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가정의 달인 5월에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부부 재산에 관한 민법의 태도는 반드시 이와 같지만은 않다. 적어도 재산상으로는 결혼해서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둘이 곧 하나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 것이다.

부부의 재산 관계에 관해 민법 제830조와 제831조는 부부별산제를 선언하고 있다. 부부별산제란 재산상 부부가 각각 혼인 전부터 가졌던 고유재산과 혼인생활 중에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의 특유재산으로 해 각자에게 속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사람은 언제나 독립된 인격의 주체이므로 부부 사이라도 인격상 재산상 독립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혼하는 부부가 재산분할을 할 경우 고유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고 각자가 가지며 공동재산으로 인정되는 재산에 한해 기여분에 따라 분할이 이루어지게 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세계 최고의 부호 커플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부부가 이혼을 공식 발표했다. 둘의 이혼 사유도 꽤나 궁금하지만, 그보다는 140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의 분할에 더 큰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게이츠 부부의 거주지인 미국 워싱턴주법에서는 우리 민법과 달리 부부공동재산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간주되며, 별도의 합의가 없다면 이를 50대 50의 비율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게이츠 부부의 경우 재산분할에 대해 별도의 부부간 합의가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이에 50대 50이 아닌 합의 내용에 따라 재산이 분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이혼의 또다른 한 축은 단연 위자료라고 할 수 있다. 유책 배우자가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을 돈으로나마 배상한다는 취지로 위자료 액수가 크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어마어마한 금액의 위자료가 오고 간다.

코엔 형제의 연출작 ‘참을 수 없는 사랑’은 워싱턴주와 마찬가지로 부부공동재산제도를 취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배경으로 이혼과 위자료를 다루고 있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는 뛰어난 미모를 앞세워 부호와 결혼한 뒤 약점을 잡아 거액의 위자료를 뜯어낸 다음 이혼하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마릴린을 연기한다.

극중 마릴린과 그녀의 친구들이 노리는 부호들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과 결혼하면서 이혼 시 남편의 재산에 일체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결혼서약서를 요구한다. 이러한 결혼서약서라는 별도의 합의를 통해서 부자 남편들은 재산을 50대 50으로 나누도록 하는 캘리포니아주법의 부부공동재산제도의 원칙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 속 마릴린은 거부인 남편의 불륜을 약점 잡아 거액의 위자료를 챙기려던 찰나 이혼 전문 변호사 마일즈(조지 클루니)의 활약으로 돈을 노리고 한 위장결혼이었다는 사실이 들통나 돈 한 푼 없이 이혼하는 궁지에 처한다. 이러한 실패를 계기로 더욱 전투력이 상승한 마릴린은 숙적인 마일즈를 상대로 치열한 두뇌 싸움과 치명적인 매력 대결을 포함한 총력전을 펼치게 된다.

로맨틱 코메디에는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코엔 형제가 연출한 ‘참을 수 없는 사랑’은 그 소재와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코메디 때문에 부부의 날에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라고 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실컷 웃으면서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분명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 또 이혼에 관해 한번쯤 곱씹어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가정의 달을 크게 웃으면서 마무리하게 해줄 유쾌한 영화라는 점에서 이 작품 ‘참을 수 없는 사랑’을 적극 추천해 본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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