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데일리한국 금융부 기자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쿠팡 투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화하자 연일 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사업과 고용이 모두 한국 내에서만 이뤄져 내수기업으로 여겨지던 쿠팡이 미국 증시로 가는 이유부터 시가총액이 60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쿠팡의 상장신고서를 보자. S-1 양식의 이 서류는 색인(index)과 요청받지 않은 정보 등을 첨부해 240페이지에 달한다.

상장 전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늘어난 이용자 수, 개선중인 실적, 부동산 등 보유 자산, 종업원 수 등이 모두 담겼다. 앞으로의 장밋빛 전망도 그려졌다.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투자 위험요인(Risk Factor) 파트다. "쿠팡 투자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쿠팡이 직접 밝히고 있다. 이 것만 50페이지에 달한다. 그 많은 위험요인을 나열하고도 추가적인 위험요인은 더 있을 것이라고도 경고한다.

쿠팡은 지난해 말(회계연도) 기준 4억7500만 달러 규모, 2019년 6억9900만 달러, 2018년 10억99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낸 ‘히스토리’가 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우려도 언급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과열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택배기사 고용문제 등도 고려해 투자하기를 요청했다.

북한 리스크도 나오는 이 방대한 목록에는 한국 정부의 규제 압박도 등장한다.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과 팬데믹 상황에서 국회에서 제기된 ‘이익공유제’도 투자 리스크로 지목됐다. 한국에선 기업 경영인들이 기업이나 임직원들의 행위로 인해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에게 미리 알렸다.

이를 본 기업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창업자의 차등의결권이 인정되고 기업인을 쉽게 형사처벌하지 않는 미국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적을 따지자면 미국 법인에 가까운 쿠팡이 미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한국의 척박한 기업환경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쿠팡이 이렇게 자세하게 자신들의 '허물'을 드러낸 이유는 향후 만에 하나라도 있을 문제에서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됐지만 사문화된 증권집단소송제가 미국에선 활성화돼 있다. 미국에서 주주들은 해당 기업이 공시 업무를 해이하게 진행해 생긴 주가 하락 등의 손해에 대해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배임죄가 없고 경영자 형사 처벌이 드물지만 끊이지 않는 집단소송과 천문학적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까지 있는 미국이 기업하기 더 좋은 환경인지는, 그래서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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