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최소화·석유화학 비중 2배 확대…새 '비전 2030' 선언

전기차 충전·수소사업…신사업 발굴 박차

친환경 시설 잇단 증설…ESG 경영 가속화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에쓰오일은 지난해 말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고자 장기성장 전략체계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새 비전은 미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확고한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 목표, 투자 로드맵 등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우선 에쓰오일은 정부의 탄소 감축 노력에 발맞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을 수립했다. 또한 장기 성장전략으로 추진해 온 석유화학 사업 분야 투자를 지속해 현재 수준보다 2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5조원을 투입해 완공한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에 이어, 새로 추진하는 샤힌(Shaheen·아랍어 '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늘릴 방침이다.

새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 체계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기존 사업분야인 정유·석유·화학·윤활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수소·연료전지 리사이클링 신사업 분야에도 진출해 회사의 지속성장을 견인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친환경과 경영활동의 투명성, 도덕성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의지도 담겼다.

에쓰오일 본사 사옥. 사진=에쓰오일 제공
◇ 1976년 설립…아시아·태평양 대표 에너지 회사로 '우뚝'

에쓰오일의 전신은 한이석유다. 1976년 1월 쌍용양회공업과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 간 합작사로 출범했다. 1980년 하루 9만배럴 규모였던 원유정제 능력은 현재 66만9000배럴 규모에 이른다. 에쓰오일은 정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윤활기유 사업으로도 확장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까지 에너지 회사의 경쟁력을 다져가고 있다.

한이석유는 이란 호메이니 혁명의 여파로 1980년 NIOC가 철수하면서 사명이 쌍용정유로 변경됐다. 쌍용정유는 1987년 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을 상장한 이후 1989년 국내에 윤활유 완제품 '드래곤'을 선보였다. 1991년 사우디 아람코와 합작 계약 및 원유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아람코가 제3자 인수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정유의 지분 35%를 매입하며 합작사가 됐다.

쌍용정유는 1999년 12월 쌍용그룹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쌍용양회가 보유한 지분 28.4%를 자사주로 매입해 쌍용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이듬해인 2000년 3월 사명은 쌍용정유에서 현재의 상호인 에쓰오일(S-OIL)로 바뀌었다. 에쓰오일은 2008년 프랑스 석유기업 토털사와 50대 50 합작투자로 '에쓰오일토탈윤활유'를 설립했다.

에쓰오일은 2011년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인 제2 아로마틱 콤플렉스를 포함한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완공해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또한 당시 창립 35주년을 맞이해 마포구 공덕동에 신사옥을 마련해 입주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5조원 규모 1단계 프로젝트 '잔사유 고도화와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을 완료했다. 에쓰오일은 오는 2025년까지 7조원을 투입해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SC&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6월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했다. 알 카타니 CEO는 취임 1주년인 2020년 6월,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재를 들여 자사 주식 1000주를 매입했다. 회사 측은 위기 극복을 위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회사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지분 63.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제공
◇ 전기차 충전에 수소사업까지…미래 먹거리 확보

에쓰오일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전기차 충전사업과 캐릭터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라이선스업 등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5월에는 파주 직영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시작했다. 급속 충전이 가능한 듀얼 모델과 싱글 모델을 각 1기씩 설치했으며, 설치된 충전기는 100㎾급 급속 충전기로 충전용량 64㎾h 전기차를 3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에쓰오일의 향후 주요 거점 소재 계열 주유소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 전기차 충전시설. 사진=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은 지난 3월 수소 경제의 핵심인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인 에프씨아이(FCI)의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수소사업에도 진출했다.

알 카타니 CEO는 "이번 투자는 수소경제 전반에 대한 투자의 시작으로 회사의 지속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탄소저감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사우디 합작기업인 FCI는 40여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FCI는 오는 2027년까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100㎽이상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그린수소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에쓰오일과 FCI는 국내뿐 아니라 중동시장을 비롯한 해외 연료전지 시장 진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사우디 전력회사 및 통신회사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에쓰오일은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기존 정유·석유화학·윤활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수소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수소산업 전반의 사업 진출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 및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서울 시내에 복합 수소충전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버스·트럭의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와 관련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Kohygen)에 참여하고 있다.

◇ 친환경 시설 연이어 완공…ESG 경영 박차

에쓰오일은 최근 대기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시설의 신증설 공사를 잇따라 완료하고 가동을 시작하며 ESG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에쓰오일은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시설(RHDS)의 증설공사를 마무리하고 가동을 개시했다. 앞서 같은 달 초에는 유증기 소각설비(VCU)가 가동을 시작했다. 석유제품과 생산과정에서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RHDS 증설과 VCU 신설에는 투자비 약 730억원이 투입됐다.

RHDS는 원료인 고유황 잔사유를 고온 고압의 반응기에서 수소 첨가 촉매 반응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 생산 제품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환경 친화시설이다. 이번에 증설한 탈황시설(제1기 RHDS)은 잔사유 처리량이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배럴로 18% 증가했다. VCU는 저장탱크에서 배출하는 유증기를 포집, 완전 연소해 유해 물질의 대기 배출을 방지하는 친환경 설비다.

친환경 시설투자 등 에쓰오일의 ESG 경영은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울산공장의 원유, 제품 저장을 위해 사용 중인 저장탱크의 유증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더 큰 용량의 VCU를 건설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잔사유 탈황시설(#1RHDS). 사진=에쓰오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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