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고객 편의↑

3사 통합 LCC 출범 전망…재편되는 항공업계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는 2021년 다소 손실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세계적 입국 제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사진=연합뉴스
◇ 항공업계 최대 화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올해 마무리될 예정이며, 양사의 통합 작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신주 인수 계약금 3000억원과 3000억원 상당의 영구전환사채 등 6000억원을 아시아나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 40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6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유상증자 잔금을 내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동안 통합과정에 문제를 제기해왔던 KCGI 측도 통합 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합병은 순조롭게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 12월22일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작년 이맘때가 오히려 더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회사는 좋아지고 있고 통합 항공사의 최대주주인 것도 나쁘지 않다”며 “항공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와 유관단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번에 장관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것을 보고 3년 후가 가슴 뛰고 궁금하다. 우리는 항공산업의 통폐합에 반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마지막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다. 하지만 정부도 적극적으로 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기업결합이 불허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양사는 합병에 앞서 통합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항공사는 지난 12월15일부터 연결 탑승수속(IATCI)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결 탑승수속은 환승 승객 편의를 위해 항공사 간 협약에 따라 이뤄지는 서비스로 환승객들이 최초 항공사 탑승수속 한번으로 연결 항공편의 △좌석배정 △탑승권 발급 △최종 목적지까지의 수하물 탁송을 일괄적으로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사진=주현태 기자
◇ 3사 통합 LCC 출범…재편되는 항공업계

올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계기로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통합 LCC 출범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다른 LCC 간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후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 LCC 통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대형항공사(FSC)끼리 결합을 위해 인수 후 통합절차(PMI)를 마무리 짓는 올 상반기 이후부터 구체적인 LCC 통합방안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공식화하면서 두 항공사의 LCC 관계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CC 3사가 통합하면 제주항공을 비롯한 나머지 LCC들과 격차를 크게 벌려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기존 국내 LCC 항공기 수는 제주항공(44대)을 선두로 진에어(28대), 티웨이(25대), 에어부산(25대), 에어서울(7대)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LCC 3사가 통합하게 되면 보유 항공기 수는 총 60대가 된다. 항공의 전반 수익을 책임지는 여객점유율도 마찬가지다. 통합 LCC의 지난해 1~10월 기준 여객점유율은 진에어 20.4%, 에어부산 18.35, 에어서울 5.4%로 합산 점유율은 44.15%에 달한다.

LCC 3곳의 구체적인 통합 구조는 아직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품는 구조가 유력하다. 다만 에어부산이 꾸준히 분리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에어부산은 이번 통합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각각 최대주주가 56.38%,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에어부산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은 44.17%에 불과하고 부산시와 향토기업이 4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정부가 항공업 재편에 나선 만큼 다른 LCC들의 통합 가능성도 열려있다. 특히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이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플라이강원 등이 잠재적 매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이렇다보니 다른 LCC들도 재편된 항공업계 시장을 앞두고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노선 운영을 위해 올해 말부터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 3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 항공기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구성했다.

에어버스 A330-300 항공기는 기존 보잉 737-800 항공기보다 6000km 이상 항속거리가 늘어나 최대 1만 175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이에 티웨이항공은 추후 호주 시드니와 크로아티아·호놀룰루·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중장거리 노선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CC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제주항공도 항공업계 재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관계사 LCC들이 합칠 때까지 많은 변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거대항공사 통합으로 항공산업에 큰 구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항공재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항공업계가 코로나19 타격으로 생존에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올해도 위기를 이겨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운항중단(셧다운) 상태인 이스타항공의 경우 재매각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호남기반의 한 중견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인수 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수혈한 뒤 법정 관리를 신청해 회생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절반 이상 탕감시켜 인수 기업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경이 변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올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산업은행 측에서 밝힌 것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통합될 수도, 분할돼 각자 운영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인수금융을 풀어 항공업계가 자유롭게 인수합병(M&A)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큰 구조조정 없이 항공사들끼리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신 등의 의약품을 실은 특수 컨테이너가 이동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 FSC 화물사업으로 호실적, LCC 적자 지속되나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 상황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객 매출 90%에 달하는 국제선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으로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수송량은 각각 12만2000t, 6만1000t으로 전년 동기대비 9.7%와 1.7% 증가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해 1~11월까지 누적 화물 수송량이 120만1000t으로 지난해 연간 수송량인 120만6000t에 근접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LCC의 4분기 실적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거리 국제선 여객 수요가 없을 뿐더러, 여객기를 개조해 시작한 화물 운송 사업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인 코로나19로 인해 그나마 유지한 국내선도 저조한 탑승률을 보이고 있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사업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2일부터 진행된 항공사들의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상품 탑승율은 36%에 그치고 있다. 이번 관광비행 사업의 시작을 알린 제주항공의 경우에도 지난 12월 18일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한 뒤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운항한 무착륙 관광비행편 탑승률이 40%에 그친바 있다.

이에 업계에선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적게는 350억원에서 많게는 650억원 가량의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부터 백신 수송이 본격화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실적은 증가하지만, LCC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희영 교수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송이 본격화되면 백신을 옮길 수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만 가능하기때문에 FSC의 상황은 조금 더 나아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제품별로 보관 온도가 달라 맞춤형 수송전략이 필요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수송은 해당 인증을 가진 항공사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두 항공사는 지난해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의약품 항공운송 국제 표준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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