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관련 유무에 영역별로 희비 갈려, 삼성·SK하이닉스 실적 선방

IT기업 언택트 대응 위해 서버 투자 확대, 메모리반도체 특수 원인

스마트폰 시장 침체 장기화 속 애플 '아이폰12' 흥행…삼성D·LGD 호재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2020년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위기 속 선방'이란 표현으로 요약된다. 미·중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역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올해 반도체 산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올해 1월부터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간 탓에 상반기 스마트폰, 가전 등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와 관련된 반도체 시장 역시 뒷걸음쳤다.

반대로 상반기 서버용 반도체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언택트(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자 IT기업이 앞다퉈 서버 투자에 나선 것이 원인이다.

국내에선 원격수업이 본격 시작돼 일부 노트북의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자산업은 언택트 특수와의 관계 유무에 따라 영역별로 희비가 갈렸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2분기부터 언택트 특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9.7% 증가했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V1'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5% 이상 늘어났다. 서버용 D램 가격과 함께 수요가 급상승, 스마트폰용 D램 등에서의 부진을 상쇄했다.

◇ '존폐 기로' 화웨이, 스마트폰 지각변동

하반기에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상황으로까지 커진 것이다.

화웨이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에 일시적인 호재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전 화웨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대량 구매한 것이 3분기 이들 기업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3분기 삼성전자는 2년만에 분기 영업이익 12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사업에서의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8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5.0% 늘어났다. 3분기는 서버용 D램 고객사들의 수요가 상반기 대비 부진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반짝 특수'로 이를 만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언팩 2020' 행사에서 '갤럭시노트20'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진퇴양난에 빠진 화웨이의 상황은 전세계 스마트폰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중국의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대체해 폭풍 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또한 이와 관련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0%의 점유율로 전세계 1위를 차지했던 화웨이 스마트폰은 3분기 점유율이 14%까지 떨어졌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에 1위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다. 샤오미는 처음으로 3위 자리로 뛰어올랐다.

◇ 언택트·5G 확산에 파운드리 초호황

올해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이 초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문화 확산, 5G 시장 개화 등으로 시스템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이던 SMIC가 지난 9월부터 미국의 제재로 생산차질을 빚자 일부 기업에 주문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SMIC의 위기로 14나노대 이상의 공정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특히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경쟁력을 통해 올해 퀄컴, 엔비디아, IBM 등 대형 고객사로부터 연달아 생산 계약을 따냈다. 이는 3분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4분기 또한 분기 최대 매출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29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는 주요 거래선 확대로 파운드리 최대 매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LCD 반전' LG디스플레이 적자탈출

코로나19는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반전을 만들어냈다. 코로나19로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이 줄어들자, LCD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TV용 LCD 뿐 아니라 노트북 등 PC에 들어가는 LCD 수요 또한 급증했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연내 중단할 예정이던 TV용 LCD 생산을 내년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연내 철수 예정이던 LCD 사업을 내년 3월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 또한 코로나19 상황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아이폰12를 뒤늦게 출시했다.

상반기 코로나19로 억눌려있던 스마트폰 수요가 하반기로 이연되면서 아이폰12 판매가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2 시리즈에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했다.

'아이폰12 프로맥스'. 사진=애플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애플은 내년 최대 2억3000만대의 아이폰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보다 약 20% 더 많은 규모다.

내년 전자산업은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내년부터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예상되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폰 증산과 맞물려 올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퀀텀닷(QD)'으로 본격적인 사업전환에 나선다. 도쿄올림픽 등 올해 연기된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내년 열리는 것 또한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에 호재다.

내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역시 올해와 비교해 늘어나 삼성전자, LG전자의 관련 사업 또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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