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장미아파트 전경. 사진=김현진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 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김현진 기자]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는 1979년부터 1984년에 걸쳐 준공됐으며, 1~3차 총 3522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단지가 재건축가능연한(30년)을 이미 넘어, 재건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미아파트는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우여곡절 끝에 15년만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퇴근 시간 전이지만 장미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따라 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김현진 기자
◇초·중품아 장점…주차공간 부족 단점

잠실 장미아파트는 인근에서 얼마 남지 않은 구축 아파트에 속한다.

이 단지는 뛰어난 입지적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잠실대교 남단 한강변에 가로로 길게 접해있어 한강 조망권이 우수하다.

또한 장미아파트 1차와 2차에 단지 내 상가가 각각 위치해 있으며 롯데월드몰과 홈플러스 등과 같은 생활·편의시설부터 잠실6동공원, 신천어린이교통공원 등의 이용이 편리하다.

교육여건도 괜찮다. 잠동초등학교와 잠실중학교가 단지 내 위치한 초·중품아(초등학교·중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다. 단지 인근에 잠실고도 있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도보로 통학이 가능하다.

단점도 있다. 구축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장미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시설이 없어 주차 공간이 세대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장미아파트 1차와 2차는 각각 2100가구, 1302가구 규모다. 3차의 경우 독립된 주차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 1차와 2차 총 3402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하지만 주차공간은 1980대로 가구당 주차대수가 0.6대에 불과하다. 가구당 자동차 한 대도 제대로 주차할 공간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분양한 단지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이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의 가구당 주차대수는 약 1.3대이며,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A1-5블록에 분양한 단지의 가구당 주차대수는 약 1.2대다.

장미아파트 관계자는 “차량 대수 제한은 없고 정식 등록된 주차에 한해서는 단지 내 A, B 상가에 야간주차는 가능하지만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미아파트 단지 내 잠동초등학교 전경. 사진=김현진 기자
◇정비구역 지정 후 15년만에 조합 설립 인가 받아

장미아파트는 잠실 인근 한강변 아파트 중에서는 잠실주공5단지와 함께 '알짜 입지'로 꼽힌다.

장미아파트는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 추진이 수월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상가 규모가 커 소유주들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반대하는 소유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가는 재건축을 진행하는 동안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건축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각 동별 동의율 50% 이상, 전체 동의율 75%가 필요하지만 장미아파트 상가 조합원의 수는 800여명으로 그 비중이 전체(4300명)의 약 20%에 달한다.

장미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아파트와 상가의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독립정산제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잡는 등 상가 동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다. 이후 상가동의율이 높아졌으며 2020년 3월 송파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조합은 설립되지 않았다.

장미아파트 인근 G 공인중개소 대표는 “10년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갖추고 1세대 1주택이어야만 팔 수 있고, 사는 사람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미아파트 전경. 사진=김현진 기자
◇32평 1년새 3억원 올라…매매 가격 상승세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장미아파트 1차와 2차 모두 거래가 얼어붙었다. 3차도 마찬가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10~12월 장미아파트 1차와 2차는 각각 11건, 6건 실거래됐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으로 장미아파트 1차와 2차는 2019년 10월에만 각각 18건, 12건 매매된 바 있다.

H 공인중개소 대표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 자체가 많이 없는데 실거주가 가능한 물건은 더 찾기 어렵다”며 “평형대별로 1~2개 정도 나와 있으며 큰 평형의 경우 매물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G 공인중개소 대표는 “재건축 설립 인가까지 받은 만큼 입주 매물은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매매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장미아파트 2차 전용면적 82.45㎡(32평)은 2020년 3월 16억2600만원에 매매됐다. 5월에는 16억7500만원으로 2달 만에 5000만원가량 올랐으며 6월 17억5000만원, 7월 18억6000만원, 12월에는 19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연초보다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J 공인중개소 대표는 “지금 나오는 장미아파트 32평형 매물을 봐도 19억5000만원에서 20억원 사이로 나오고 있다”며 “현재 조금 진정돼 있는데 12월 말까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때문에 꼭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급매로 다 정리했기 때문에 올해부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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