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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2020년 보험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상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 등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보험사들의 목표였던 ‘디지털로의 전환’과 ‘제판(제조·판매) 분리’도 가속화되고 있고, 해외투자 한도도 확대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손보험 손실은 과제로 남았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보험 산업에 있었던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코로나19에도…보험사 실적 ‘선방’

보험사 1~9월 주요 실적. 자료=금감원 제공
올해 보험사 실적은 ‘위기 속 선방’으로 요약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보험사들은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보험사 순이익은 5조57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1%(3195억원) 늘었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사는 올해 1~9월 순이익이 2조42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2% 늘었다. 이 기간 생명보험사는 3조1515억원으로 3.1% 늘었다.

손보사는 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이 줄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사고와 병원 진료가 줄어들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9월 기준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손해율과 장기 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5%포인트, 0.3%포인트 낮아졌다.

생보사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채널을 통해 저축성 보험 판매를 늘리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생보사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9월 기준 26조65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 늘었다.

이는 라임·옵티머스 등 환매중단 사태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가 크게 위축되면서 대체상품으로 저축성 보험 가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금융에 편입된 푸르덴셜생명

푸르덴셜 타워. 사진=푸르덴셜생명 제공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은 올해도 뜨거웠다.

보험사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보험사는 푸르덴셜생명이다. 지난해 말 매물로 나왔던 푸르덴셜생명은 재무건전성이 탄탄해 ‘알짜 매물’로 꼽혀왔다.

올해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 뿐 아니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사모펀드들까지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경쟁 끝에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5월 KB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KB금융그룹은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약 2조34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푸르덴셜생명은 금융위원회 자회사 승인 절차를 걸쳐 지난 9월 KB금융지주 가족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올해 매물로 오른 KDB생명도 매각절차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6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JC파트너스에 KDB생명을 매각하는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KDB생명 매각에 나선 이후 4번째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산은은 지난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다시 한 번 매각 공고를 내면서 매각 작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악사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와 관심을 보였다. 예비입찰에 교보생명이 참여해 현재 매각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시대 개막…빅테크까지 가세

캐롯손보 CI. 사진=캐롯손보 제공
올해 보험업계의 화두는 ‘디지털으로의 전환’이었다.

연초에는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출범했다. 캐롯손보는 한화그룹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이 출자해 설립한 보험사다.

캐롯손보는 출범하자마자 그동안 보험사들이 선보이지 않았던 신상품들을 출시하며 보험업계에 주목을 받았다. 특히, 운전한 만큼만 매월 보험료를 납입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출시 이후 8개월 만에 가입자 5만건을 돌파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올해 더케이손해보험에서 하나손해보험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디지털 기반 종합 손보사로의 새 출발을 알렸다.

하나손보는 현재 디지털 체질개선을 위한 작업들을 진행중이다. 지난 7월에는 ‘디지털본부’를 신설하고 본부 아래에 디지털전략팀, 디지털추진팀 등 상설 3팀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략팀을 만드는 등 디지털 강화를 목적으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빅테크 업체들도 보험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올해 초 삼성화재와 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추진했으나, 입장 차이로 현재 단독으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준비중이다. 현재 금융당국에 예비 인가 신청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 확대

보험사의 오랜 숙원이었던 해외투자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지난 10월 시행됐다.

이 법안은 해외자산 비율을 총자산의 30%에서 50%까지 늘리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전까지는 보험사의 해외유가증권 투자 비중을 일반계정은 총자산의 30% 이내로 제한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새국제회계기준을 대비하기 위해 해외투자한도를 늘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IFRS17을 대비하기 위해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이 필요한 데, 국내의 경우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이 부족하고 고수익의 자산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에 해외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변동 등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다.

◇여전한 실손보험 손해율...‘4세대 실손보험’ 윤곽

실손의료보험은 올해도 과잉진료 문제로 보험사들에 걱정거리를 안겼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30%를 웃돌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1.7%로, 1조4000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손해율이 130%가 넘는다는 얘기는 보험료로 100원을 받을 때마다 보험금지급과 사업비로 130원 이상을 지출했다는 말이다.

실손보험 문제가 계속되자 금융당국은 내년 7월부터 받은 보험금에 따라 내는 보험료가 달라지는 이른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내놓기로 했다.

4세대 실손보험의 특징은 보험료 차등제다. 보험료 차등제는 자동차보험처럼 병원 진료를 많이 받은 소비자는 보험료를 많이 내고, 적게 받은 소비자는 보험료도 적게 내는 방식이다.

