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코스피는 2820.51로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윤희 기자] 2020년 국내 증시는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새 역사를 써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140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극적으로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했다. 지수는 2600과 2700, 2800을 돌파하며 세밑 폐장일인 지난해 12월 30일엔 2873.47에 거래를 마치며 3000선을 넘봤다.

새해 증시 전망도 밝다. 증권가에서는 3000선 돌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유동성 장세를 끌어갔던 중앙은행들의 정책 불확실성, 실물 경기 위축으로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양극화가 강화되는 점 등이 억제 요인으로 제시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일 "2021년에는 거시경제와 기업이익 모두 순환적 회복이 예상되지만, 주가는 최근의 급등 과정에서 내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이미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올해 증시,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을 주목해야 할 지 새해 중요 키워드로 알아봤다. 데일리한국은 내년 증시 키워드로 2개의 ‘G’와 2개의 ‘B’로 꼽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5G(5세대 통신), 바이오(제약), 배터리(전기차)다.

◇착한 투자? 아니 지속가능한 투자 ESG

ESG 투자는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것을 뜻한다. 지속 가능한 투자, 사회적 책임 투자, 윤리적 투자, ‘임팩트 투자’ 등도 모두 ESG 투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ESG 투자는 담배 회사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등 주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종을 배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ESG 요소를 개선하도록 개입하는 등 의미가 확장됐다.

ESG 기준 우수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높은 것도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코스피200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외 ESG 평가기관이 산출해 낸 ‘신한금융투자 ESG 컨센서스’에서 7.71점으로 한국 기업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삼성전기의 주가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급락했던 증시가 회복을 시작한 지난해 4월 이후 12월 말까지 82% 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60%)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기의 뒤를 이어 신한금융지주(7.55), 롯데하이마트(7.54), 롯데푸드(7.53)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투자시장에서 특히 탄소 감축 등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감소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신세계였다. LG전자, 오리온, KCC, 한국가스공사, 매일유업, 한국항공우주산업, 호텔신라, SK, 한온시스템이 뒤를 이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해 11월 이후 온실가스 원단위 감소 상위 10개 기업들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7개 기업이 각 섹터를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했다"고 전했다. ESG가 수익률 상승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최근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 5G 장비주 ‘연초 랠리’ 기대

올해는 지지부진했던 5G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준섭 KB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021년 말 5G 가입자는 1700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아이폰 등 휴대폰 단말기는 5G 단말기를 중심으로 출시되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5G 중저가 요금제의 출현도 5G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봤다. 김 연구원은 5G 가입자의 증가는 결국 휴대폰 요금수준 확대로 연결되면서 통신사 무선 매출액을 느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5G를 중심으로 한 B2B 사업이 진척되면 이 또한 통신사들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기업분석실장은 "과거 국내외 네트워크장비주 상승은 결국 통신주 상승으로 이어진 바 있고 미국 통신주 상승이 국내 통신주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결국 투자를 집행한 통신사도 네트워크장비 업체 다음으로 당연히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는 가운데 실적 호전이 현실화되면서 주가가 올랐다"고 했다.

김 실장은 "2021년 1~2월 미국 통신사향 대규모 수주 소식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고 월별 장비 매출 규모로 보면 2021년 3월 사상 최고치 돌파가 예상된다"면서 상반기 미국 수출 부문에서 큰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KMW, RFHIC, 다산네트웍스를 꼽았다.

◇ 코로나19 첫 해는 진단키트주… 2021년엔 백신주 주목

2020년이 코로나19가 발생한 해였던 만큼 코로나 진단키트주가 가장 주목받았고 상승폭도 컸다. 올해는 백신과 바이오시밀러 종목이 부각될 전망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많은 회사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면서 "2021년에는 이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 및 부작용 등 많은 이슈들에 주목해야 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전 세계 77억명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빈번하게 접종돼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백신 설비를 갖춘 기업들의 대규모 위탁 생산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위탁생산을 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사의 백신 공급을 위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GC녹십자도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계약을 통해 추후 개발될 백신 5억도스에 대한 완제 공정(백신 주사기 주입, 라벨링 등)을 맡기로 했다.

◇ 전기차 '모멘텀' 2021년?

2차전지(배터리) 산업은 이미 한국 산업계의 핵심에 자리했다. 지난해에도 LG화학과 삼성SDI 등 2차전지 대표 기업이 주식시장을 달궜다. 삼성SDI 주가는 지난해 말 기준 연초 대비 150%가량 상승했고 다른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주가도 평균 120%에 이르는 강세를 보여왔다. .

‘한국판 뉴딜’로 불리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Tesla)’ 등이 주도하는 전기차 열풍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애플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LG전자가 마그나와 1조원 규모의 전기차 부품 합작법인을 만든다고 발표하는 등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것도 시장을 고무시켰다. 교보증권은 2021년 전기차 판매량을 올해보다 3% 가량 늘어난 312만대로 추정했다. 전기차와 밀접하게 연관된 2차전지 종목에 대해서는 새해에도 주목해 보는 것이 좋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은 2020년 실질적인 코로나19 피해주에 해당했으나 2021년부터 큰 성장이 예상된다"며 "이들 시장의 성장에 따라 주요 핵심 소재들도 연평균 35% 내외의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