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세기의 공상과학영화 ‘ET’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달 토지증서를 가진 지구인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스크린 속 아득하던 우주를 이제 우리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잇달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은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우주산업이 ‘최후의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이유다.

스페이스X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우주를 ‘최후의 투자처’로 삼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가 ‘우주를 지배하는 한국’을 가까운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10월 발사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엔진 개발 담당 기업인 한화에어로는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의 예고편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우주 향해 진격하는 ‘스페이스 허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우주항공 산업에 관심이 많다. 김 회장의 장남이자 한화의 후계구도 1순위로 꼽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에어로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김 사장은 한화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의 초대 팀장이기도 하다.

스페이스 허브는 우주 산업의 네 가지 분야인 △발사체 △위성체 △지상체 장비 △위성활용 서비스를 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화의 야심작이다. 한화에어로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우주 부문의 종합상황실 역할을 맡았다. 스페이스 허브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에 100억 원을 투자해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ISL) 개발, 민간 우주개발, 위성 상용화 등을 연구한다.

한화 관계자는 “다양한 우주 산업 분야의 연구·투자에 집중해 우주 산업으로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우주항공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한화에어로는 1977년 8월 설립된 삼성정밀공업이 모태다. 1979년 가스터빈 엔진 창정비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기 엔진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9000대 이상의 항공기와 헬기 등의 엔진을 생산했다. 특히 가스터빈 장치 및 시스템 관련 특허 기술을 다수 보유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과 위상을 지녔다. 항공기뿐 아니라 전투기, 해군 군용 함정 등에서 사용되는 가스터빈 엔진 생산까지 분야를 넓혀왔다.

또한 1983년 한국중공업의 중장비 공장을 부분 인수하는 등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도 꾸준히 키웠다. 2년 뒤 미국의 프랫&휘트니 사와 손잡고 삼성유나이티드항공을 세우며 1986년 한국 전투기 산업 주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듬해엔 삼성항공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해 항공 우주연구소를 설립, 헬기 개발을 시작했다.

한화에어로는 2015년 6월 한화에 인수된 이후엔 그룹 방산사업의 중간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정밀기계, 한화테크윈, 한화시스템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항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는데 사활을 건 셈이다.

특히 핵심기술의 진입장벽이 높고, 긴 개발 기간과 거액의 투자 비용이 필요한 항공엔진 사업 분야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글로벌 메이저 3대 엔진 제조사인 GE, 롤스로이스, 프랫&휘트니에 모두 납품을 하며 항공엔진 시장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한국형 헬기 수리온 개발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KF21) 사업의 항공기 엔진 통합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대형 국책사업을 여럿 수행하며 자주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차세대 항공 엔진인 GTF 엔진에도 한화에어로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P&W사와 항공기 엔진 국제 공동개발 사업 RSP 계약을 체결, 약 50여 년 간 P&W의 GTF 엔진 핵심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항공기계 분야에서도 방위산업의 유압부품, 비행 조종 작동기, 연료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며 국내 항공 우주 분야의 주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무인체계 개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창정비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창정비는 최상위의 정비 단계로 부분적인 정비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완전 복구 및 재생 정비를 의미한다. 항공기가 신뢰성과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군용기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항공전자 등 더 넓은 분야로의 정비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높은 기술력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높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 5조3214억원, 영업이익 2439억원으로 2015년 한화로 출범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어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조2124억원, 영업이익 65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올해 항공업의 반등으로 한화에어로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 민간 우주시대 연다...누리호에 담긴 첨단 기술력

미국에 스페이스X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화에어로와 쎄트렉아이가 뭉친 드림팀이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1월 쎄트렉아이의 지분 30%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민간 인공위성 제조업체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위성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가 항공엔진을 만들고, 쎄트렉아이가 위성시스템 역량을 완성하는 식으로 우주산업 벨류체인을 구축한 셈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리호 엔진은 한화에어로의 첨단 기술 집합체다. 누리호 1단과 2단에 사용되는 75톤급 엔진 5기, 3단에 사용되는 7톤급 엔진 1기까지 총 6기의 엔진을 한화에어로가 납품했다. 75톤급 엔진 개발·생산은 세계에서 7번째로 성공한 일이기도 하다. 엔진 제작 외에도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누리호 액체엔진 체계조립 등도 담당했다.

지난 3월 누리호의 핵심인 1단 엔진 종합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이뤘다. 75톤급 엔진 4기를 묶은 상태로, 목표 연소 시간 127초의 오차범위 내인 125.5초간 연소를 진행했다. 실제 발사 때와 똑같은 자동 발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추진체 탱크에서부터 엔진 시스템까지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실제 발사에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누리호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시험설비 구축이 중요하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2013년부터 시험설비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우주발사체 추진기관의 비행환경 및 고공환경 모사 시험을 가능하게 하는 대규모 시험설비다. 여기에는 유공압 및 정밀 제어계측 시스템 기술, 위험감지 및 차단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 등 다양한 분야의 선진 기술력이 융합돼 있다.

누리호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민간·국방 분야에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과학기술 선진국 대열 진입에 한화에어로가 한몫 톡톡히 하는 셈이다.

국가우주위원회 민간위원이기도 한 신현우 한화에어로 대표는 “목표는 스페이스X의 두 배”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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