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올해 창립 52주년을 맞이한 금호석유화학이 합성고무·합성수지 등 주력사업 강화와 ESG 경영전략 확립 등 미래성장 발판을 다지며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지난해 7월 발간한 '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제적인 투자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ESG 경영환경 속에서 차별적 가치창출 전략을 수립하겠다"며 "지난 50년을 이어 온 우리의 저력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50년을 이끌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영 방침은 'NEXT MOVE'다. 'New(혁신)', 'EXperience(경험)', 'Together(모두와 함께)'를 함축한 문구로, 지난 5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며 뉴노멀 시대의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한국합성고무공업으로 출범…글로벌 석유화학사로 성장

1970년 한국합성고무공업으로 출범한 금호석유화학은 1985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세계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합성고무 사업을 중심으로 합성수지, 정밀화학, 나노탄소, 에너지, 건자재 등 사업을 다각도로 전개하며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거듭났다.

자동차, 타이어 산업의 발달과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합성고무 생산을 시작한 금호석유화학은 SBR과 BR 등 범용 합성고무 분야 세계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라텍스 장갑의 원료로 사용되는 NB라텍스 분야의 세계최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세계최초, 세계유일의 연속 중합 방식을 채택, 높은 생산성과 품질 균일성 및 고강도 성능이 특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또 다른 대표 사업은 기초 유분을 원료로 해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의 주원료가 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합성수지 부문이다. ABS, HIPS, SAN, EPS, PPG 등이 주요 제품이다. 합성수지의 주요 용도는 자동차, 가전, 식품용기, 건축 자재, 생활 잡화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 ESG 경영과 소재 안전 기준 강화에 따라 친환경 제품 수요가 늘면서 금호석유화학은 합성수지 제품 라인 강화뿐 아니라 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합성고무·합성수지 외에도 정밀화학(노화방지제·가황촉진제·페인트 첨가제), 나노탄소(탄소나노튜브), 에너지(여주산단 입주사에 전기·증기·정제수 공급), 건자재(ABS·PVC·AL 창호) 등 6가지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상반기에 이어 3분기까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등 주요 제품의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매출 1조8545억원·영업이익 6125억원)와 2분기(매출 2조1991억원·영업이익 7537억원)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연달아 거뒀다. 3분기에는 매출 2조2363억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동남아 지역 코로나19 확대로 인한 가동률 조정으로 판매량이 소폭 감소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하락했지만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내부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선택이 아닌 필수"…ESG 경영 강화

금호석유화학의 ESG위원회는 지난해 9월 ESG 비전과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방향과 중점 영역 등을 발표했다. 앞서 조직 개편을 통해 ESG 전담 조직인 'ESG 경영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ESG 경영전략 추진을 위한 내부 작업도 마쳤다.

ESG 비전의 핵심 전략은 △기후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경영 프로세스 고도화 △사회적 가치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 운영 △지속가능경영 확산을 위한 ESG 관련 비즈니스 발굴 및 사업화 추진 등으로 요약된다.

금호석유화학 ESG 비전.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은 ESG 관련 리스크와 비즈니스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관리하면서 ESG 경영의 기획과 실행,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ESG 경영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ESG 경영 기반 항목으로는 △ESG 경영 관리 고도화 △ESG 정보 관리 및 공시 △ESG 운영 체계 확립 △컴플라이언스·리스크 관리 등이 포함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이해관계자들에게 통합된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신뢰받는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등 ESG 전반의 핵심 공시 지표를 선정했다. 또한 2050 탄소중립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및 이행 로드맵을 올 상반기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실험 물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폐플라스틱·쌀겨'로 친환경 소재 개발 박차

금호석유화학은 폐플라스틱과 쌀겨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탄소·친환경 시대에 맞는 제품 다변화로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원료 '재활용 스티렌(RSM)'을 제조해 자사의 고성능 합성고무(SSBR)에 적용한 'Eco-SSBR'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해외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RSM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RSM은 폐폴리스티렌(폐PS)을 열분해 처리해 얻은 친환경 원료다. 폴리스티렌은 유제품, 일회용 컵 뚜껑 등 식품용기와 농수산물 포장 트레이, 가전제품 포장용 스티로폼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플라스틱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SSBR은 타이어의 마모·연비 성능을 향상시킨 고성능 합성고무다. RSM을 원료로 활용한 Eco-SSBR을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국내외 타이어 제조사와 신발 메이커 등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연간 SSBR 생산능력은 6만3000톤으로, 내년 말까지 약 2배 수준인 12만3000톤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쌀겨를 이용한 친환경 합성고무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근 제조 기술 업체와의 업무협약(MOU) 및 국내외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 실리카를 적용한 친환경·하이엔드 합성고무 복합체 사업에 착수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새로 사용할 실리카는 쌀겨 추출물을 활용한다. 탄화된 쌀겨의 재에 90% 이상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상태의 실리카를 실리케이트로 전환한 후, 이를 다시 석유화학 제품에 사용 가능한 바이오 실리카로 가공해 사용한다.

기존 규사(석영 알갱이) 기반 실리카는 규사를 채취·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 반면 쌀겨 가공 공정은 에너지 효율이 높아 기존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2공장 야경.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소재 상업화 성공

금호석유화학은 우수한 전기적, 열적, 기계적 특성을 가지는 꿈의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를 개발·생산해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 전자, 자동차 등 관련 산업 분야에 공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CNT는 적용 용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무·수지 제품과 복합화한 고기능성 응용 제품군도 지속적으로 개발·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CNT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인 이차전지 분야 시장 진입 및 상업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글로벌 친환경 기조에 따른 전기차 시장의 고속 성장과 함께 이차전지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전기차 주행거리, 충·방전 효율 향상을 위해 CNT를 적용한 이차전지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차전지 업계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품질의 CNT 소재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했다"며 "최근 개발한 이차전지 양극용 CNT 소재(Knaos 500TL)는 '철이 없는(Fe Free)' 제품으로 ppb 수준의 자성이물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품질을 확보했고, 현재 주요 이차전지 업체들을 대상으로 상업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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