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전경. 사진=LG
[편집자주]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정부기관 및 공기업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ESG경영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부각시킨지 1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실제로 ESG와 관련해 기업이 환경 및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어떤 역할을 실행했는지 그 추진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년안에 비재무적 사회활동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ESG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과 생존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은 국가의 역할에서 기업의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CEO들이 앞장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동력으로 ESG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알아봤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LG그룹은 최근 LG,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상장사 9곳과 LG에너지솔루션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감사위원회 권한 및 독립성 강화 등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이 체계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LG 계열사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기업이 해야 할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LG전자, ‘2030 탄소중립’ 이어 ‘2050 RE100’ 선언

LG전자는 최근 ‘탄소중립 2030’을 선언했다. 2017년 배출한 193만톤의 탄소를 오는 2030년까지 50% 수준인 96만톤으로 줄일 계획이다. 생산공정에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고효율 설비와 온실가스 감축장치의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사업을 확대해 유엔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CDM사업은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이를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LG전자는 2015년 가전업계 최초로 고효율 가전제품을 활용한 CDM사업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지난 7월엔 2050년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북미 법인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해외 모든 법인의 에너지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 국내 사업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2030년에 60%, 2040년엔 90%로 단계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에너지스타 인증제품 확대 △다양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 전개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LG전자가 북미시장에 판매하는 제품 가운데 80% 이상이 미국 환경보호청이 부여하는 에너지스타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2019년 판매된 에너지스타 인증제품은 20억 달러를 넘는다.

LG전자는 글로벌 ESG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소유한 FTSE인터내셔널이 만든 사회책임투자지수인 FTSE4Good 지수에 6년 연속 편입했고, 유럽지역에서 지속가능경영 평가지표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EcoVadis 평가에서도 상위 1% 기업에게 주어지는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지난 5월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 내에 연구시설 4개 동을 친환경 건축물로 조성하기 위해 19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하는 등 ESG 관점의 중장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에서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가 적용된 제품 샘플. 사진=LG
◇ LG화학,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비즈니스 모델 혁신

LG화학은 지난해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발표했다. ‘환경과 사회를 위한 혁신적이며 차별화된 지속 가능한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전환 △자원 선순환 활동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의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탄소 배출량이 약 4000만톤 규모로 전망된다. 이를 2019년 배출량 수준인 1000만톤으로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 RE100 추진에 나선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석유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LG화학은 국내외에서 녹색프리미엄제, 전력직접구매 등을 통해 26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했다.

최근 LG화학은 한국형 RE100 제도인 녹색프리미엄제를 통해 연간 120GWh 규모 재생에너지를 낙찰 받았다. 의료용 장갑의 주원료인 NBR 라텍스 등을 생산하는 여수 특수수지 공장과 석유화학 제품 고객사와 협력사를 지원하는 오산 테크센터가 RE100 전환을 달성하게 됐다. 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청주 양극재 공장도 전력 사용량의 30%를 녹색프리미엄제로 조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내 전력직접구매로 연간 140GWh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했다. 이에 중국 장쑤성 우시 양극재공장은 올해부터 재생에너지로만 공장을 가동해, 일반 산업용 전력 대비 10만톤의 탄소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시 양극재 공장에 이어 내년까지 저장성 소재 전구체 공장도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을 검토해, ‘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중국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90% 이상 탄소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다.

또 LG화학은 세계 최대 바이오 디젤 기업인 핀란드 Neste와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고, 바이오 원료를 활용해 친환경 합성수지 생산에 나선다. 화석 원료를 바이오 원료로 대체할 시 동일한 투입량 기준 기존 제품 대비 온실가스를 약 50% 가량 저감할 수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원료 기반의 PO(폴리올레핀), SAP(고흡수성수지), ABS(고부가합성수지), PC(폴리카보네이트), PVC(폴리염화비닐)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내 실질적인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플라스틱 생산,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고 있다.

올해 3월 국내 혁신 스타트업인 이너보틀과과 손잡고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가 완벽하게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양사가 구축하는 에코 플랫폼은 ‘소재(LG화학)→제품(이너보틀)→수거(물류업체)→리사이클(LG화학·이너보틀)’로 이어지는 구조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사용된 이너보틀의 용기만을 회수하는 전용 물류 시스템을 통해 수거한 뒤, 다시 LG화학과 이너보틀이 원료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의 플라스틱 소재만으로 단일화된 용기를 전용 시스템을 통해 수거하고 재활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자원을 빠르고 완벽하게 100% 재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이너보틀이 용기 제조에 사용할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 양사가 공동으로 용기의 생산부터 수거까지 이동 경로를 정교하게 추적할 수 있는 유통망 및 물류 회수 시스템도 만들 예정이다.

