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SK종합화학의 북미 루프인더스트리 투자. 사진=SK
[편집자주]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정부기관 및 공기업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ESG경영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부각시킨지 1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실제로 ESG와 관련해 기업이 환경 및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어떤 역할을 실행했는지 그 추진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년안에 비재무적 사회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ESG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과 생존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은 국가의 역할에서 기업의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CEO들이 앞장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동력으로 ESG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봤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는 일 년에 한 번 열린다.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모여 그룹 비전과 경영 현황 등을 논의한다. 올해는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조기 추진이 화두로 제시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에서도 ‘환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SK CEO들은 글로벌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자는 넷제로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SK계열사들이 2050년 이전까지 CO2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SK는 2020년 그룹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약 35%, 2040년까지 약 85%를 감축, 기후 대응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탄소 감축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93% 줄여 나가겠다는 것으로 넷제로 달성을 위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실제 SK는 친환경을 중심으로 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ESG경영에 앞서가는 행보를 보여왔다.

SK이노베이션 김준총괄사장 스토리데이. 사진=SK
SK(주)는 지난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목표를 추가로 공개하는 등 환경 분야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SG 사업의 핵심 분야이자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수소 사업을 적극 추진해, 국내 수소 시장 생태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에너지 관련 관계사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수소 에너지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향후 5년간 국내 수소 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약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사업 투자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6월엔 세계 최초로 청록수소 대량생산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사에 투자하면서 ESG경영 핵심 분야인 친환경 수소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만금 SK창업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새만금개발청
SK E&S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기술로 부상 중인 CO₂ 포집기술 연구개발에 나섰다.

SK E&S가 추진하는 친환경 저탄소 LNG 비즈니스의 핵심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는 발전 및 산업체 등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발생되는 CO₂를 포집한 후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육상 또는 해양 지중에 저장하거나 화학소재 등 유용한 물질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가 당분간은 공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CCUS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열쇠다.

SK E&S는 CCUS 기술을 토대로 해외 가스전에서 저탄소 친환경 LNG를 생산해 2025년부터 국내로 도입하고, 이를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등 에너지 사업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SK E&S는 지난 3월, 2012년부터 개발해온 호주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의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면서 CCU 기술을 접목시켜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SK가 개발 중인 바로사-깔디따 가스전은 고효율 설비 도입을 통해 현저히 낮은 CO₂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되며,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 후 인근 폐가스전에 저장할 예정이다. 또 LNG 플랜트 등에서 발생하는 잔여 CO2 또한 탄소배출권을 확보를 통해 전체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CO₂를 100%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CCS 기술 고도화를 통해 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제거함으로써 저탄소 친환경 LNG 시대를 선도하는 사업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SK E&S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씨이텍과 ‘CO₂ 포집기술 고도화 연구개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CO₂ 포집 기술 고도화를 통해 향후 LNG발전과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최소화시키고, 향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저탄소 친환경 LNG 사업 확대와 동시에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 사업도 함께 추진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ESG 주도권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SK E&S는 국내 민간 최대 재생에너지 사업자로 현재 약 2.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운영 중이다.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서도 해외배출권 확보와 연계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전북 새만금개발청이 주관한 수상태양광 200MW 발전사업 수주에 성공했으며, 약 2조1000억원을 투자 유치해 창업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새만금을 국내 대표적인 탄소중립 혁신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새만금 SK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새만금개발청
SK이노베이션도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 7월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를 열고 글로벌 친환경 산업 핵심인 배터리 사업 ‘1테라와트(TW)+α’ 수주 역량에 기반해 그린 사업을 새 성장 축으로 미래 전략을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Green Anchoring -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Green Transformation -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넷 제로 조기 달성 등 크게 3가지를 추진키로 했다.

SK종합화학은 자체적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에 더해 지난 1월 미국 브라이트마크 사와 열분해 기술을 협력키로 하고, 6월에는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사 지분투자를 통해 해중합 기술을 확보했다.

SK종합화학은 2024년까지 브라이트마크와 협력해 울산미포국가산단 내 연 10만톤 처리 규모의 열분해 생산설비를 구축한다. 생산되는 열분해유는 SK종합화학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루프인더스트리와 손잡고 같은 부지 내에 2025년까지 연 8만4000톤 처리 규모의 해중합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SK케미칼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넷제로를 목표로 ESG경영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ESG경영 목표로 △바이오·친환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온실가스 저감 50% 달성 △환경보호를 위한 내부 인프라 구축 △사업장 안전사고 제로 등을 선정했다.

SK케미칼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저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보일러 가동과 같은 직접 배출과 전기·스팀 구매와 같은 간접 배출을 합쳐 약 50만톤 수준이다. 생산 현장에서 사용하는 연료를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LNG로 전환하고 저탄소 공정 도입, 설비 변경 등의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 2030년까지 생산 현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수준인 25만톤을 감축할 방침이다.

또한 원자재 구매, 운송, 폐기 등 사업장 외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한편 K-RE100 가입, 전기자동차 전환 등의 노력을 통해 탄소 중립 비율을 2040년 86%까지 거쳐 2050년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ESG 가치와 부합하는 사업을 대폭 확대한다. 그린케미칼 부문에서는 리사이클 플라스틱, 바이오 기반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한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소재 제품을 그린 포트폴리오로 100% 전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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