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보령제약의 겔포스는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과 강력한 제산 효과를 뜻하는 '포스(Force)'가 합쳐진 이름이다. 겔포스는 과다하게 분비된 위산을 알칼리성 물질로 중화시켜 속쓰림, 더부룩함 같은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효과로 매년 150억원 내외의 매출을 기록, '한국인의 위장약'으로 큰사랑을 받고 있다.

1975년 ‘액체 위장약’이라는 생소한 약품으로 처음 등장한 겔포스는 올해로 발매 4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팔린 겔포스는 16억5700만포(국내 판매 기준)로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4바퀴 이상을 감쌀 수 있는 양이다.

보령제약의 자체조사 결과 겔포스의 국내 제산제 일반의약품 시장점유율은 58.4%, 상표선호도는 82%, 소비자인지도는 98.2%에 각각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보령제약 겔포스. 사진=보령제약 제공
◇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선견지명’

1969년, 당시 김승호 보령제약 사장(현재 보령제약그룹 회장)은 일본 제약전문지의 선진국 의약품 업계 시찰 행사에 초청돼 처음으로 유럽 땅을 밟았다.

김 사장은 현지에서 국내에서는 잘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의약품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그 중에서도 짜 먹는 위장약이 눈길을 끌었다. 알약이나 가루약 밖에 없던 시절 현탁액(미세한 입자가 물에 섞여 걸쭉한 형태) 형태의 위장약은 김 사장을 사로잡았다.

1972년 3월, 보령제약은 프랑스 제약사와 기술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프랑스 제약사에서 생산 및 판매하고 있던 위장약은 전세계에서 무려 10억 포 이상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김 사장은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맵고 짜게 먹는 게 습관화돼 있는 한국인의 식성 뿐 아니라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야근, 스트레스, 음주 등 위장병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위장질환은 광복 후에 고혈압, 심장병과 더불어 3대 주요 질환으로 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령제약은 기술 제휴를 체결한 후 철저한 기술도입 및 검증과정을 거치며 3년 동안 차분히 준비했고 1975년 6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 '수사반장' 형사들 "위장병 잡혔어"

겔포스 출시 첫 해 매출은 미미했다. 물약, 가루약, 알약이 전부이던 당시에 걸쭉한 약은 소비자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겔포스는 곧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1970년대 중반 근로자들은 중노동의 고통을 쓴 대포 한잔으로 날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자연히 위장병이 늘어났고, 겔포스는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술이 덜 취하고 위장을 보호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날개돋친 듯 판매됐다.

출시 4년 만인 1979년 겔포스 매출액은 10억원을 넘어섰다. 보령제약이 겔포스를 생산하기 위해 안양에 지은 6611㎡(2000평) 규모의 공장은 단일 제약공장 규모로는 국내 최대였다.

겔포스는 1980년대 초반 '위장병 잡혔어'라는 카피로, 80년대 중후반에는 수사반장 시리즈의 광고 컨셉으로, 90년대 초반에는 '속쓰림엔 역시 겔포스'라는 카피의 광고 등으로 꾸준히 소비자 인지도를 유지해 나가면서 시장 경쟁력을 이어왔다.

당시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MBC TV의 '수사반장'에서 주역을 맡았던 최불암씨 등 유명 탤런트들이 출연한 광고는 "위장병, 잡혔어!"라는 말을 최고의 인기어로 유행시키기도 했다.

사진=보령제약 제공
◇ 강력하고 오래가는 ‘제산 효과’ 겔포스

겔포스는 액체가 유동성을 잃고 고정화된 상태, 즉 콜로이드(Colloid) 타입의 제제다. 콜로이드 입자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입자에 다른 분자나 이온이 붙기가 쉬워 흡착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콜로이드제제인 겔포스는 두 가지 겔로 돼 있는데 하나는 인산알루미늄겔이고 다른 하나는 천연 겔인 팩틴(Pectin)과 한천(Agar-Agra)을 결합한 겔이다. 이 두 성분이 상호작용과 보완을 통한 우수한 피복작용으로 위산이나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고 궤양발생예방 및 상처 부위를 보호한다.

겔포스는 수소이온을 고착시켜 강력한 중화작용을 일으킨다. 혈액 내에 존재하는 인산완충계와 유사한 원리로 지속적인 완충작용(8시간)을 발현(위내 pH2.5~3.5 유지)하며 산반동(위산과다분비)를 유발하지 않는다. 또한 지속적 제산효과 발현 콜로이드 입자의 우수한 흡착성에 의해 이상 발현된 가스, 박테리아, 독소, 바이러스 등을 흡착 중화시켜 장질환에 매우 효과적이다.

겔포스의 뒤를 이어 2000년 새롭게 선보인 겔포스엠은 겔포스의 성분 및 효능효과를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다. 보령제약 중앙연구소에서 약 4년의 연구개발과 2년의 임상을 거쳐 탄생한 겔포스엠은 위보호막 형성 작용이 더욱 강력하다.

올해 보령제약은 겔포스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로운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변경된 패키지는 겔포스의 상징인 노란색 메인 컬러를 유지하며 현탁액을 뜻하는 겔(Gel)의 G를 위(胃) 모양으로 형상화해 표현, 오랜 기간 한국인의 쓰린 속을 달래준 위장약의 정체성을 명확히 표현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소비자 캠페인 전개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접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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