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입구동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타워팰리스는 총 2590세대의 대단지다.

타워팰리스는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이 공동시공했다. 2002년 10월 1차가 1297세대, 2003년 2월 2차 813세대, 3차 2004년 4월 480세대로 각각 준공됐다.

타워팰리스는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시초다. 2010년 이후 3세대 신축이 등장하면서 아파트 품질이 크게 개선되자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

타워팰리스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 도곡역 역세권…수영장 갖춘 고급 주상복합

타워팰리스는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도곡역 역세권 입지다.

타워팰리스 지하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푸드마켓과 스타벅스 등이 있어 생활 편의성이 우수하다.

타워팰리스는 2002년 준공 당시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됐다. 반포의 고급 재건축 단지는 2008~2009년, 일반 아파트는 2010년 중반 이후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특히 타워팰리스의 수영장은 3세대 신축 아파트 단지들도 대부분이 갖추지 못하고 있는 고급시설이다. 당시 타워팰리스가 어느 정도 고급화를 추구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타워팰리스가 주택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린 것은 2010년 이후다.

반포 지역의 래미안 퍼스티지나 반포자이, 아크로리버파크 등 고급 재건축 단지가 주택시장을 이끌면서 일제히 서울 신축 아파트 단지의 고급화가 이뤄졌다. 이에 주택시장 선호도가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일반 아파트로 이동했다.

대규모 녹지환경을 갖춘 요즘 신축 아파트 단지에 비해 타워팰리스는 초고층 건물 몇 개 동 외에 딱히 조경이라고 할 만한 공간이 없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야외 놀이터 공간 등도 없다.

생활 환경 부분을 중요시 하는 수요층에선 타워팰리스를 선택할 만한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또 타워팰리스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특성상 안전 문제로 창문을 열기가 불편해 자연 환기가 아파트에 비해 불리하다. 매달 지출되는 관리비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통상적으로 훨씬 더 비싸다.

주상복합 설계도 세대 내부에 철골이나 기둥으로 인해 잡아먹는 공간인 ‘데드 스페이스’가 생긴다. 이런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 비해 실평수가 작다.

타워팰리스 동 사이 공간에 작은 소나무 정원이 조성돼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매물 ‘실종’

타워팰리스는 전용면적 59㎡(24평)가 없고, 84㎡(32평)도 세대 수가 적다. 가장 많은 세대 수를 차지하는 평형은 137㎡(55평)와 165㎡(66평)으로 대형 위주로 구성돼 있다.

타워팰리스 84㎡는 2020년 10월29일 22억2000만원에 최고가로 실거래됐다. 이후 가장 최근 거래는 같은 해 12월7일 21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인근의 대치동 및 개포동 대표 아파트들의 84㎡ 최고 실거래가가 타워팰리스보다 높다. 도곡렉슬이 28억9000만원, 래미안 대치팰리스가 31억원,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28억원, 개포 디에이이치 아너힐즈가 28억9000만원이다.

타워팰리스 인근 R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타워팰리스 주력은 55평과 66평”이라며 “고층 뷰가 좋은 대형 평형 가격이 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137㎡는 지난 4월3일 30억3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나 신고가를 썼다. 165㎡도 4월5일 역대 최고가인 36억원에 팔렸다.

대형 평형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84㎡를 통해 타워팰리스 진입을 노리는 대기 수요도 상당하다는 게 공인중개사의 전언이다.

단지 인근 K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주상복합이 가진 단점으로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면서도 “그나마 타워팰리스에서 가격이 낮은 편인 34평도 20억원대 초반으로, 여전히 일반인들이 진입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타워팰리스의 상징성이 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강남 진입을 노리는 대기 수요는 여전하다”며 “34평이 세대수가 적어 매물도 귀한데, 그나마 가장 소형 평수라도 매물이 나오면 계약을 하려는 매수 대기자들이 여럿”이라고 귀띔했다.

도곡동 인근의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덩달아 타워팰리스의 매물 품귀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지 내 상가의 S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후 타워팰리스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현재 거래 가능 매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입주민들 상당수가 매도보다는 증여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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