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해외 매출이 내수를 넘어서

유튜브 통해 제품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급부상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너무 매워서 도저히 먹을 수 없다”

삼양식품이 2012년 4월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맛본 고객들의 출시 초기 반응이다. 이후 불닭볶음면은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8년간 라면을 포함해 스낵, 간편식, 소스 등 20여 가지 제품군으로 ‘불닭’ 브랜드를 확장했다. 불닭 브랜드로 내놓은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20억개에 이르며, 누적 매출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통해 국내외 동시 공략한 결과다. 2017년부터 해외 매출은 내수를 넘어섰으며, 현재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비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매운맛 특유의 중독성으로 한 번쯤 도전했거나 도전해봐야 하는 ‘K-푸드'의 아이콘으로 해외에서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제공
◇ 입소문으로 제대로 터진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가의 며느리인 김정수 총괄사장의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매운맛을 즐기는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매운 볶음면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전략이었다.

출시 초기 매출은 월 7억~8억원 정도였으나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석달 만에 배로 증가했다. 이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현재는 월 80억원대를 기록 중이다.

불닭볶음면이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 도전(Fire Noodle Challenge)'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매운맛에 힘들어하면서도 맛있다며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유튜브에 ‘Fire Noodle Challenge'를 검색하면 100만개 이상의 영상이 검색될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삼양식품 제공
불닭볶음면의 인기와 함께, 매운 맛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 입소문을 타며 불닭볶음면과 부재료(스트링 치즈, 참치, 계란 등)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도 등장했다.

삼양식품은 이에 착안해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 국내라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불닭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이 불닭 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은 삼양식품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5년 3000억원을 밑돌던 매출은 2018년 4693억원, 2019년에는 5435억원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해외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2017년 1억달러, 2018년 2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현재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호기심에서 시작돼 단기간의 유행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불닭브랜드의 인기가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에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사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2014년 KMF 할랄 인증에 이어 2017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을 받아 할랄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사진=삼양식품 제공
꾸준히 불닭 브랜드 제품도 확장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제품들로 폭을 넓혔다. 이제는 라면뿐만 아니라 스낵, 간편식, 소스 등 20여 가지 제품으로 늘리며 다양한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불닭브랜드 위주의 수출 라인업을 다양화하기 위해 2018년 동남아시아 지역 맞춤형 브랜드 '삼양'을 론칭했다. 삼양은 동남아 현지 시장의 소비트렌드와 현지인들의 입맛,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수출 전용 브랜드다.

삼양은 한국의 일반적인 중량인 120g과 다르게 70g 전후로 판매되는 현지 시장 특성을 반영해 제품의 용량을 80g으로 줄였다. 가격도 불닭볶음면의 절반 수준으로, 일본 등 주요 수출 경쟁업체와 비슷하게 책정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단순히 ‘원 아이템’이 아니라 한국식 매운맛이라는 카테고리를 선점한 K-푸드의 리더”라며 “매년 6억~7억개씩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의 확고한 위치를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 불닭볶음면 최대 수출국 '중국·동남아'

'Fire noodle challenge'에서 시작된 불닭 브랜드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최근 3년 새 3배 가까이 성장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까지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삼양식품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2016년 450억원에서 2019년 1250억원으로 3년 만에 매출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사진=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은 진출 초기 온라인 채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징동닷컴, 티몰(알리바바) 등에 입점하고 사이트 내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설하며 불닭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썼다. 그 결과 2016년 4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7년 100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후 오프라인 판매망 확장에 집중해 전국 대도시부터 3, 4선 도시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에 촘촘한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2019년에는 12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라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5% 늘었다.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서는 약 86억원(5055만 위안)의 매출을 달성해 불닭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동남아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한다. 지역 내 최대 수출국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이다.

삼양식품은 2018년 동남아시아 지역 맞춤형 브랜드 삼양을 론칭하고, 대표적인 K-푸드 4가지(떡볶이, 불고기, 짜장, 김치)를 라면으로 구현한 신제품 ‘삼양 80G' 4종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불닭 입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삼양 브랜드를 적극 육성해 수출 확대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6년부터 미국 내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또 2018년에는 LA 기반 제조.유통회사인 UEC(United Exchange Corporation)의 제안으로 히스패닉을 타겟으로 한 ‘타파티오(Tapatio) 라면’을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도 2016년 80억원에서 2019년 250억원으로 상승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지난 10월 2000억원을 투입해 밀양에 수출 전용 신공장을 건설 중”이라며 “앞으로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와 간편식 카테고리 강화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매출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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