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코스피 타깃 3000 이상 수정 제시

호재성 재료 소진으로 주가 추가 상승 제한 의견도

[데일리한국 견다희 기자] 지난해 12월, 코스피 지수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자 증권사들도 새해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실제 국내외 시장은 저금리 추세로 인한 유동성 확대와 달러화 약세 등 주가에 우호적인 금융환경이 조성된 만큼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유동성 확대와 경기 부양 카드 등 증시를 밀어 올린 호재가 대부분 이미 반영된 데다 공매도 재개 등 급격한 긴축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3000시대 여는 원년 ‘장미빛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풍부한 유동성과 달러 약세 그리고 경제회복을 근거로 증시 추가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올해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한 곳은 흥국증권이 유일했다. 그 외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 예상 밴드로 2700~2900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치를 넘어섰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2175.17로 출발해 12월30일 2873.47로 마쳤다.

주가가 오르자, 지난해 12월 주요 증권사들은 코스피 전망치 상향 조정에 나섰다.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치는 증권사가 제시하는 종목 목표주가처럼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별 의미 없다는 말도 적지는 않다.

KB증권은 코스피 타깃을 2750에서 3300으로 수정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300포인트 상향 조정해 2700에서 3000으로 전망치를 올렸다.

이밖에도 하이투자증권(3000), 신한금융투자(3080), 카카오페이증권(3035), 대신증권(3080), 현대차증권(3000) 등도 올해 코스피 상단을 3000선 이상으로 제시했다.

올해 증시 상승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회복이다. 경제성장률이 전년과 비교해 가장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해이기 때문이다. 소위 기저효과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쳤기 때문에 올해에는 개선될 여지가 많은 셈이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1분기에 전년보다 -6.8%, 미국은 작년 2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31.4%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올해 중국과 미국 경제성장률의 기저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기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선진국은 3.9%, 신흥국은 6.0%, 세계 경제 전체는 5.2%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증시 상승을 이끌 두 번째 동력은 저금리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는 FOMC에서 연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데 이어 최소 2023년까지 현행 제로(0)금리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여기에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역시 유지해 물가 안정 목표치(2.0%)를 달성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기로 했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를 추종할 수밖에 없는 한국도 유동성 확대 효과를 계속 누릴 것으로 보여 올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는 달러 약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러화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내년 역시 약달러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달러화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 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위험자산 가격의 추가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올해 코스피 최상단을 3200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400선에서 2800선까지 급등한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큰 상승폭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호재성 재료 소진 ‘주가 조정’

반면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호재성 재료는 이미 다 반영된 데다 증시 상승을 방해할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에도 글로벌 경제활동이 완전히 재개되려면 약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된다 해도 각국 중앙은행이 장기적으로 시중에 뿌린 돈을 흡수하려는 출구 전략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이 2023년까지 현행 제로 수준이 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국채 매입 속도 조절 등으로 경기 부양책의 연착륙을 시도할 수 있다.

기업 실적개선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일 것이라는 점도 주가 상승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지난 2018년, 이들의 영업이익 합계액은 80조원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는 55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주가가 더 상승하려면 기업 이익이 더 증가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설이 지나고 봄이 오면 위기에 주의해야 하며 문제는 펀더멘탈이 아니라 밸류에이션 하락이 될 것”이라면서 “하반기엔 우리나라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 추세에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매도도 주요 변수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빌려서 주식을 판 뒤 이보다 싸게 사들여 이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이다.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장 유동성으로 자산가치는 늘며 주식과 부동산은 오르지만 실물 경제는 오히려 악화돼 괴리감이 커지면 주식시장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S&P500지수의 변동성을 의미하는 VIX는 아직 20선으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완화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면서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도 마찬가지로 주가 상승 탄력은 언제든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10월말을 저점으로 20% 이상 상승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빠르게 높아진 가격부담을 소화하는 가정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반기 단기 조정을 거친 후 N자형 상승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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