘윤 등 다섯 명의 솔리스트들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가사로 삼아 노래했다. 그리고 두 합창단(국립합창단·수원시립합창단)의 보이스까지 보태졌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에서 출연자들이 류재준의 신작 ‘교향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서울국제음악제
SIMF오케스트라는 대단했다.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뭉쳐 결성한 페스티벌 관현악단의 실력을 뽐냈다. 지난해에 이어 3관 편성이라는 더 큰 규모로 확대돼 풍성한 사운드를 쏟아냈다. 바이올린 파트가 26명, 호른 연주자도 6명이나 됐다.

‘어벤저스 오케스트라’는 황홀하고 웅장한 음향을 쉴 새 없이 투척했다. 견디기 힘든 고난의 시간을 넘어 기필코 승리하는 인간의 의지가 선율 속에 담대하게 숨어 있었다. 짙은 먹구름 속에서 결국 찬란한 햇살이 쨍하고 비쳤다. 오랜만에 감동의 소름이 돋았다. 여기저기서 기립박수가 터졌다.

류재준(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작곡한 신작 ‘교향곡 2번’이 2021서울국제음악제 개막음악회 ‘종소리’를 빛냈다. 23일(토)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75분 가량 연주된 ‘교향곡 2번’은 절망과 슬픔을 넘어서는 감동 메시지를 전해줬다. 그냥 앉아 듣기만 했을 뿐인데 2년째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극복 파워 드링크를 저절로 마신 느낌이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1서울국제음악제에서 라도반 블라트코비치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있다. 사진=서울국제음악제
2부를 장식한 ‘교향곡 2번’에 못지않게 1부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시대의 호르니스트 중 독보적 위치에 있는 라도반 블라트코비치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그가 숨결을 불어 내는 부드러운 음향과 힘찬 소리는 엑설런트 그 자체였다. 멈추지 않는 박수에 화답해 생상스의 ‘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를 앙코르로 들려줬다.

한편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놀이동산’을 주제로 오케스트라부터 실내악까지 다양한 편성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JCC아트센터,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며 모든 공연 시작 전 20분여간의 프리렉처(Pre-Lecture)를 진행해 관객들의 감상을 돕는다. 또한 친환경 공연을 위해 종이 프로그램 북을 없애고 대신에 온라인 프로그램 북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예매는 서울국제음악제 홈페이지, 인터파크,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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