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저자의 첫 감성 에세이

[데일리한국 문병언 기자] 언론인 출신 한기봉 씨가 아픈 청춘과 여전히 청춘인 중년에게 보내는 첫 감성 에세이 '바람이 내 등을 떠미네'를 내놓았다.

이 책은 평생 언론계에서 뾰족하게 세상을 바라봤던 사람이 아재의 나이에 한 남자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가장이자,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와 세상과 유려하게 수작하는 감성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비로소 온전하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앞을 머뭇거리고, 옆을 두리번거리고, 뒤를 기웃거리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결국 자신의 천적은 자기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글은 내면의 끊임없는 기척이자 얼룩이자 곡비이자 숨비소리라고 표현했다. 그가 스스럼없이 내뱉은 독백은 희로애락을 견디며 살아온 이 시대 중년의 보편적 정서와 성찰이 담긴 연대의 손짓이기도 하다.

저자는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진 60여 개의 글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사에 대한 단상, 생활 속의 사적 경험, 주변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 가족, 남자와 여자, 젊음과 늙음, 세월과 계절, 자유와 구속, 시와 노래,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관한 생각까지 관심사는 다양하게 펼쳐진다.

세상살이에 얽힌 단상을 풀어낼 때는 지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권위와 인습에서 비롯된 문제를 언급할 때는 뾰족하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가족과 시, 그리고 떠나간 봄날과 11월의 소멸을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쓸쓸하고 감성적이다. 피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는 짐짓 무덤덤하며, 일상의 소소한 기쁨 앞에서는 사사롭고 부드럽다.

얼핏 결이 달라 보이는 이 다양한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에는 세상사에 관심을 두고 자기 내면을 성찰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힘이 담겨 있다.

저자 한기봉은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30년간 하며 여러 부류의 인간과 세상 요지경을 봤다. 팩트보다 맥락, 사실보다 진실, 보이는 것보다 숨어 있는 걸 보려는 습성이 생겼다. 보수냐 진보냐 물으면 그냥 무책임하게 휴머니스트라고 대답한다.

체질적으로 권력과 권위와 인습과 가부장적인 걸 싫어한다. 비가 오면 양철 지붕 아래 선술집에서 노가리 뜯으며 소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시와 그림과 가요를 사랑하는데 18번은 '낭만에 대하여'다. 생각은 많으나 별 대책 없는 중년의 사내다.

지은이 한기봉/디오네/320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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