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1번.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언론과 소통한 횟수다. 지난해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같은 해 5월10일 취임 3주년 행사에서 던져진 기자 3명의 질문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기자회견이 아닌 특별연설 자리”라는 설명에 묻혀 그 의도와 의미가 퇴색됐다. 소통이 아닌 ‘홍보’의 현장이라는 점을 청와대 스스로 주장한 셈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자들은 결국 조연에 그쳤다.

물론 지난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문 대통령의 대외적인 언론 활동을 움츠러들게 한 측면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사실상 1년 내내 나라가 전시 상황이었다”면서 “기자회견을 열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7년 5월10일 취임 이후로 넓혀 봐도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4차례에 그친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던 취임사에 비춰보면 4번이라는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는 더욱 초라해진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4회는 ‘불통’이라고 혹평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 3회와 비슷하다.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4년 1개월이다. 문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2021년 1월 현재, 3년 8개월째다.

김능구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은 잘하고 있을 때만 언론과 만나는 것이 아니다”면서 “소통 대통령으로 기대했던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기자회견 횟수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각각 29회, 13회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대통령의 언론 소통은 비공식 간담회 등을 포함하면 100회가 넘는다. 한국기자협회는 두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 간담회, 기자회견 등을 모두 합쳐 각각 150회라고 집계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두 사람의 소통 행보가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평론가는 “청와대 참모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12월25일 문 대통령이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복귀 결정을 언급하며 대국민 사과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대신 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평론가는 “대통령 사과를 대변인이 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면서 “그러니 문 대통령이 빛나는 자리에만 나간다고 욕먹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시기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영화 ‘기생충’팀과 짜파구리를 먹고, 코로나 2차 확산 시기인 9월에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BTS를 청와대로 불러 야권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모순적인 행보도 비판 대상이다. 그는 지난 2016년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를 향해 “통하지 않고 꽉 막혀서 숨 막히는 불통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문 대통령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등 나라를 뒤흔든 사건에 대해 입을 꾹 닫아왔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문 대통령이 언론과 좀 더 많이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자는 “문 대통령은 야당으로부터 협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기자회견마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한층 더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대통령이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단순한 기자회견이 아닌 대국민소통”이라면서 “신년 기자회견만 하더라도 대통령으로부터 한 해 동안의 설계나 계획을 듣는 중요한 자리다. 대통령과 언론이 소통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2021년 첫 기자회견은 신년 기자회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매년 1월 중순, 대통령은 연설에서 새해 각오를 다짐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현안들을 설명해왔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각각 2018년 1월10일, 2019년 1월10일, 2020년 1월14일 열렸다.

다만 여전히 해를 넘어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가 관건이다. 때문에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된다면 비대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300여명에 달하는 출입기자들이 청와대 한 건물에 모이는 상황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에 반한다.

비대면 기자회견이 진행될 경우, 대면 기자회견보다는 질의응답이 충실히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문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화자찬하는 K-방역 관련 코로나 대응에 외신의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여야 극한 대립 끝에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개혁과 관련된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날선 질문이 예상돼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적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비대면으로 진행된 박병석 국회의장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류재민 디트뉴스24 기자는 “사전 점검을 통해 여러 차례 준비 과정을 거치는 점을 확인했다. 그 사이 기자들의 질문도 한층 충실하게 수정할 수도 있다”면서 “비대면 기자회견의 효율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상태”라면서 “온라인 기자회견은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복수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방역 등에 따라 기자회견의 시기나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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