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막혀 여객수 줄어…화물·국내선·관광비행에 눈길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로 초대형 국적 항공사로 탈바꿈…항공산업 재편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올해 항공업계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었다.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가 확산되면서 국제노선 운항이 막혀 여객수가 급감, 항공사들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유·무급 휴직과 함께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도 화물 운송, 관광비행, 국내선 노선 확대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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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항공사 사상 초유의 위기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6개 상장 항공사의 지난 3분기 영업손실액은 총 1794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별로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대한항공은 여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화물 사업에서 선방하면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흑자를 냈다.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지난해(1179억원)보다 94% 줄었다. 또 같은 FSC인 아시아나항공도 올 3분기 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451억원)의 부진을 만회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5조702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9%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1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3조97억원, 영업손실 2551억원, 당기순손실 6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2% 줄었다.

화물수송을 확대하면서 적자를 줄이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한 FSC와 달리 LCC들은 대부분이 대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화물운송에도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제주항공은 △매출 587억원 △영업이익 -692억원 △당기순이익 -659억원을 기록했으며, 진에어는 △매출 535억원 △영업이익 -492억원 △당기순이익 -461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도 각각 △매출 486억원, 386억원 △영업이익 -317억원, -424억원 △당기순이익 -329억원, -303억원 등을 기록하면서 적자가 지속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LCC 모두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000억~2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사진=주현태 기자
각 항공사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정부 당국에 신청했고 유급 또는 무급 순환 휴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 유휴자산을 시장에 매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부로 ‘대한항공씨앤디’를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지분 80%를 팔았다. 이를 통해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또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위해 칸서스·미래에셋대우와 업무협약를 체결했고, 제주 연동 사택 매각을 통해 추가 대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다만 핵심 자구 계획인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며 일부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19 여파 속 빅딜이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실사단을 파견하면서 M&A(인수합병)가 확실시되는 듯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10조원대 부채와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M&A를 연기했다.

이에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인수가격 1조원 할인이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현산 측은 결국 계약을 파기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인 금호산업과 주 채권자 산업은행은 현산을 상대로 인수 계약금 2500억원 몰취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저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의 경우도 올해 매물로 나왔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최초로 보잉737 맥스 항공기를 도입했지만, 해외에서 잇따른 추락 사고로 지난해 3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또한 일본 여행 거부 운동 확산에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9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 3월에는 ‘셧다운’(업무정지)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가운데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이 인수를 결정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듯했지만, 지난 7월 제주항공은 결국 전격 포기를 결정했다.

업계에선 지난 5월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 잠식률이 214.5%를 넘는 등 완전 자본잠식상태였고, 7월 기준 체불 임금과 밀린 항공기 리스료 등을 합치면 1730억원대의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항공으로서도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월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강행됐다.

진에어, 카고시트백 운영. 사진=진에어 제공
◇ 국제선 막혀 여객수 줄어…화물·국내선·관광비행에 눈길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항공사 8곳의 국제선 여객 수는 12만81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1만3566명)보다 97.1% 줄어든 438만5391명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이 지속화되면서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열리지 못한 결과다. 11월 국내선 여객 수는 587만2546명으로 지난해(573만6122명) 보다 2.37%(13만6424명) 소폭 늘어났다.

이처럼 여객사업에 큰 기대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먼저 대한항공이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처음으로 화물 노선에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공급 확대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도 여객기 운항 감소로 늘어난 화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화물기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화물기 전세편을 적극적으로 편성했다.

그 결과 두 항공사는 지난 2·3분기 깜짝 흑자를 내기도 했다.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보급되면 화물 운임이 급등해 ‘화물운송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백신 수송을 위해 8000대 이상의 보잉747 화물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수익성 확보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화물 운송에 뛰어들었다. 진에어를 선두로 제주항공, 티웨이 등의 화물운송 실적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항공사들이 잇따라 외국 하늘을 비행해 돌아오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무착륙 비행이지만 탑승시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또 무착륙 비행인 만큼 국제 비행 후 자가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면세점을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선 관광비행이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비행기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은 고객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매출상승도 일정 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조종사도 면허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 비행시간을 정기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12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사진=유튜브 간담회 캡처
◇ 초대형 국적 항공사 출범…국내 항공산업 재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항공업계가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양사의 통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동시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 3개 항공사들의 통합과도 맞물린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이후 정부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양사의 통합이 확정됐다.

대한항공은 연내 신주 인수 계약금 3000억원과 3000억원 상당의 영구전환사채 등 6000억원을 아시아나에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 초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 4000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6월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유상증자 잔금을 내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일각에선 올해 항공업계에서 6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구조조정이 된 만큼 이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또 다른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측 직원의 상당수가 휴직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계약서에도 확약됐고, 책임 있는 분들이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우 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2만8000명 정도인데 95% 이상이 직접 부문(현장) 인력”이라며 “직접 부문 인력은 통합해도 그대로 필요하고, 자연 감소 인원이 1년에 약 1000명이어서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인수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출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는 29위다.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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