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론도가 읊조린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라는 명대사는 이미 전설이 되었다. 대부 비토 코를레오네는 조니의 영화 출연을 거절한 잭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를 줌으로써 조니의 뜻을 결코 거부하지 못하게 만들려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잭 월츠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건넨다. 잭은 침대 맡에서 평소에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던 자신의 애마가 머리가 잘린 채 그의 침대를 피로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즉시 잭은 슬픔과 참담함 속에서 그야말로 목이 터져라 절규한다.

말은 경제적 측면에서 꽤나 고가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애마의 죽음으로 인한 잭의 고통이 단지 고가의 자산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벗 또는 가족과도 같은 말이 그 생명을 잃은 슬픔으로 인한 고통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물론 법 위에 군림하는 대부가 법률적인 책임을 질리는 만무하겠지만 우리의 법 체계에 따른다면 잭의 말을 죽여버린 비정한 그의 행위는 (주거침입죄나 협박죄를 별론으로 한다면) 그저 재물손괴죄라는 경미한 범죄에 그칠 뿐이다. 우리 법상 동물은 물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법은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하면서 동물의 법률상 지위를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제98조). 따라서 누군가 타인이 마치 가족처럼 아껴가며 키우는 동물을 해치더라도 법은 그저 이를 물건을 손괴한 행위로만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귀중한 생명을 빼앗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잔혹행위는 고작해야 재물손괴죄라는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데 그친다. 민사상 책임 역시 원칙적으로는 물건값의 배상, 즉 동물의 거래가격을 배상하는 정도로 책임이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대부'의 경우처럼 살해된 동물이 말과 같이 초고가일 경우에는 자연히 가해자가 부담할 금전적 배상 책임이 막대하겠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일 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경제적 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가해자의 배상 책임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만다. 비록 동물이지만 가족 또는 친구나 다름없던 소중한 생명을 떠나보낸 정신적 고통은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기가 어렵다.

법무부는 지난 7월 19일 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제98조의2를 신설하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선언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조항을 신설하게 된 배경은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의 개선, 동물권 강화 등 생명존중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한편으로 반려동물 유기행위나 동물에 대한 잔인한 학대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 속에서 동물을 존중하는 국민의 인식 변화를 법제도에 반영하고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이 보다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동물이 물건의 지위에서 벗어난다면 지금까지 열악했던 동물 살상에 대한 형사 처벌이나 손해배상의 수위가 보다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민법 개정안을 통해 우리 사회가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을 보다 존중하게 될 것을 기대한다는 법무부의 자평은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에 대한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동물을 더 이상 생명 없는 물건으로 보지 않고 생명권의 주체로 보겠다는 민법의 새로운 선언은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있어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일 것이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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