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국가는 범죄예언시스템에 의해 잠재적 살인범으로 지목된 이들을 범행 전에 미리 체포한다. 범죄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잠재 범죄자들을 감금, 통제하는 것이다.

극중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예언시스템상의 세 예언자 가운데 한 명의 예언자가 나머지 둘과 다른 예언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마이너리포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범죄예언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가의 과도한 통제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철저히 은폐하고 폐기한다.

얼마 전 마인크래프트의 정책 변화가 알려지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물론 게임업계에서도 일대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인크래프트를 서비스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한국에서는 마인크래프트의 새로운 계정인 자바 에디션을 만 19세 이상에 한해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게임셧다운제 때문에 특정 연령대만 골라 특정 시간대에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할 수 없으니, 한국에서는 게임셧다운제로부터 자유로운 성인에 한해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게임이자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작년 어린이날 정부가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청와대 건물을 재현하고 어린이들을 초대해 게임 내에서 직접 청와대를 탐방해보도록 하는 행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제 우리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인기 게임이자 교육용으로도 유용한 마인크래프트가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19세 미만은 접근 불가한 성인용 게임이 된 것이다.

때문에 2011년 도입 당시부터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던 게임셧다운제가 다시금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청소년보호법은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의 셧다운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법 제26조 제1항). 해당 조항은 그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까지 갔으나 2014년에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번 마인크래프트 19금 사태에 관하여 이는 청소년보호법보다는 회사 운영정책 차원의 문제라며 서둘러 책임을 부정하고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명은 그저 본말이 전도된 궁색한 변명 정도로 들린다. 마인크래프트 계정의 19세 미만 불가 정책이 애초에 게임셧다운제의 존재에서 기인한 것임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으로부터 어린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하려는 게임셧다운제의 취지까지 부정할 것은 아니나, 그 실효성이 상당히 의심스러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제일 방해하는 요인은 게임이 아니라 입시교육인 지금 상황에서 말이다. 이처럼 제도의 실효성마저 심히 의심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데 대해 회의가 없을 수 없다. 개인이 게임을 할 자유, 부모가 자녀를 소신대로 교육할 권리, 그들의 행복추구권은 국가가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될 기본권인 까닭이다.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는 네오누아르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하게 필름누아르 스타일을 구현한 작품이다.

설령 범죄예방시스템 상에 마이너리티리포트와 같은 흠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가가 범죄의 예방이라는 명분 하에 개인을 과도하게 통제하여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한 까닭에 영화는 그 어두운 누아르의 힘을 빌어 국가의 통제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그 디스토피아의 우울을 강렬히 전시하는 것이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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