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또 하나의 한류라는 의미에서 ‘K-제약·바이오’로 불리며 빠른 성장세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K-제약·바이오가 ‘퀀텀점프(대도약)’하기 위해선 올해가 특히 중요하다. 미래 먹거리와 신약개발에 전사 역량과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현주소를 체크해봤다.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헛개수'로 유명한 inno.N(HK이노엔)의 전신은 CJ헬스케어다.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된 후 지난해 2월 inno.N으로 사명을 바꿨다.

inno.N 매출을 들여다보면 순환·소화·내분비 등 7개 이상 치료영역의 의약품과 함께 수액제와 백신 등 전문의약품이 70%를 차지한다.

inno.N은 2019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인 ‘케이캡정’을 대한민국 30호 신약으로 출시하며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인정받았다. 현재 암과 자가면역, 감염질환 중심의 20여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대세 바꾼 대한민국 30호 신약 ‘케이캡’

inno.N이 개발한 케이캡정은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이라는 새로운 계열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 등장했다.

케이캡정은 기존 PPI 제제 대비 약효가 빠르고, 식전·식후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우수한 약효 지속력으로 야간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점 등의 특장점으로 출시 초기부터 의료진들과 환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케이캡은 국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PPI 제제를 제치고, 지난해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1위(원외처방데이터 기준)에 오르며 대표제품으로 거듭났다. 케이캡의 출시 2년 누적 처방실적은 1023억원으로, 국산 신약으로는 최단기 블록버스터 신약 지위에 올랐다.

inno.N은 국내 무대에 그치지 않고 케이캡정을 미국, EU 포함 100개국 이상에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처음 진출한 국가는 중국이다. inno.N은 2015년 중국 소화기의약품 전문 기업인 뤄신에 기술을 이전했다. 케이캡은 중국 현지 개발을 마치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CFDA의 허가 심사를 밟고 있다.

케이캡정은 중국을 포함해 해외 24개국에 기술수출 및 완제 수출돼 현지에서 허가 심사를 받고 있고 미국 현지에서는 직접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inno.N은 케이캡정의 시장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품목 다양화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50㎎으로만 출시돼있는 케이캡정을 25㎎의 저함량 제제로도 개발 중이고 구강 속붕해제, 주사제 등도 개발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임상 1상을 신청하며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캡정. 사진=inno.N 제공
◇4가지 분야 11개 신약·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확보

inno.N은 소화, 자가면역, 감염, 암 등 4가지 분야의 11개 혁신적인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보하며 ‘포스트(Post) 케이캡’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신약은 유럽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임상 2상 진행 중에 있다. 자가면역신약은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선택적 RET 저해제 계열과 차세대 EGFR 저해제 계열의 두 가지 표적항암신약 파이프라인도 확보하며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백신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nno.N은 2018년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을 통해 '엔테로바이러스 71형' 백신후보물질을 기술이전 받고 최초로 두 개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2가 수족구백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으로, 개발에 성공하면 순수 국내 기술로 탄생한 2가 수족구백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백신도 개발 중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으로부터 이전받은 물질로,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제조해 투여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이다. 최근 임상 1상을 신청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음 먹거리는 ‘세포유전자치료제’

inno.N은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꼽았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치료에 걸맞게 개량한 후 다시 환자에 주입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제다.

T세포, NK세포 등 환자의 면역세포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할 수 있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넣어 암세포를 보다 효율적으로 파괴할 수 있도록 만든 CAR-T, CAR-NK세포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세포유전자치료제다.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혈액암 환자에게 CAR-T세포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완치 수준의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 것이 확인되면서 ‘암 정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CAR-T세포치료제 영역은 혈액암 치료제를 중심으로 전세계 단 4개의 제품이 출시될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하지만 기존 항암제 대비 우수한 치료효과 때문에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inno.N 제공
inno.N은 세포유전자치료제 중 시장 접근성이 높은 면역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폐암 등의 고형암이나 혈액암 치료제 중심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에 세포유전자치료제 전용 연구개발,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전문 인력도 확보했다. 해외 기업들과 기술, 물질도입 등 활발한 파트너십을 추진해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inno.N은 기존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에서 차세대 분야인 세포유전자치료제 사업을 혁신플랫폼으로 운영해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액 신공장으로 생산량 대폭 확대

inno.N은 생리식염수, 포도당 등 기초수액제 및 영양수액 등을 보유한 국내 3대 수액제 제조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inno.N은 지난해 충북 오송에 수액 신공장을 구축하고 올 하반기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신공장은 연간 5500만개(Bag)의 수액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됐고 여기에는 총 1000억원이 투입됐다.

오송 수액 신공장에서 실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inno.N에서 연간 생산하는 수액제는 기존 대소 수액공장 생산분과 합쳐 약 1억개(Bag)까지 늘어나며 국내 최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nno.N 관계자는 “신약 케이캡정을 개발, 상업화에 성공한 경험을 발판 삼아 K-바이오를 이끄는 글로벌 바이오헬스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고객의 건강한 삶에 대한 남다른 진정성을 바탕으로, 열린 혁신을 지속하고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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