적용 단계는 5등급으로 구분된다. 비급여 보험금으로 1년에 300만원 이상 받으면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돼 보험료가 4배 오른다. 반면,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청구가 없다면 1등급으로 분류, 보험료가 5% 싸진다.

2등급은 100만원 미만의 보험금을 탄 경우로, 보험료는 전년과 같다. 3등급은 보험금을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 탔을 때로 보험료 100%가 할증된다. 4등급은 150만∼300만원 미만으로 보험료가 200% 늘어난다.

4세대 실손보험은 또, 보험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비급여가 특약으로 분리된다.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면 비급여 의료이용량이 줄어 전체 보험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장 수준은 기존처럼 유지하면서 보험료는 이전 보험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출시된 신실손보험보다는 약 10%, 2009년 이후 출시된 표준화 실손과 비교해선 약 50%, 표준화 이전의 실손보험보다는 약 70% 가량 저렴하다.

다만 자기부담금 수준은 현행 급여 10·20%, 비급여 20%에서 급여 20%, 비급여 30%로 이전에 비해 높아진다.

보험료는 줄어들지만, 병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자기부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올해 신상품 화두는…DIY보험·헬스케어

미래에셋생명은 원하는 보험료로 원하는 보장을 자유롭게 설계하는 맞춤형 보험 ‘내가 설계하는 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사진=미래에셋생명 제공
올해 보험 상품의 트렌드는 DIY(Do It Yourself)보험이었다. DIY는 소비자가 필요한 것만 선택해 직접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직접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가입하는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오렌지라이프는 올해 '오렌지 큐브 종합건강상해보험'을 출시해 고객이 원하는 급부만을 조립하듯 선택해 다양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상품은 재해장해보장을 주계약으로 구성하고, 여기에 진단보장특약 12종, 입원보장특약 3종, 수술보장특약 4종과 사망보장·질병장해보장특약 3종까지 총 22종의 특약을 갖췄다. 이를 통해 고객이 여러 특약중 본인에게 맞는 보장의 특약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원하는 보험료로 원하는 보장을 자유롭게 설계하는 맞춤형 보험 ‘내가 설계하는 보장보험’을 올해 내놨다. 이 상품도 기본 보장인 재해 사망보장에 질병 진단, 입원, 수술 등 세분화한 보장을 탑재해 고객이 원하는 보장과 보험료 규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특약은 30여개나 된다. 특약을 통해 고객은 암·수술·입원·질병장해 등 주요 담보를 보험료 인상 없이 최대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이외에 △동양생명이 올해 출시한 ‘(무)수호천사내가만드는우리아이보험’ △NH농협생명이 출시한 ‘나만의선택NH암보험’도 고객이 직접 보장을 선택하는 DIY상품이다.

헬스케어 서비스도 올해 보험상품의 트렌드였다. 특히, 보험사들은 올해 앞다퉈 건강관리 플랫폼을 잇따라 출시했다.

교보생명도 올해 건강관리 플랫폼 ‘교보케어’를 오픈했다. ‘교보케어’는 건강보험공단 검진 결과와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발생확률이 높은 질병을 예측해준다. 또 구글핏과 연동한 건강증진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보험금 청구까지 이 앱을 통해 가능하다.

신한생명도 고객이 건강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신한생명 헬스노트 서비스를’ 오픈했다.

AIA생명은 건강관리 플랫폼 ‘AIA 바이탈리티’를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업계 처음으로 유료 구독 시스템을 내놨다. 멤버십전용 프로그램으로 고객은 5500원의 월회비를 내야 멤버십에 가입되는 시스템이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고객은 건강관리에 대한 사전보상개념으로 가입과 동시에 보험료의 10%를 먼저 할인받고, 건강관리노력에 따라 최대 10%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제판 분리 본격화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63빌딩 전경. 사진=한화생명 제공
올해 말 들어 보험사에서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18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판매 전문회사 설립 추진을 의결했다.

신설 판매전문회사는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로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로 설립될 예정이다. 설립 방식은 한화생명 내 전속판매채널을 물적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1일 출범이 목표다.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한 만큼 영업관리인력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현재 그대로 이동한다. 신설되는 판매 전문회사의 총자본은 6500억원, 설계사는 2만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생명도 이달 초 제판분리를 선언했다. 자사 설계사 등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해 제조와 판매 채널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생명은 채널혁신추진단을 구성했다. 채널혁신추진단은 내년 3월 최종 개편을 목표로 본격적인 업무를 진행중이다.

제판 분리는 보험시장이 선진화된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제판분리를 하면 판매 시너지도 높일 수 있고,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보험시장의 경우 지난해 독립 판매사 채널 비중이 73%에 이르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독립채널 비중이 미국 53%로 절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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