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 3월26일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동국제강은 본원의 철강 사업에 집중과 수익 극대화 경영활동을 펼친 결과 외형은 다소 줄었지만 높은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중강(中强)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ESG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환경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사회공헌 활동과 노사화합 문화를 계속 발전시켜 100년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부회장은 창립 67주년을 맞이한 지난 7월에는 임직원들에게 "변화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 내재화해 조직의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사람이 동국제강의 원동력"이라며 "ESG 경영 등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기업을 구축하기 위해 개혁과 개선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동국제강 제공
◇ 1954년 창립…국내 최초 민간 철강기업

지난 1954년 설립된 동국제강은 국내 최초 민간 철강 제조기업이다. 1960년대부터 큐폴라로(爐)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쇳물을 만들어 왔다. 이 시기 국내 민간 최초로 50톤 용광로를 운영했다. 현대식 전기로 시대를 연 것도 동국제강이다.

국내 최초로 15톤 교류 전기로를 시작으로 1990년대 초에는 직류 전기로를 도입, 양질의 형강과 철근의 대량 생산시대를 열었다.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 사업에 진출하면서 동국제강의 사업구조는 봉형강류(철근, 형강)와 판재류(후판)로 재편됐다. 2015년 1월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으로 냉연강판 제조·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으로는 철근, 후판, 형강, 냉연강판이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컬러강판을 생산한 동국제강은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의 컬러강판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 패턴과 표면 질감으로 세계최고 수준의 컬러강판을 공급하는 동국제강은 철판에 사진처럼 또렷한 인쇄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프린팅 강판', '항균 컬러강판'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전 세계 컬러강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작년 한해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인해 글로벌 철강사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건설, 조선, 가전 등 철강 수요 산업들이 '펜트 업(억눌렸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 효과를 받으며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동국제강은 탄력적인 판매 생산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동국제강은 연결기준 매출 1조8180억원, 영업이익 20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6%, 영업이익은 107.4% 늘어난 수치다.

동국제강의 열연·냉연 제품의 연간 생산능력은 800만톤에 이른다. 열연제품에서는 후판 150만톤, 철근 275만톤, 형강 130만톤이며, 냉연제품에서는 도금 170만톤, 컬러 75만톤이다.

동국제강 H형강 제품. 사진=동국제강 제공
◇ 23년 만에 형강 누적 생산 2000만톤 돌파

올해 4월 동국제강의 형강 누적 생산량이 2000만톤을 돌파했다. 형강은 'H, ㄱ, ㄷ' 등 다양한 단면 형상을 가진 철강재로, 교량, 빌딩 등 건축물의 뼈대에 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철강 제품이다. 동국제강은 포항에서 1997년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23년여 만에 누적 생산량 2000만톤에 도달했다.

2000만톤은 에펠탑 2740개를 지을 수 있는 무게다. 길이로 환산하면 300㎜*300㎜, 8m 규격의 표준 H형강 기준 21만㎞에 달해 지구를 5바퀴 이상 감을 수 있는 거리다. 동국제강의 포항 형강 공장은 H형강을 주력으로 연간 100만톤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ㄱ형강, ㄷ형강, 시트파일 등 총 58종 167개 규격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공장이다.

동국제강은 포항 형강공장에서 소형에서 대형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규격의 H형강, 내진용 형강, 무늬 H형강, 강널 말뚝 등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의 외벽에 붙여놓은 디지털프린팅 제품으로 만든 초대형 액자. 사진=동국제강 제공
◇ 고급 컬러강판 투자 확대…초격차 전략 강화

동국제강은 고급 컬러강판 투자를 확대해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자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산에 약 250억원을 투입해 연산 7만톤 생산능력의 최고급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또한 기존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합리화해 컬러강판 생산 능력을 기존 8개 생산라인, 75만톤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9개 생산라인, 85만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경쟁사들이 1~4개 라인에서 최대 10만~40만톤 수준을 생산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최대 규모다.

동국제강이 신규 증설하는 컬러강판 라인은 세계 최초로 라미나(Laminate) 강판과 자외선(UV) 코팅 공정을 혼합한 광폭 라인(1600mm)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 라인에서는 불소 라미나 강판이나, 디지털 프린팅 강판과 UV 코팅을 접목시킨 신제품 등 특화된 고부가가치 컬러강판을 고객 맞춤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다양화되는 가전사의 니즈와 고급 건자재 시장이 타겟이다. 이는 생산 인프라, 품질, 영업력, 연구개발 능력, 서비스 등에서 확고한 경쟁 우위인 컬러강판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동국제강은 2011년 이후부터 컬러강판 사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생산 능력 확충과 함께 '럭스틸'과 같은 브랜드 마케팅을 도입하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 결과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사업은 2011년까지 건자재 중심의 40만톤대 생산 규모에서 2012년 이후 가전과 프리미엄 건자재를 아우르는 60~70만톤대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동국제강의 매출(별도 기준) 중 컬러강판 비중은 2012년 11.5%에서 2019년 17.6%까지 확대됐고, 이번 투자로 앞으로 2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 CSP 제철소. 사진=동국제강 제공
◇ 브라질 CSP 제철소…한국과 브라질 잇는 '꿈의 철강단지'

동국제강은 포스코, 발레(Vale)와의 합작사인 CSP를 통해 브라질 세아라(Ceara)주 뻬셍(Pecem) 산업단지에 연산 300만톤의 고로 제철소를 건설, '일관 제철'을 실현했다. 한국과 브라질을 잇는 '꿈의 철강벨트'를 통해 동국제강은 중남미, 미주, 유럽까지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CSP제철소가 들어선 부지는 약 980㏊로 피파(FIFA) 국제규격 축구장 1372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주주사는 동국제강(30%), 포스코 (20%), 발레(50%)이며, 생산된 제품은 세계 12개국으로 수출된다. 총 직원수는 2400명에 이른다.

동국제강의 브라질 쎄아라주 첫 투자는 2005년이며, 이후 11년 만인 2016년 용광로에 불을 지폈다. 2018년 풀(full)생산 체제를 달성했으며, 지난해에는 슬래브 생산 1000만톤을 기록했다.

CSP제철소 용광로 화입은 동국제강이 1954년 설립 이후 62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한 용광로 제철소의 가동을 의미한다. 이에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함께 한국 철강사 중 처음으로 브라질에 진출하는 역사를 쓰게 됐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3번째로 용광로 제철소를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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