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혜현 기자] 올 한해 코로나19가 휩쓸었던 금융권은 코로나 리스크 관리와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전과 다른 패러다임이 생겼다.

변화보단 안정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비대면 영업이 급증하며 디지털 금융혁신은 생존 과제로 급부상했다.

또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주요 금융그룹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해 금융권 주요이슈를 살펴봤다.

◇ ‘조직 안정화’ 최우선…줄줄이 연임 성공

금융권은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지주 회장들에 이어 은행장까지 모두 연임에 성공하며 경쟁구도를 이어가게 됐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달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연임 확정으로 윤 회장은 3년의 임기를 허 행장은 1년의 임기를 더 하며 그룹을 이끌어 나간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함께 그룹의 2기 체제를 함께 한다. 진 행장은 지난 17일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저금리,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그룹 전체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그룹의 조직 슬림화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지방금융지주에서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 한국판 뉴딜정책, 금융권도 지원사격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정책에 금융권도 적극 동참했다.

신한금융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디지털, 그린, 바이오 등 미래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한 네오(N.E.O)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4년간 26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금융도 한국판 뉴딜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민간 투자 규모가 큰 디지털·그린 융복합 및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9조원의 투자를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부문에 여신·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공동체와 상생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디지털 인프라 구축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을 발표했다.

◇ 비대면 영업 확산…디지털 혁신 잰걸음

코로나 사태로 급증한 은행권 비대면 영업은 디지털 금융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그룹이 지금까지 핵심과제로 제시한 디지털 금융혁신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부문에서 광범위한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조용병 회장 직속 조직으로 운영된 룬샷(LOONSHOTS)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케이(The K) 프로젝트를 10월부터 가동하며 디지털 전환이 궤도에 올랐다. 더케이 프로젝트는 10년 만에 단행된 정보기술(IT) 시스템 전면 교체로 비대면 재구축, 마케팅허브 구축 등 9개 비즈니스 프로젝트와 5개의 인프라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관련 3개 그룹장(영업/디지털·DT추진단·IT)을 모두 승진시켜 조직 효율화에 주안점을 두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그룹이 보유한 금융 IT 솔루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클라우드 플랫폼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 기반 솔루션을 통칭하는 원큐온(1Q ON)을 선보였다. 하나금융은 원큐온(1Q ON)을 시작으로 디지털 솔루션의 그룹 내 적용은 물론, 금융에 특화된 디지털 솔루션의 시장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 탈석탄·녹색금융 열풍…‘ESG 경영’ 강화

급작스런 기후변화로 인한 녹색경영의 필요성은 금융권에도 핵심 이슈로 대두됐다. 기후변화 위기대응의 해법으로 주요 금융그룹들은 ESG 경영을 강화했다.

신한금융은 ESG경영 가속화를 위해 그룹 전략/지속가능부문(CSSO) 산하에 ESG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금융기관의 환경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했다.

KB금융은 지난 3월 ESG경영이 그룹 사업 전략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ESG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신설했다. 지난 8월에는 2030년까지 그룹 탄소배출량을 2017년보다 25% 감축하고, ESG 상품·투자·대출을 기존 20조원에서 50조원으로 확대하는 KB 그린웨이 2030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ESG 전담부서를 만들고 자회사 대표들과 ESG 전략을 논의하는 위원회도 신설했다. 우리금융은 탈석탄금융 가이드라인을 세워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이미 투자된 관련 자산도 재융자 시점에는 가능한 회수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나금융은 ESG 전략을 포함한 사회가치경영과 관련한 정책 수립, 사업계획을 결의하는 등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탈석탄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탄소나 오염물질 배출기업에 대한 대출을 간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 비은행 계열사 M&A 성과

은행위주의 수익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금융그룹들은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 최대 이슈는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다. 지난 4월 KB금융은 2조3400억원에 보험업계 대어로 손꼽히던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았다.

하나금융도 지난 2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며 14번째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하나금융은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그룹의 비은행 부문 이익비중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일 아주캐피탈의 자회사 편입을 끝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12개 자회사를 보유한 동시에 증권사와 보험사를 제외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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