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한국에서 개봉된 외화 중 우리 관객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아마 불과 2년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어벤져스:엔드게임’일 것이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 인류의 절반을 소멸시켜 버린 위력의 타노스에 다시 맞서는 어벤져스의 최후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사실상 마지막 편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갖는 데다 무엇보다 블랙 위도우와 아이언맨과 같이 마블 팬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온 주요 캐릭터가 인류와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묵직하고도 불가역적인 장면을 담아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마블 팬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국내 최종 관객수는 무려 1390만명을 넘어선다. 이는 3D를 앞세워 ‘아바타’가 이루어 낸 역대 외화의 흥행 기록을 경신하는 새로운 수치이다.

한국 팬들이 열광하는 슈퍼 히어로물의 본산 마블스튜디오는 월트 디즈니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의 디즈니 영화 사랑은 비단 마블 영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역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흥행 성적 상위 20위 중 해외 영화는 모두 디즈니가 휩쓸 만큼 국내에서 디즈니의 인기는 실로 막강하다. 얼마 전 개봉한 마블의 신작 ‘블랙 위도우’ 역시 7월 한달 간 관객 275만명을 모으면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를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이다.

얼마 전 국내의 많은 디즈니 팬들을 설레게 할 뉴스가 전해졌다. 디즈니가 보유한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가 오는 11월 한국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 전까지 넷플릭스가 장악하다시피 했던 OTT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디즈니 플러스가 보여주는 성장세로는 내년 정도면 넷플릭스와 그 가입자 수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이다. 마블,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워즈 등의 어마어마한 라인업을 거느린 디즈니 플러스의 위력은 한국 영화팬들의 팬심을 공략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토종 OTT 업체라고 불리는 웨이브와 티빙, 왓차 뿐만 아니라 선두주자인 넷플릭스 역시 새로운 경쟁자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진출이 국내 영상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또다른 전환점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동안 OTT시장은 넷플릭스 주도 하에 영상 콘텐츠의 소비와 생산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OTT가 대중화되면서 영화는 영화관에서 개봉되어야 한다는 불문의 공식이 깨졌다.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역시 방송 외의 판로를 찾으면서 영상물의 유통망이 극적으로 다양화 되었다. 거기에다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하는 OTT업체의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영상산업에 유입되는 자본의 규모나 경로가 확대되는 등 OTT시장이 산업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OTT의 입지는 커져왔으나 그 한편으로는 OTT 특성을 고려한 특유의 법률이나 제도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월 영화와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OTT에서 유통되는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비디오물’로, OTT 업체를 ‘온라인비디오물제공업체’로 별도로 정의하고, 온라인비디오물에 대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아니라 업체 자체 심의로 영상물 등급을 분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

법 개정을 통해 고유한 법률적 이름을 명명받는 한편으로, 디즈니 플러스라는 초대형 플레이어를 새롭게 맞이하게 될 OTT 업계가 앞으로 우리 영화 팬들을 한층 더 즐겁게 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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