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의 사회적 요구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과거 기업들이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사회적 책임과 건강한 지배구조를 함께 지향해야 할 때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앞 다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ESG 가치창출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행보에 대해 살펴봤다.

롯데월드타워는 수열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로 연간 에너지 사용량의 12%를 절감한다.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의 의지 속에 ESG경영 강화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ESG경영은 2015년 12월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3대 비재무적 성과(ESG)가 인사문화로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환경·공정거래·사회 공헌·동반성장·인재 고용과·기업문화·컴플라이언스·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맞춤식 모델로 인사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ESG 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이 필요한 시기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 및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사항”이라고 다시 한 번 중요성을 강조했다.

롯데의 각 BU(Business Unit) 및 계열사는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ESG경영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

롯데는 지난해 2월 그룹차원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롯데의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 있다.

롯데는 3대 중점 실천과제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물 감축을 선정했다. 과제별로 관련 계열사의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목표를 설정, 추진해나가는 중이다.

화학BU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및 탄소중립성장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은 △친환경사업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과제에 약 5조2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한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지난 8일 탄소 포집·활용을 위한 실증 설비를 여수1공장에 설치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사 최초로 기체분리막을 적용한 이산화탄소(CO2) 포집·활용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약 1년간의 여수 실증 설비 운영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분석, 질소산화물(NOx) 영향 평가 등을 거쳐 2023년까지 상용화 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 6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포집 후 순도를 높여 자체 생산중인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의 생산 원료로 사용하고, 드라이아이스와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도 제조해 인근 중소 화학사에 판매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대산공장과 울산공장까지 관련설비를 확대해 연간 2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화학BU는 지난 2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 원 달성 및 탄소중립성장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친환경 전략과 목표, 추진 과제를 담은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를 발표했다.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물산이 운영하는 롯데월드타워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적인 관리를 목표로 만들어진 대표적 친환경 랜드마크다.

롯데월드타워에서 운용 중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 가장 규모가 큰 방식은 한강수 온도차를 이용한 수열에너지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온도가 여름에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리적 특성을 냉난방에 활용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다.

롯데월드타워는 하루 5만톤의 원수를 공급받아 전체 냉난방의 10%인 3000냉동톤(RT)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건축물 내부에서 가동 중인 설비 중 국내 최대 규모다. 운영 결과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타 냉온수기보다 연간 에너지 절감률이 약 36%,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약 38%(2340톤)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면세점 업계 최초로 ‘ESG 가치 추구 위원회’를 설립하고 ESG 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또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업계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포장 비닐 처리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2월 업계 처음으로 생분해 소재 에어캡을 선보였으며, 전 영업점에 친환경 종이쇼핑백을 확대 도입하는 등 비닐 사용 최소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미래 10년을 위한 2030 ESG경영'을 선언한 이후 관련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 1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선보인데 이어 3월에는 바이오 페트(PET)를 상품 용기로 활용한 ‘샌드위치&샐러드’ 제품을 출시했다.

바이오 페트는 플라스틱 페트 대비 이산화탄소 발생을 20% 줄이고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롯데의 식품사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 분리배출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패키징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라벨생수를 국내 처음으로 발매했다. 이어 지난 2월 말부터는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아이시스 ECO’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까지 없앴다.

세븐일레븐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사진=롯데그룹 제공

◇투명경영 등 지배구조 강화

롯데는 주주가치제고, 투명경영,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 등 지배구조 강화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롯데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며 복잡했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2016년 3월에는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 계열사에 사회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엔 투명경영 위원회를 설치했다.

각 계열사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독립적인 경영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간 분리 가능성을 명시화했다.

롯데면세점도 공정거래 자율준수 시스템 강화에 들어간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내 재화’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이익을 함께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육군본부 25사단 70연대 청춘책방 45호점을 이용하는 장병들의 모습. 사진=롯데그룹 제공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2016년부터 육군본부, 구세군과 협력해 ‘청춘책방’ 사업을 진행하는 등 국군 장병들의 복지 증진에 힘쓰고 있다. 청춘책방은 최전방 GOP, 해안 소초 등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장병들을 위한 독서 카페다.

롯데는 지금까지 육군 51개, 공군 6개 등 총 57개 군부대에 청춘책방을 지원했다. 올해 11개 청춘카페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는 사회공헌사업 브랜드인 ‘맘(mom)편한’을 통해 엄마의 마음이 편안한 세상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롯데는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국 곳곳의 아이들을 위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친환경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맘(mom)편한 놀이터' △방과 후 아동 보호시설 환경을 개선해주는 ‘맘(mom)편한 꿈다락’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각 계열사에서도 ‘언택트 봉사’를 통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임직원 600여명이 참여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도서 제작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한 비대면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임직원들이 '펠트 필통 만들기 DIY 키트'를 활용해 각자의 공간에서 기부 물품을 만들었다.

롯데컬처웍스는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영화 제작과 관련된 교육과 실습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해피앤딩(Happy Anding) 영화제작교실’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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