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상대적으로 보험료 비싼 탓에 보통 1억원 내외 보유

드라마 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우리 사회의 구조적 폭력 고발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영화는 허구지만 그 의미와 상징, 대사와 이야기는 감독과 작가 그리고 관객의 현실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자칼럼 ‘영화로운 보험생활’은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 또는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려 한다.]

오징어게임 포스터/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역대 최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했고 94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넷플릭스 총가입자 수가 2억1360명인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것이다.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목숨을 걸고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게임에는 총 456명이 참여하고,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은 1억원씩 불어나 최종 1인에게 456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의 상금 456억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1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원이 불어나기 때문에 참가자 한 명의 가치를 1억원으로 측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한 사람의 목숨을 값으로 평가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금이 이들의 사망보험금이라면 그나마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망보험금 1억원은 익숙한 금액이다. 사망보험금은 생명보험사의 사망보험 또는 손해보험사의 상해보험에 의거해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에 보험수익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계약자의 사망 이후 장례비용 또는 상속의 용도로 사용된다.

사망보험금의 보험료는 다른 담보와 비교해 보험료가 비싼 편이다. 계약자가 유지만 한다면 보험금이 100% 지급되는 담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 최소한의 사망보험금을 가져가기 위해 보통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를 약정한다. 물론 피보험자가 더 많은 사망보험금을 원할 경우 더 많은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재해사망특약을 계약할 경우 피보험자가 갑작스러운 재해로 인한 사망시 추가로 사망보험금을 더 지급한다.

오징어게임의 상금을 참가자들의 사망보험금으로 이해한다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그야말로 30~40대 보통 사람들에게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으면서도, 이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보험료와 보험금인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제공=넷플릭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오면, 참가자들이 치열한 생존게임을 펼치는 중 네 번째 게임인 ‘구슬게임’에서 1번 참가자인 ‘일남’(오영수)은 주인공 ‘기훈’(이정재)에게 ‘깐부’를 제안한다. 깐부는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딱지나 구슬 등 공동관리하는 한 팀을 의미한다.

사실 기훈과 일남뿐만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든 참가자들은 한 팀이자 하나의 운명공동체였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서 이 운명공동체는 깨지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 어린 시절 즐겨했던 추억의 놀이는 생사를 건 지독한 서바이벌이 된다. 주최자는 게임과 룰을 정하고, VIP들은 게임을 관람한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구조다.

오징어게임의 지옥 같은 구조보다 현실은 더 지옥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깐부는 사라지고 경쟁과 독식만 남았다. 깐부가 사라진 현실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됐고 취업난, 주택난 등으로 서민들의 부채는 급증했다. 빈부격차, 불평등, 부채 등은 이 지옥 같은 사회구조를 경직시키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과 언론은 오징어게임의 지나친 폭력성과 잔인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구조적 폭력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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