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0년 넘은 구축이지만 잠실 아파트 중 가장 비싸

지역 내 입지 '최고'…입주민 만족도 높아 매물 ‘희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정문.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kooki.com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이하 아선)는 1986년 9월 열린 서울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외국 선수와 임원들이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 묵게 할 대규모 숙소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1356세대 규모로 지어졌다.

1986년 6월 완공된 아선은 그해 10월 아시안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뒤 선수촌 본연의 역할을 마쳤다. 이후 그해 말에 일반 분양을 실시하면서 일반인들이 입주해 살기 시작했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은 아선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인근의 잠실주공 1~4단지와 잠실시영 아파트가 ‘엘리트레파(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로 일제히 재건축을 마친 것과 달리 현재까지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선은 강남구와 가장 인접한 입지, 아시아공원이라는 큰 녹지를 끼고 있는 강점을 갖춰 잠실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잠실 대장주다.

특히 잠실동 전체가 2020년 6월23일부터 토지허가거래제 시행 지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 의무화, 대출 금지, 자금 출처 조사 등 다중 규제가 놓여진 상황에서도 아선은 허가제 '허들'을 뛰어넘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아선은 인근의 잠실주공 5단지와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재건축도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 재건축 추진을 위해 1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것이다.

이렇게 사실상 재건축이 물건너가면서 재건축 기대감 없는 상황에서도 아선은 잠실 대장주 자리를 유지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선수촌 단지 내 지하주차장. 아시아선수촌은 국내 아파트 건축 역사상 최초로 단지 내 입주민 전용 지하주차장이 설치된 단지다. 사진=임진영 기자
◇국내 아파트 단지 중 지하주차장 최초 설치

아선은 당시로는 가장 획신적인 설계가 도입된 아파트였다.

서울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 스포츠 대회였던 만큼,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대회 성공에 매진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잠실종합운동장 바로 남측에 지어진 아선 역시 당시 경기에 참전하는 외국 선수단이 묵을 숙소로 사용됐던 단지였던만큼,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대외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야 했다.

따라서 당시 우성아파트를 지어 유명세를 탔고, 대형건설사로 이름을 날렸던 우성건설과 신성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고,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역사에서 최초로 지하주차장을 단지 내에 짓는 등 선도적인 설계가 적용됐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등이 지하주차장이 지어지지 않아 현재까지도 주차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구축 아파트의 가장 큰 약점인 주차 문제가 아선은 지어질 당시부터 해당사항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본격적으로 지어진 기점이 2000년이고, 2010년 즈음에서나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 건설이 일반화된 것을 감안하면 1986년에 이미 지하주차장을 완비한 아선은 당시 가장 앞서가는 단지였다.

다만, 아선이 국내 최초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건설하기는 했지만 단지 내 모든 차량을 지하에 주차시켜 완벽하게 ‘지상에 차 없는 단지’를 구현하지는 못했다.

단지 내 중앙상가 H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30년 전에 아파트를 처음 지을 때는 지하추자장에 모든 차량을 수용 가능했을지 몰라도 아선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이 여유가 있는 고소득 가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단지 자체가 대형 평형 위주 단지라 한 가구에 여러 대 차량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며 “지하 주차장만으로는 입주민 차량 주차를 전부 소화하지 못해 지상 주차장도 쓰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선수촌 단지 내 지상 주차장에 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아선은 구축 아파트로선 보기 드물게 지하주차장을 갖추고 있지만 한 세대에 차량을 다수 보유하고 았는 경우가 많이 지상주차장도 병행 운영 중이다. 요새 신축 트렌드인 ‘지상에 차 없는 단지’는 아닌 셈이다. 사진=임진영 기자
◇56평이 메인 세대…대형 위주 단지

현재까지도 국내 아파트 주력 평형이 84㎡(34평)과 59㎡(24평) 등 중소형이고, 84㎡ 이상, 40평대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은 사실상 세대수도 적고 단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30년도 더 전에 지어진 아선은 가장 작은 평형이 99㎡(38평)고, 전체 1356세대 중에서 446세대로 가장 세대수가 많은 평형이 151㎡(56평)일 정도로 대형 평형에 특화된 단지다.

이에 아선은 넓은 아파트를 찾는 고소득층이 대거 입주했다. 현재까지도 고소득 입주민들이 주거민들의 다수를 이루는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아선은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함께 ‘부자 아파트’의 시초를 알린 단지인 셈이다.