한편, LG화학은 1조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친환경 사업 목적의 채권)를 포함해 석유화학과 첨단소재 분야 친환경 투자 위해 올해 상반기에만 약 2조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또 지난 5월에는 배터리 및 친환경 유망기업 육성 펀드인 KBE(Korea Battery&ESG)의 핵심 투자자로 15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트래쉬 버스터즈. 사진=LG
◇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배터리업계 최초 ‘RE100·EV100’ 동시 가입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RE100과 EV100에 동시에 가입했다. RE100의 가입 요건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100% 전환이나, LG에너지솔루션은 20년 앞당긴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키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폴란드 및 미국 공장을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가동 중이다. 한국 오창 및 중국 남경 공장은 물론 신규 투자하는 공장을 포함해 2030년까지 소비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EV100 가입도 진행했다. 동일 단체에서 진행하는 EV100은 2030년까지 기업 소유 및 임대 차량 중 3.5톤 이하 100%, 3.5~7.5톤 50%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는 캠페인이다.

LG사이언스파크에 설치된 스마트 페트병 플라스틱수거함. 사진=LG
◇ LG생활건강, 환경과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기업

LG생활건강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지속가능한 친환경 포장을 구현하기 위해 ‘그린제품 심의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안심센터장을 위원장으로 디자인, 포장연구, 구매, 사업부, 제품기획 부서들로 구성돼 있고 환경안전부문에서 전체 운영을 담당한다.

그린제품 심의협의회는 제품 개발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한 포장재를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그린패키징 가이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린패키징 가이드는 포장재의 중량, 체적, 재질, 재활용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신제품 출시 전 제품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LG생활건강의 평가 척도다.

그린패키징 결과는 용기 감량화, 재질 개선, 재활용성 개선으로 구분해 해당 포장재의 친환경성을 향상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그린제품 심의협의회는 그린패키징 가이드를 현행 법령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제도’와 병행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그린제품 심의협의회를 통해 테크(세탁세제) 및 샤프란(섬유유연제) 제품의 이중캡 높이 축소, 홈스타(주방세제) 750ml 용기 감량화, 히말라야 핑크솔트 펌핑치약의 재활용성 개선 등을 실행해 약 11억원 상당의 포장 폐기물 감소 및 원가 절감 효과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포장재 재질 변경, 용기 감량화, 재활용성 개선 등을 통해 약 2185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대체했고, 플라스틱 사용량 약 152톤을 절감했다. 2018년 8월부터는 모든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성분의 향기 캡슐을 배제해 수(水) 생태계의 보전에 동참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세계적 권위의 ‘2020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평가에서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 지수’에 3년 연속 편입됐다.

DJSI는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측면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지속가능성 평가·투자 지수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 비교와 책임투자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DJSI 월드 등급에 3년 연속 편입된 데 이어 아시아·퍼시픽 등급에 11년 연속, 코리아 등급에 8년 연속 편입됐다.

◇ LG유플러스, 친환경 경영 확대…탄소 배출 절감 노력 지속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그린2020 캠페인’을 통해 그린사업 강화와 온실가스 저배출사업 등에 대해 강조한 데 이어, 올해도 환경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우편 청구서 대신 모바일 및 이메일을 활용한 전자 청구서를 통해 연간 3만6600여 그루의 나무를 살리고 탄소 배출량도 1054여 톤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2월 기준 LG유플러스 고객 중 약 1만525만명이 전자 청구서를 이용 중이다.

IDC 운전방식 및 시스템 변경을 통해 전력 절감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산동IDC 냉각탑 운전방식 변경을 통해 월평균 5만2063kWh의 전력을 절감했고, 논현 IDC에는 외기도입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107만732kWh의 전력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력 절감은 CO2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정류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저감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5G 정류기를 도입·확산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향후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재사용 등 환경 분야에 대한 노력과 관심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LG는 지난 4월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탄소 배출량 감축과 선제적인 수자원 관리 노력 등 기후변화 대응 경영을 적극 실천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발표한 ‘2020 기후변화 대응, 물 경영’ 우수기업에 LG,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가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탄소 경영과 물 경영 부문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고, LG유플러스는 올해 통신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탄소 경영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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