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장 격동기에 LG마이크론과 합병…삼성전기 대항마로 부상

2010년 아이폰용 카메라모듈 공급 계약 성사, 최대 공급업체로 성장

올해 매출 10조원 돌파 전망, 미래 동력 전장부품 역량 강화에 집중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2009년 6월30일. 당시 LG이노텍의 허영호 사장은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마이크론과의 합병 출범식에서 "소재부품기업이 고성장,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조기에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요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는 미국을 시작으로 아이폰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2007년 첫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은 2008년 3세대 통신용인 '아이폰3G'를 히트시켰다.

LG전자 또한 휴대폰 시장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었다. 2009년 2분기 LG전자는 휴대폰 2980만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점유율 3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하는 등 휴대폰 시장이 격변기를 맞았다.

LG이노텍 본사가 있는 LG사이언스파크 전경.사진=LG이노텍 제공
2008년 LG마이크론에 대한 합병 실패의 아픔을 겪었던 LG이노텍은 2009년 합병에 성공, 같은해 7월1일부터 통합 법인으로 운용됐다. 모바일 산업의 격동기에 우리나라에서 초대형 종합부품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LG마이크론과 합병 전인 2008년 LG이노텍의 매출은 1조4156억원으로 경쟁사인 삼성전기(3조998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합병한 해인 2009년에는 2조2298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삼성전기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LG이노텍은 합병을 통해 튜너, 모터, 모듈, 디스플레이·반도체용 소재부품,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전개하는 종합부품회사로 재탄생했다.

당시 LG마이크론과의 합병으로 시작된 PCB 사업은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활약 등과 맞물려 LG이노텍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 LG마이크론이 가지고 있던 포토마스크 사업 역시 LG디스플레이의 수요에 힘입어 초대형 부품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했다.

2009년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의 통합사 출범. 사진=LG이노텍 홈페이지
LG이노텍이 영위해온 휴대폰 부품과 LED, 디스플레이부품 사업 등도 합병 시너지가 나기 시작했다. 2010년 매출 4조원을 돌파한 LG이노텍은 2011년 4조원 중반, 2012년 5조3160억원, 2013년에는 6조21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고속 성장했다.

◇ 모바일 판도 격변 속 아이폰에 카메라모듈 공급

LG이노텍의 뿌리는 1970년 설립된 금성알프스전자다. 당시 일본 알프스전기와의 합작사로 설립됐다.

1995년 금성알프스전자는 'LG전자부품'으로 사명을 바꾼 뒤 수차례 변화를 거쳐 2000년 5월 LG이노텍으로 재탄생했다. 2005년 매출 1조원을 첫 돌파했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자본잠식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정부의 퇴출대상 기업명단에까지 포함될 정도로 부실에 허덕였지만 1999년 LG정밀과 합병을 통해 이를 면할 수 있었다.

1999년 LG정밀과 LG C&D의 합병. 사진=LG이노텍 홈페이지
LG이노텍은 품질 혁신, 신규사업 투자에 집중한 결과 2001년 188억원의 영업적자에서 2002년 132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모바일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 전개해나갔다. 특히 카메라모듈 사업은 당시 모토로라 등 북미 고객사를 집중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과 관련해 애플과 계약을 튼 것은 2010년이다. LG이노텍은 500만·800만 화소의 카메라모듈 등의 공급을 통해 아이폰향 초대형 부품 공급기지로 성장했다. 2010년 80~90%에 달하던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 또한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기술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제2의 전성기로 진입했다. △2011년 국내 최초 광학식 손떨림방지(OIS) 기능을 적용한 800만 화소 자동초점 카메라모듈 개발 △2013년 세계 최초 1300만 화소의 초소형 OIS 카메라모듈 양산 △2018년에는 표준화각과 망원, 흑백카메라로 구성된 트리플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15년 4월 LG전자의 스마트폰 'G4'의 카메라모듈을 양산하고 있는 LG이노텍 광주공장. LG이노텍 직원들이 G4의 카메라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 수익구조 균형 추진, 전장부품사업에 역량 집중

오늘날 LG이노텍은 글로벌 초대형 소재부품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부품 기업으로서 삼성전기와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쟁관계다. 카메라모듈, 기판소재 분야 등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08년 삼성전기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LG이노텍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삼성전기를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9조3220억원, 5987억원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2020년 하반기 나온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져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많다. 올해 매출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LG이노텍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최대 카메라모듈 공급사로 성장했지만 이와 함께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애플에 대한 LG이노텍의 매출 의존도는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용 5G 통신모듈. 사진=LG이노텍 제공
하지만 LG이노텍은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에 집중돼온 수익 구조를 차세대 동력인 전장부품 등으로 고르게 분배해 균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균형과 고도화를 통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자 전장부품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LG이노텍은 국내 최초로 LTE 기반의 자율주행 자동차 핵심부품인 C-V2X(이동통신기반-차량·사물통신) 모듈을 선보이며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에 집중된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이노텍 전사 영업이익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73%, 올해 61%, 내년 52%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LG이노텍은 전장부품과 함께 기판소재 영역에서 비중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 전장부품과 관련해 모터센서, 차량용 통신모듈, 차량용 카메라모듈, 차량용 파워 등을 납품하고 있다. 또 애플이 만드는 자율주행차인 '애플카'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다. 카메라, 3D 센싱모듈, V2X 통신모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

LG이노텍 평택공장 전경. 사진=LG이노텍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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