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종가집 김치. 사진=대상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30여년 전만에도 집에서 김치를 담가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치를 사먹는다는 건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러한 인식은 1988년 국내 최초의 포장김치 ‘대상 종가집’이 출시되며 바뀌었다.

종가집 김치의 연간 국산 배추 사용량은 약 7만 톤에 이른다. 포장 김치의 대중화를 이끌며 김장이라는 가사노동을 줄이고,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든지 간편하게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종가집 김치는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밥상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만 5900만 달러(약 678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초 포장김치의 탄생

종가집 김치의 시작은 정부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김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종가집 김치는 인간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음식 전수자인 고 황혜성 고문 등 김치 장인들이 모여 표준화된 김치 조리법을 만든 것을 바탕으로 1988년 출시됐다.

종가집이라는 이름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손맛을 표준화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브랜드 로고에는 기와지붕을 넣어 그 의미를 더했다.

김치를 상품화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탄산가스를 잡는 것이었다.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숨을 쉬는’ 김치의 특성 때문에 탄산가스가 발생하는데, 진공 포장을 하면 포장재가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종가집은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흡수제’를 김치 포장 안에 넣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이듬해 특허를 출원, 1991년 업계 최초로 KS마크를 획득, 1995년 전통식품인증마크를 획득하며 세계일류화상품으로 선정됐다.

대상 종가집 횡성공장 김치 제조 모습. 사진=대상 제공

◇종가집의 계속되는 연구 활동

종가집은 2001년부터 김치유산균을 분리·배양하는 연구 활동을 진행했다. 유산균은 김치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5년 배양에 성공한 '류코노스톡 DRC0211' 김치 유산균은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의 맛을 구현해냈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담가 땅 속에서 숙성시키는 겨울 김장김치는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낸다. 문제는 이 유산균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급격하게 시어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종가집은 여기에 착안해 가장 맛이 좋은 김치에서 500여 종의 유산균을 분리해 가장 좋은 맛을 내면서도 빨리 시지 않는 유산균을 찾아내 상품화했다. 종가집은 이 유산균을 김치에 최초로 접목했다.

2011년에 선보인 100% 국산 식물성 원료인 배추를 발효해 만든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도 김치유산균의 활용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듣는다.

2017년에는 농식품부와 공동으로 김치에서 우수한 발효능력과 기능성을 가진 김치유산균을 탐색하고 선별하는 연구 끝에, 맛이 좋고 발효능력이 뛰어난 김치발효종균을 개발했다.

같은 해 대상은 한국식품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고려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김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100% 국내산 재료로 만들어

종가집 김치가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것은 ‘100% 국내산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는 원칙이다. 특히 100% 국내산 재료 중에서도 품질이 우수한 등급만을 가려 사용한다.

김치를 만드는 데 100%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기후에 따라 수급이 불안정한데다 수확 상황에 따라 원재료의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종가집 김치의 연간 국산 배추 사용량은 약 7만 톤에 이른다. 생육시기별로 품질이 다르고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배추의 특성을 고려해 시기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최고 품질의 배추를 사전 구매해 비축한다.

오랜 기간 동안 배추를 비축할 수 있는 종가집 김치만의 저장기술을 개발해 비축량을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급을 가능케 했다. 배추 외에도 고추, 마늘, 양파 등 김치에 들어가는 원재료들도 산지 직송을 통해 공급받는다.

체계화된 시스템과 철저한 위생관리도 종가집이 지금의 위상을 얻은 비결이다. 종가집 김치는 이물선별, 엑스레이, 각 공정별 위생제어시스템 등 최고 수준의 위생관리를 바탕으로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체계적인 품질·위생 관리 강화를 위해 2001년 ISO9001인증, 2004년 HACCP인증, 2008년 김치산업 최초 LOHAS인증 등 식품안전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1월 프랑스에서 열린 종가집 김치 경연대회 모습. 사진=대상 제공

◇코로나19 맞춤형 '김치공방'

대상은 지난 4월 새로운 김치 서비스인 ‘종가집 김치공방’을 선보였다. 종가집 김치공방은 소비자가 원하는 맛의 김치를 필요한 양만큼 주문 받아 제조해 당일 출고하는 새로운 형태의 김치 주문 온라인 플랫폼이다.

특히 한 끼 식사에 알맞은 300g 용량부터 1kg까지 소량 주문이 가능해 다양한 김치를 주문해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온라인 주문 즉시 제조하기 때문에 그동안 대형마트에서 원하는 김치를 신선한 상태로 즉시 구입할 수 있었던 ‘종가집 즉석매대’의 장점까지 모두 담았다.

종가집 김치공방에서 생산하는 김치는 주문 즉시 김치공방 전용 제조라인에서 생산해 신선하며, 다양한 제철 원료를 사용해 품질을 높였다. 김치가 생산되는 과정부터 문 앞에 배송되기까지의 모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대상 종가집 수출용 피시프리 맛김치 300g PET. 사진=대상 제공

◇전 세계 40여 개국에 진출해

종가집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일본 수출 물량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한다.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김치를 찾는 현지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종가집 김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약 333억원)에서 지난해 5900만 달러(약 678억원)로 5년새 두 배 넘게 성장했다.

대상은 미국 현지 메인스트림 채널 내 입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올해 가동을 목표로 김치 생산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 김치 구매 고객의 90% 이상이 현지 한인이었으나, 최근 아시아계를 비롯한 현지인들의 구매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포장김치 수요는 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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