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라는 닉네임이 잘 어울리는 영화 ‘마션’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매우 간명하고 강렬한 비속어를 내뱉는 것으로 꽤나 유명하다. 그것은 저 머나먼 우주 공간, 화성에 홀로 남겨진 자신의 기막힌 처지를 비관해서 한 말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망망대해의 무인도에서 눈을 떴더라면 그나마 청정한 공기라도 맘껏 누릴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모두가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와트니는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버젓이 살아남아 화성에서 홀로 눈을 뜬다. 화성 탐사대가 다시 화성에 오기까지는 4년여의 시간이 남겨져 있었다. 그는 심사숙고 끝에 입을 연다. ‘절대 여기에서 죽지 않아.’ 이로부터 화성에서의 생존을 위한 500일간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와트니가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해내고 지구와의 교신에 성공하는 기적들을 일궈내면서 차츰 지구 귀환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우여곡절 끝에 와트니는 결국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던 헤르메스호에 탑승하는 데 성공해 지구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와트니를 지구에 무사히 돌아오게 만든 주역이 미국의 우주기구 나사(NASA)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극중에서 나사에 필적하는 역할을 하는 주체로 중국의 우주기구 국가항천국(CNSA)이 위풍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와트니를 위한 보급선을 실은 나사의 로켓이 폭발해버리자 중국이 자국의 위성발사체 타이양센호(태양신호)를 와트니를 구조하는 데 과감히 투입했던 것이다.

나사의 활약을 조명하는 데 집중하던 할리우드 SF영화에 익숙했던 우리 관객들은 이렇게 국가항천국의 놀라운 위상을 목도하는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중국은 실제로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1톤 이상의 중형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까지 발사할 수 있는 6개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신흥 우주강국이다.

지난 10월 21일 우리나라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아쉽게도 모형 위성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독자 기술로 1톤급 위성을 실은 우주 발사체를 쏘아올린 것만으로도 우주개발 역사상 실로 눈부신 성과라 할 수 있다. 만일 누리호가 모형 위성의 궤도 안착까지 성공했다면 우리나라는 1톤 이상의 위성 탑재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일곱 번째 나라가 됐을 것이다.

우주개발에 대한 열망은 나라 안팎으로 뜨겁지만, 현실적으로는 상상초월의 예산과 긴 시간의 투입을 요하는 분야인만큼 우주개발은 그 무엇보다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최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우주 관련 법률로는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우주개발 진흥법, 우주손해배상법 등이 있는데 이중 주된 우주정책을 관장하는 법률은 우주개발 진흥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우주개발을 체계적으로 진흥하고 우주물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여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적 탐사를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2005년 입법되었다.

오는 1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법률 개정안에서는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지정하고 공공 우주개발 기반시설을 개방하며 우주 기술 이전과 우주 분야 창업을 촉진하는 등의 우주산업 육성책과 더불어 우주정책 최고 컨트롤타워인 국가우주위원회의 본격 지원을 위한 사무기구 설치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누리호가 보여준 절반 그 이상의 성공과 함께 이제 막 정비를 시작한 우주정책을 뒷받침 삼아 우리도 저 먼 마션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는 꿈을 꿔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곳에 홀로 남겨지는 악몽만큼은 가능한 피해야겠지만 말이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학을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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