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장서희 변호사] 2017년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관객수 1441만명으로, 현재까지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후속편인 '신과 함께-인과 연' 역시 122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시리즈 전편이 천만 관객의 흥행을 거둔 거의 유일한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되자 관객들의 큰 호응이 이어지면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큰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어느덧 한국 영화에서는 웹툰을 원저작물로 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웹툰은 하나의 장르인 동시에 다른 장르에 있어서는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원소스멀티유스(OSMU)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웹툰으로부터 파생한 2차적 저작물은 비단 영화에 한정되지 않는다.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나 'D.P.', 텔레비전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과 같이 다양한 콘텐츠들이 웹툰을 원작으로 해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웹툰은 이용의 편리성을 갖춘 모바일 콘텐츠로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 2차적 저작물인 영상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그 원작인 웹툰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관심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덕분에 웹툰의 구독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부가 수익으로 해외 매출액, 2차적 저작물 사용료(판권료) 등이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년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산업 매출액은 약 1조 538억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대비 64.6% 증가한 규모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또한 '2021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의 연수입 평균은 5668만 원, 1년 내내 연재한 작가의 연수입 평균은 8121만 원으로 이 역시 전년 대비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이저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의 경우 정식 연재 중인 국내 작가 700여명의 평균 연수익이 1인당 2억8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웹툰 산업의 호황 이면에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도 있다. 설문에 따르면 작가들 가운데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비중은 52.8%에 달했다. 불공정 계약의 유형은 2차적 저작권/해외 판권 등에 있어 제작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 매출 또는 정산내역 미제공, 적정한 수익 미분배 등이 있다. 작가보다 웹툰을 유통하는 대형 플랫폼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시장 구조상 불공정한 계약이 관철되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계약과 관련된 법률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올해 공포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예술인의 노동과 복지 등 직업적 권리를 신장하며, 예술인의 문화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를 보장하고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법 제13조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행위를 예술인권리침해행위로 규정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술인지위보장법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법률로 천명하였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이 법에 따른 제도적 장치가 치열한 웹툰 시장에서 작가들의 권리 보호에 기여할 지 여부는 법률 시행 후를 지켜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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