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또 하나의 한류라는 의미에서 ‘K-제약·바이오’로 불리며 빠른 성장세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K-제약·바이오가 ‘퀀텀점프(대도약)’하기 위해선 올해가 특히 중요하다. 미래 먹거리와 신약개발에 전사 역량과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현주소를 체크해봤다.

사진=GC녹십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GC녹십자는 1967년 설립 이후 백신과 혈액제제를 필두로 특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왔다.

창립부터 축적해온 면역학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B형간염 및 수두, 독감백신 등을 국산화를 이루며 '백신 명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동안의 연구개발 역량을 토대로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GC녹십자는 경쟁력을 갖춘 백신과 혈액제제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 GC녹십자, 국산화 넘어 글로벌 공략 가속화

GC녹십자는 1971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6번째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한 이후 반세기 동안 혈액제제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필수의약품 국산화를 이끌어 왔다.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 부문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과 알부민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인 중남미와 중국 시장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30여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혈액제제 글로벌 상업화는 국내에서 GC녹십자가 유일하다.

GC녹십자는 지난해 ‘GC5107’(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북미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올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 신청서(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를 제출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약 9조2000억원 규모다. 면역글로불린 시장 가격 역시 국내보다 4배 정도 높게 형성돼 있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GC녹십자 제공
◇백신 수출 앞장…美서 ‘프리미엄 백신’ 개발

GC녹십자는 1969년 일본뇌염백신과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백신을 시작으로 백신 사업에 몰두해왔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독감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줄곧 국내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수출과 내수 모두 증가한 독감백신은 역대 최대 수준인 14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국내 최초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통해 3가에서 4가로 독감백신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독감백신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독감백신의 사전적격성평가(PQ, Prequalification) 인증을 획득해 범미보건기구(PAHO, 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입찰 자격을 확보한 이후 눈에 띄는 수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사전적격심사는 WHO가 백신의 품질 및 유효·안전성을 심사해 국제기구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주는 제도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2019년 GC녹십자의 독감백신 누적 생산물량은 국내 백신 제조사 중 최초로 2억 도즈를 넘어섰다. 1도즈는 성인 1명이 1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으로, 전 세계 2억명의 인구가 GC녹십자의 독감백신을 접종한 셈이다.

지금까지 GC녹십자가 독감백신을 수출한 국가만 해도 전 세계 총 40여개국에 달한다.

이러한 백신 경쟁력은 의약품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백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GC녹십자는 2018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현지 법인 ‘큐레보’(Curevo)를 설립하고 차세대 대상포진백신 'CRV-101'를 개발하고 있다.

CRV-101은 순도가 높은 합성물질로만 구성된 신개념 면역증강제를 활용해 기존 제품보다 진일보한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차세대 대상포진백신이다. 유전자재조합 방식 백신은 항원과 면역증강제의 조합에 따라 유효성과 안전성의 수준이 판가름 난다.

GC녹십자가 현지에 별도 법인을 세운 것은 이번 과제의 집중의 의미도 있지만 외부와의 협력이나 투자 유치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큐레보는 백신 임상개발 경험이 풍부한 미국 현지 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안전성과 항체 형성 효과와 관련된 결과를 연이어 발표하는 등 개발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모든 시험 대상자에게서 항체 형성을 한 결과도 확인됐다. 접종 1개월 후 모든 시험 대상자에게서 항체가 형성됐으며, 이 항체가 1년간 유지되는 것이 관찰됐다. GC녹십자는 항체 형성 효과를 확인한 임상 1상에 이어 올해 3분기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GC녹십자 헌터라제. 사진=GC녹십자 제공
◇희귀질환 연구도 꾸준히…'헌터라제' 글로벌 공략 박차

GC녹십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헌터라제’가 대표적인 예다.

‘2형 뮤코다당증’으로 불리는 헌터증후군은 남아 10만~15만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골격이상, 지능 저하 등 예측하기 힘든 각종 증상들이 발현되다 심한 경우 1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기도 한다.

헌터라제는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탄생한 치료제로,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고 정제된 IDS 효소를 정맥 투여해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

헌터라제는 우수한 제품성을 지속적으로 인정받아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12개국에 공급되고 있으며, 최근 품목허가 승인을 통해 중국과 일본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던 고가의 희귀질환치료제를 국산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더 나아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지난 1월에는 GC녹십자가 일본 후생노동성(MHLW)로부터 세계 최초로 뇌실투여 방식의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기도 했다.

뇌실 투여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중증환자 치료법으로, 기존 정맥주사 제형 약물이 뇌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투과하지 못해 중추신경계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한 것이다.

또한 GC녹십자는 일본에서 진행한 '헌터라제ICV' 임상시험에서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의 중추신경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헤파란황산'(Heparan sulfate)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헌터증후군 환자 중 중추신경손상을 보이는 환자가 전체의 70%에 달하는 만큼, 이번 승인은 ‘미충족 수요’(unmet needs)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로써 GC녹십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맥주사 제형(IV)와 뇌실 내 투여 제형(ICV)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은 제품력을 기반으로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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