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제약 안정적 운영으로 연구개발비용 확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오는 8월부터 시생산

[편집자주]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또 하나의 한류라는 의미에서 ‘K-제약·바이오’로 불리며 빠른 성장세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K-제약·바이오가 ‘퀀텀점프(대도약)’하기 위해선 올해가 특히 중요하다. 미래 먹거리와 신약개발에 전사 역량과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현주소를 체크해봤다.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 사진=휴온스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후 소비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건강’과 ‘면역’이다. 특히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병원 방문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고령화 등으로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러한 추세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6.6% 성장한 4조9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5조원을 돌파해 2030년에는 2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휴온스그룹은 이런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일찌감치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대한 투자를 해왔다. 휴온스의 제약 및 천연물 등에 대한 연구력과 상품 개발력을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 전문 자회사 휴온스내츄럴과 휴온스네이처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지난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여성 갱년기 유산균 '엘루비 메노락토 프로바이오틱스'(이하 엘루비 메노락토)는 1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휴온스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엘루비 메노락토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와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방송인 박미선을 첫 모델로 발탁하고, TV CF와 프로모션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 마케팅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독점 원료를 활용한 남성용 건강기능식품 출시도 계획 중에 있다. 남성 전립선 건강개선을 위한 제품으로, 쏘팔메토로 대표되는 1000억원 시장을 겨냥한다는 포부다.

이밖에 휴온스는 2018년부터 웨어러블 당뇨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적 연속혈당측정시스템(CGMS) ‘덱스콤G5’과 업그레이드 모델인 ‘덱스콤G6’를 국내에 선보였고, 국내 연속혈당측정시스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제약 외 사업으로 안정적 수익…그리고 ‘신약 개발’

휴온스그룹이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 비(非)제약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해 그룹의 근원인 '제약'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캐시를 확보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휴온스는 미래 시대 대응을 위해 중장기 R&D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질병에 대한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하면서, 안구건조증 등 독자적 기술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도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다.

혁신신약으로 개발 중인 R&D 파이프라인은 지방간치료제와 심부전치료제다. 두 질환 모두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신약 개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휴온스가 개발하고 있는 지방간치료제는 ‘단백질 분해기술플랫폼’(PROTAC) 기술을 접목해 지방간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찾아가 분해시키는 방식이다. 내년에 최종 후보 물질을 도출할 방침이다.

심부전치료제는 심부전 환자 중에서도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심박출량 보존 심부전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심박출량 보존 심부전 환자는 고령화로 유병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효과가 입증된 약물이 없어 예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휴온스는 심장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심부전을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는 물질을 발굴했으며,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빠르면 올해 최종후보물질을 확정해 본격 신약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전문 분야인 안구건조증 등 안질환 분야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력한 항염증 작용과 항균작용을 동시에 나타내는 후보 물질(NCP112)을 이용한 펩타이드 신약과 재조합 단백질 '티모신 베타4'를 이용한 바이오 신약(HU-024)을 개발 중이다. HU-024는 임상 2상 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휴온스그룹 제공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8월 시생산 준비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부문에서도 휴온스그룹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휴온스그룹은 휴온스글로벌 주도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코로나19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Sputnik V) 국내 생산 컨소시엄을 구축해 곧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백신 원액을 생산하고, 휴메딕스와 보란파마는 원액을 충진해 완제품으로 만든다. 휴온스글로벌은 컨소시엄의 주체로서 계약 및 수출 등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가 요청한 물량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프레스티지 측은 2000리터급 세포 배양기 50기를 설치 중이다.

완공시 총 10만 리터의 백신 원액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는 월 1억 도스 이상이 생산 가능한 양이다. 휴메딕스와 보란파마도 기존 설비에 더해 추가 설비를 증설 중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오는 8월 시생산에 들어간다. 밸리데이션 등의 과정을 거쳐 9~10월부터는 본격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말까지는 월 2000~3000만 도스를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생산과 출하 모두 안정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휴온스그룹의 새로운 대도약기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허가를 위한 사전 작업도 착수했다. 휴온스는 국내 독점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난 4월 식약처에 스푸트니크V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휴온스가 지난달 중순에 제출한 비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스푸트니크V 정식 허가 신청에 앞서 사전 검토 중이다. 휴온스는 이후 공식 허가 절차가 속개되면 러시아 측에서 받은 임상 관련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생산 외에도 휴메딕스는 이탈리아, 프랑스, 콜롬비아 등에 코로나 19 항원·항체 진단키트를 수출하며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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