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로 이름 바꾼 뒤 꾸준히 해외시장 문 두드려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 후 세계 시장에 전파

맥쿼리 2대주주 오르며 또 한번 해외 공략 발판 기대감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한때 국내에서 시스템통합(SI) 산업은 건설업에 종종 비유됐다. SI는 기업의 정보통신(IT)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SI 산업은 '사이버 건설업'으로 불렸다. 1970~1980년대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것처럼 SI 산업 또한 수출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LG CNS의 서울 강서구 마곡 사옥 전경. 사진=LG CNS 제공
LG CNS는 미국 EDS와의 합작계약을 2001년말 종료함에 따라 독자적인 해외진출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2002년부터 동남아시아, 중동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LG CNS는 2003년 1월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같은해 7월 미주법인을 설립했다. 2005년 중국 북경 현지 법인인 '글로벌 개발센터' 오픈, 다음해는 인도네시아법인과 브라질법인을 설립하는 등 저변 확대를 꾀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중반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굵직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기업 프로톤의 자동차 공정관리 자동화 시스템 구축(2003년) △중국 텐진 경전철 역무자동화 구축(2003년) △인도네시아 경찰청 범죄정보센터 구축 사업(2005년) 등을 LG CNS가 맡았다.

2011년 LG CNS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공공보안 컨설팅사업을 맡아 국내 최초로 중남미 보안컨설팅 사업에 진출했다. 아울러 같은 해 콜롬비아 보고타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을 수주하는 등 중남미 지역에서 성과가 잇따라 나왔다.

LG CNS는 우리나라에서 티머니 IT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콜롬비아 보고타 교통카드 사업, 그리스 자동운임징수시스템(AFC) 사업 등을 성사시켰다. 특히 서울시 티머니 교통카드 시스템은 국내에서 큰 성과를 내게 된다. 티머니는 LG CNS가 서울시에 제안해 만들어낸 사업으로, 2004년 도입됐다.

사진=LG CNS 제공
◇ 美 EDS와 합작계약 종료, 해외사업 강화 전환점

삼성SDS, SK㈜ C&C와 함께 국내 SI '빅3' 업체인 LG CNS의 전신은 LG-EDS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1987년 STM(System Technology Management)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EDS와 50:50 합작을 통해 설립됐다.

1995년 LG그룹이 모든 CI를 LG로 통일하면서 LG-EDS 시스템이라는 사명을 갖게 됐다. 이후 2001년말 LG가 EDS의 지분 50%를 전량 인수하면서 LG CNS로 이름을 바꿨다. LG CNS는 2001년말 미국 EDS와의 합작계약을 종료한 뒤부터 해외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삼성SDS를 시작으로 IT서비스 기업도 수출로 돈을 벌어야한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었다.

2001년말 당시 LG CNS 오해진 사장은 "사명 변경은 EDS의 지분 인수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변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LG-EDS시스템은 지난 2002년 회사명을 LG CNS로 변경했다. 사진=LG CNS 제공
LG CNS를 포함한 SK㈜ C&C,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등 국내 SI업체는 해외로 눈을 돌려 거점을 만들고 현지 영업 강화에 나섰다. SI 시장이 태동기에 있는 아시아, 중동 지역을 겨냥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SI업계 수준은 미국이 가장 높고, 일본도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었다.

2007년 당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IDC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IT 서비스 글로벌 10대 기업' 자료를 보면 2006년 세계 10대 IT서비스 기업에는 미국 7개, 일본 2개, 프랑스 1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시장 1~2위는 미국의 IBM과 EDS. 일본 기업인 후지쓰, 히타치는 각각 5위, 10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순위에 없었다.

◇ SI업체 역할 바뀌며 새로운 기회 맞아

LG CNS의 해외 매출 비중은 최근 3년간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회사가 2000년대초부터 해외 사업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해외 사업에서는 여러차례 공격적인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2014년 당시 김대훈 LG CNS 사장은 2020년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 CNS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구축한 교통카드시스템. 사진=LG CNS 제공
업계에선 치열한 입찰 경쟁을 통해 일감을 받는 IT서비스 사업 특성상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매출을 단기간 급격히 끌어올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시장에는 액센추어, IBM,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CS), 후지쯔 등 유수의 IT기업이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의 IT서비스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진입 틈새가 더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컨설팅 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발표한 글로벌 IT 서비스 브랜드 가치평가를 보면, 25개 기업 중 인도의 IT서비스 기업 6개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6개의 인도기업 중 5개는 전년보다 순위가 올랐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삼성SDS가 유일하게 25위권 안에 들어 10위를 기록했다.

LG CNS를 포함한 국내 SI기업은 해외 사업에서 더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 CNS는 내부 그룹사 의존도 또한 높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맥쿼리가 LG CNS 2대주주에 오르면서 또 한번의 해외 공략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맥쿼리 그룹은 전 세계에 걸쳐 500조원에 이르는 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LG CNS의 해외 진출에 전략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적인 SI업체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상황 또한 기회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 CNS는 최근 클라우드 통합운영서비스(MSP) '클라우드엑스퍼 프로옵스'를 출시하고 MSP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사진=LG CN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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