단지 내 중앙상가의 S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아선은 입주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사 한 번 없이 30년 넘게 그대로 살고 있는 고소득층이 많다”며 “노년층 입주민들이 단지 내 다른 세대를 구입해 자녀들이 살게 하는 등 부자들이 대를 이어서 살고 있는 단지가 이 곳”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선수촌 각 세대 창호와 외벽 모습.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의외로 단지 노후화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사진=임진영 기자
◇건폐율 10%에 '초중고품아'

입지를 살펴보면 아선은 단지 북측으로 아시아공원이 접해 있고, 아시아공원 바로 위쪽에 서울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이 있다.

잠실 재건축 오형제인 엘리트레파가 모두 단지 내부에 근린공원을 끼고 있지만 아선과 인접한 아시아공원은 잠실 재건축 단지 근린공원의 2~3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 있는 만큼, 아선은 가장 녹지 환경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또한 아선 북쪽에 위치한 종합운동장역 건너편엔 잠실종합운동장이 위치해 있고, 단지 동쪽으로는 탄천을 건너면 바로 강남구 삼성동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아선은 잠실 재건축 대단지 아파트들인 '엘리트레파'보다 더욱 강남구와 탄천에 인접해 있다.

학군 측면에서도 아선은 인근 잠실 재건축 대단지 아파트들에 뒤지지 않는다.

단지 남쪽엔 아주초등학교와 아주중학교가 인접해 있고, 단지 동북쪽엔 정신여중과 정신여고가 맞붙어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남고생 자녀를 둔 세대를 제외한 모든 학군 연령층 자녀의 도보 통학이 편리하다.

무엇보다 아선은 건폐율(10%)이 낮다. '엘리트레파’가 건폐율이 14~16%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동간 간격이 넓어 쾌적도가 높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사진=임진영 기자
◇ 거래허가제 이후 오히려 실거래가 3억 ‘껑충’

서울 삼청대잠(삼성동·청담동·대치동·잠실동) 지역이 지난해 6월23일부터 전세를 끼고 사는 일명, ‘갭투자’가 금지되고 실거주 시에만 주택 매입이 가능한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으로 묶이면서 일대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아선은 허가제 이후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오히려 가격 상승폭은 가파르다.

아선에서 가장 작은 평수인 99㎡(38평)는 허가제 시행 전날인 지난해 6월22일 24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넉달 넘게 거래가 없다가 같은 해 10월30일 27억6000만원에 팔리면서 허가제 전 가격에서 3억1000만원이 상승했다.

아선 전체 가구 중에 가장 세대수가 많은 주력 평형인 151㎡(56평)도 지난해 6월22일 30억6000만원에 매매됐다가 이후 12월16일에 33억원에 손바뀜 되며 2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아선 최대 평형인 178㎡(64평)도 역시 지난해 6월22일 36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고, 넉달 후인 11월30일 41억원에 실거래되면서 4억5000만원이 올랐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실거주 괜찮아 나가는 세대 거의 없어”

이렇게 아선이 허가제에도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중개소들의 전언이다.

특히 가장 수요가 높은 최소 평형인 99㎡(38평)은 매물이 단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아선 매물은 씨가 마른 상태라고 한다.

단지 내 상가 E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아선은 1986년 입주 당시에 들어와 현재까지도 살고 있는 주민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데다 노년층 비율이 높아 끝까지 이 곳에 거주하려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잠실에서도 핵심입지인 아선에 들어오려는 수요는 많은데 나가는 세대는 거의 없다 보니 매물을 구하기 힘들다”며 “매수 대기자가 워낙 많아 일단 매물이 나왔다 하면 허가제 규제에도 이전 거래가보다 몇억원씩 오른 가격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단지 내 상가 B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아선은 지하주차장이 없는 인근의 잠실주공 5단지처럼 주차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며 “단지 노후화도 심하지 않아 입주민들의 재건축 열망도 그리 높지 않아 더욱 더 집을 팔고 나가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단지 인근의 또다른 A 부동산 공인중개소 대표는 “아선이 30년 넘은 구축이긴 하지만 가장 작은 평형인 38평을 제외한 40평~60평대는 모두 화장실이 두 개로 요새 신축과 동일해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며 “38평도 가장 큰 안방에 500만~6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들여 화장실을 추가 설치해 화장실 두 개를 사용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